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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경 12쌍에 대하여

미레티아 2013. 10. 26. 22:01

꿈은 신경과학자인데

돌이켜보면 신경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적지 못했네요.

어쩌면 배워도 배워도 새로 듣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오늘은 간단히 뇌신경 12쌍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미리 링크: 연관글: http://miretia.tistory.com/152)


'어, 이상하다? 뇌에 신경 무진장 많지 않나요?'

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겁니다.

네, 뇌에는 신경세포가 무지무지 많습니다.

약 천억개 정도(100000000000, 10^11)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뇌신경이라는 것은, 뇌로부터 직접 나와서 얼굴에 관련된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것이 12쌍이고,

그러면 나머지는 어디로 어떻게 가서 몸통을 움직일까요?

그것들은 우리 뇌 아래쪽에 붙어있는 척수로 가서 척수신경으로 나옵니다.

참고로 척수신경은 31쌍이에요.

척수신경은 경추신경 8쌍, 흉추신경 12쌍, 요추신경 5쌍, 천추신경 5쌍

그리고 약간 외로운 미추신경 1쌍이 있어요.
(그런데 미추신경은 미골신경이라고 많이 부르더라고요.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용어가 하도 변해서....)

뭐, 여기서 척수신경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넘어가고요.


뇌신경은 영어로 Cranial nerve라고 합니다.

(Brain nerve가 아닙니다. 여기서 잘 낚이더라고요.)

그래서 약자로 'CN (로마숫자)' 이런 형식으로 씁니다.

예를 들어, CN I는 뇌신경 1번을 뜻합니다.

아, 또 참고해 두세요.

뇌신경 번호에는 로마숫자를 주로 쓰지만

척수신경은 우리가 쓰는 일반적인 인도-아라비아숫자를 씁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뇌 그림을 보면서 알아보겠습니다.


출처: http://radiopaedia.org/articles/spinal-accessory-nerve

음, 친절한 그림을 구했네요.

이 일러스트는 뇌 하부의 모습이고 뇌신경과 척수는 잘려있는 그림입니다.

신경이 진짜 저렇게 뚝뚝 잘린 모습으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어쨌든, CN I 는 olfactory nerve, 즉 후각신경입니다.

후각신경이라고 하지 않고 후신경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그림때문에 후각망울(olfactory bulb)과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각신경은 후각망울을 통해 후각로(후삭)(olfactory tract)로 이어진다고 보통 표현하는데

간단히 말해 저 그림에서 맨 위에 길쭉한 부분 전체가 후각신경이고

그 위에 둥그런 부분이 망울이고 그 아래가 후각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후각신경은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냄새 맡는 것을 담당하고

(정확히 말하면 후각의 이동통로라고 할까요,

냄새가 역겨운지, 좋은지, 어떤지 판단하는 것은 여기서 하지 않습니다.)

코 상단부 후각점막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12쌍의 뇌신경 중 가장 짧습니다.


CN II는 시각신경(optic nerve)입니다.

이건 실사판으로 봐도 찾기가 무지 쉽습니다.

(그냥 저렇게 생겼어요...)

이 시각신경은 시각, 무언가를 보는 것을 담당하고

망막에서부터 시작해서 시각교차(optic chiasm)이 그림의 부분에서 일어납니다.

다른 신경에 가려져서 X자 모양이라는 것이 안 드러나지만 뭐,

인터넷에 시각신경 혹은 시각교차라고 치면 X자 모양의 신경그림이 뜰것입니다.

시각교차가 일어난 후에는 신경로로 들어가고,

그 후에는 가쪽무릎체(외측슬상체)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그 이상은 안할랍니다.

이러다가 시각신경이 들어와 반응하는 과정을 다 설명하겠어요.


CN III는 oculomotor nerve, 동안신경 혹은 눈돌림신경이라고 부릅니다.

용어가 왜 이렇게 계속 같은 것에 대해 2개 이상으로 있는지 모르겠네요.

