본문

독서 후기

캐비닛

2017.05.02 14:00

수능 공부를 하다가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준비하는 짓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다가

그냥 수시만 팔까...고민을 하다가 읽게 된 지문이

이 소설에 나오는 '토포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너무 새로운 이야기라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공부해야 하는데....졸업논문 써야 하는데....난 뭐 하고 있는거지....)

굉장히 괴기하면서 납득이 되는 판타지소설입니다.

책의 줄거리는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근데 제가 보기엔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이 이상한 회사에 들어가서 13호 캐비닛의 글을 보았다가

접하게 된 이상한 이야기와 겪게 되는 이상한 이야기입니다.

13호 캐비닛에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괴기한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혀에서 도마뱀을 키우는 여자-혀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도마뱀만 남게 되죠

손가락에서 은행나무를 키우는 아저씨-사람과 은행나무 둘다 죽죠

시간이 사라지는 사람-제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 이야기 같은

고양이가 되고 싶은 사람-결국 못 되지만 완전 절망에서는 빠져나오죠

손가락이 잘려서 나무로 만들어 붙였다가 아예 융합되어버린 사람,

동면은 아니지만 그 유사한 것을 하는 토포러 기타 등등.

이상한 사람들이죠.

하지만 각 사람들을 통해 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메모리모자이커는 기억을 조작하는,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실패한 메모리모자이커 중 하나가

피아노와 관련된 모든 기억을 지워버린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래서 기억의 대부분이 텅 비어 있죠.

사람들이 피아노 건반을 몇 개 두드리다보면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며

피아노 앞에 몇 번 앉혀보았지만

한 개의 건반도 누르지 않고 계속 앉아만 있다가

피아노를 칠 줄 모른다고 말을 하죠.

어쩌면 이 이야기는 불행한 기억이더라도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아닐까요.

'우리는 행복한 기억으로 살죠.

하지만 우리는 불행한 기억으로도 살아요.

상실과 폐허의 힘으로 말입니다.'

....책 읽다보면 나오는 말입니다.

불행하게 될 것을 미리 불안해하지 말고,

불행했던 기억에 너무 매여 살지 말고,

그것으로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원동력을 만들면 되는 것이죠.

솔직히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싫었던 기억을 그대로 마주한다는 것은....

하지만 우리가 성장하려면 그런 과정이 꼭 필요하죠.

저는 솔직히 메모리모자이커는 별로 되고 싶지 않은데,

자기 기억이 아닌 남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창피했던 기억은 남들이 기억할까봐 걱정이 더 드니까요.

제가 기억을 못하고 남들이 다 기억하면

그건 기억을 조작해봤자 쓸모가 없죠.

그들은 저를 볼 때마다 그 사건을 기억할텐데....

또, 타임스키퍼라는 이야기에서는

시간을 잃어버리는 특이한 현상을 가진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시간에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시간이 있는데도 그걸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소중히 써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타임스키퍼가 약간 부러운 것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 시간이 사라진다면

그 상황을 더 이상 마주치지 않아도 되잖아요.

뒷수습이 조금 힘들 수는 있지만

이건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니까....<어딜봐서<퍽

때로는...그냥 이야기에서 전하고 싶은 말을 찾기보다

그냥 재미로 읽고 말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ㅋㅋ

약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소설이라고는 생각해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서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오히려 그런 점에서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근데 제가 원래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판타지 소설을 싫어하는데

이 책은 책 내에서 논리를 잘 만들고 있기 때문에,

게다가 주인공도 이딴 사람이 어딨어!! 라고 느끼는

우리와 비슷한 독자 같은 사람이라서

괜찮게 읽히는 것 같아요.

물론 결말 부분에 가서... 괴기하고 섬뜩한 기분이 약간 들어요...

그냥 결말이 마음에 안 들어요!!

주인공이 마음에 안 드는건가??

뭔가 끝났는데 끝난 것 같지 않아!

물론 저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한 번 읽어보세요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독서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비닛  (3) 2017.05.02
일상적인 것들의 철학  (0) 2017.04.30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2) 2017.04.09
내가 사랑한 지구  (0) 2017.03.17
디지털 아트  (0) 2017.03.14
죽이는 화학  (0) 2017.03.11

댓글 3

댓글 열기

페이징

1 2 3 4 ··· 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