하나로 통일하지.

이 신경도 눈과 관계가 있긴 하지만

눈돌림신경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눈의 움직임에 관여합니다.

무언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상하좌우로 눈돌리기,

수정체, 홍채의 수축과 이완에 관여합니다.

아, 참고로 눈을 빙글뱅글 움직이는 근육이 6개가 있는데(외안근)

이 신경은 그 중 4개만 담당합니다.(내직근, 상직근, 하직근, 하사근)

나머지 상사근은 4번 뇌신경, 외직근은 6번 뇌신경이 담당합니다.

근육 이름은 그림이 있으면 더 좋을 텐데 깔끔한 것이 없어서 못올리겠고요,

그냥 눈 위쪽에 있는 근육이 상직근, 아래쪽이 하직근,

바깥쪽에 있는(오른쪽 눈에서는 오른쪽, 왼쪽 눈에서는 왼쪽)이 외직근,

안쪽에 있는(오른쪽 눈에서는 왼쪽, 왼쪽 눈에서는 오른쪽)이 내직근,

상사근과 하사근은 뭐라 설명하기 힘든 삐뚤어진 듯한 근육인데

그런 모양의 근육인데 위쪽에 있으면 상사근, 아래쪽에  있으면 하사근입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몰라도 동안신경의 또 다른 특징은

부교감신경이라는 점입니다.

부교감신경이 뭔지는 이 글을 시작할 때 링크했던 연관글을 참고해주세요.


4번 뇌신경은 CN IV, trochlear nerve, 활차신경 혹은 도르래신경입니다.

얘는 아까 말했듯이 상사근을 담당합니다.

중간뇌 뒤쪽, 혹은 뇌간 배측에 위치한다고 주로 말해서 많이 헷갈리실 수 있는데

뇌간은 연수, 교뇌, 중간뇌로 이루어져 있으니 결론은 같은 말입니다.

좀 자세하게 말하느냐, 대충 말하느냐의 차이라고 보시면 되고,

이 활차신경은 너무너무 가늘어요.

0.5mm내외로, 예전에 CT와 MRI 화질이 떨어졌을 때는

선천성 사시의 1/3이 이 4번 신경이 아예 없다고 판단내려진 적도 있습니다.

음....요즘은 그런 일이 없겠죠?


CN V, trigeminal nerve는 이름을 조심하세요.

얘는 5번 뇌신경이지만 이름은 '삼차신경'입니다.

석 삼(三)자가 맞긴 합니다만, 3번째라 삼차가 아니고

뇌신경이 위에 그림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3갈래로 나눠져서 그런 겁니다.

삼차신경은 가장 굵은 뇌신경이고, 역할도 많습니다.

3갈래로 된 것들이 다 이름이 있고 역할도 다르거든요...

위 뇌 그림에서 안쪽부터 제 1지; 안신경, 제 2지; 상악신경, 제 3지; 하악신경입니다.

약자로는 CN V1, CN V2, CN V3이라고 하는데

안신경이 얼굴의 가장 위쪽 감각, 상악신경이 중간쯤,

하악신경이 아랫부분의 감각을 담당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세히 말하면 안신경은 이마, 눈, 코의 감각,

상악신경은 아랫눈꺼풀과 윗입술 사이의 피부와 점막의 감각, 

하악신경은 턱, 혀, 뺨의 감각을 담당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하악신경은 감각뿐만 아니라 운동도 담당해서

음식을 씹게 하는 근육인 저작근을 담당합니다.

더 간단히 그림을 올려볼까요.

출처: http://neurosurgery.ufl.edu/patient-care/diseases-conditions/trigeminal-neuralgia/


이제 6번 뇌신경으로 가봅시다.

CN VI는 abducens nerve 혹은 abducent nerve라고 하는데

abducens가 더 많이 쓰입니다.

한국어로는 외전신경, 혹은 가돌림신경이라고 하는데

외직근을 담당한다고 위에서 설명했습니다.

이 외직근은 눈을 바깥쪽으로 움직이는 외전운동을 한다 그래서

외전신경이라고 불립니다.

그 외에는 딱히 특별한 역할이 없는 것 같네요.


CN VII는 부교감 신경이고요, 영어 이름은 facial nerve, 한국어로는 안면신경입니다.

이건 얼굴표정을 짓는 데에 관여를 합니다.

그래서 안면신경에 이상이 있으면 입이 돌아가던지, 눈을 깜박일 수 없다든지,

하여간 안면신경마비라는 좀 보기 싫은 병이 걸릴 수 있습니다.

또, 혀 앞쪽의 미각을 담당하기도 해요.

응, 아까 삼차신경에서 하악신경이 혀를 담당하지 않았나....

좀 자세히 말하면 삼차신경에서는 혀의 앞 2/3부분에서

뜨거움, 차가움, 통증을 담당하고

안면신경은 혀의 앞 2/3부분에서 미각을 담당합니다.

뜨겁다, 차갑다, 맵다 등은 미각이 아니니 하악신경쪽,

짜다, 달다, 쓰다 등은 미각이니 안면신경쪽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는 귓바퀴 일부의 피부감각도 담당하고,

눈물샘, 침샘 등도 담당한다고 그러네요.


CN VIII, 영어로 vestibulocochlear nerve입니다.

위 그림에 vestibulocholear라고 나왔는데 오타인 것 같네요.

cholear라고 하면 말이 안 되는게, 이게 한국어로 청신경, 속귀신경 등으로 불리는데

cochlea가 달팽이관이고 cochlear가 '달팽이관의'라는 의미지,

cholear는 없는 말입니다.

choler가 성마름, 담즙, 짜증이라는 의미이긴 해도....

그런데 인터넷에 여기 오타 엄청 났습니다.

vestibulocochelar nerve, vestibulocholear nerve, vestibulocolear nerve, ....

다 틀렸습니다.

대신에 acoustic nerve, auditory nerve라고 쓴 것은 맞습니다.

어쨌든, 이름에서 따질 수 있듯이 청각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전정신경과 와우신경, 2개로 나뉠 수 있는데

전정신경(vestibular nerve)는 몸의 균형을 담당합니다.

귀에 전정기관에서 쭉 오는 신경인데

소뇌로 가기도 하고, 연수의 전정신경핵으로 가기도 합니다.

와우신경(cochlear nerve)는 달팽이관에서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신경입니다.

그러면 여기 문제가 생기면 인공와우 수술을 하나요?

아닙니다. 그건 달팽이관에 문제가 생기면 합니다.

뭐, 요즘은 청신경에 문제가 있어도 가능하다는 소문이 있긴 하지만...


CN IX, 9번 뇌신경은 glossopharyngeal nerve는 설인신경이고요,

얘도 부교감신경입니다.

혀 인두, 후두와 관련된 일들을 주로 하는데요,

연하작용이 대표적입니다.

연하작용이란 우리가 음식물을 삼켰을 때 아무런 노력이 없어도

기도로 안 가고 식도를 통해서 음식물이 위까지 음식물을 전달하는 작용입니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뭐, 결과는 뻔하죠.

먹다가 질식해서 죽을 수 있습니다.

음식물을 삼킬 때는 후두개가 후두(기도의 일부입니다.)로 음식이 안 들어가게

딱 막아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게 되니까요.

맛을 담당하기도 하고, 귀밑샘에서 침을 분비하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맛은 아까 안면신경에서 앞쪽 2/3을 담당했죠?

얘는 나머지, 뒤쪽 1/3입니다.

뭘 이렇게 역할을 모호하게 담당하는지 이유는 모릅니다....

자연이 이런걸요....


드디어 10번이네요.

CN X는 vagus nerve, 미주신경입니다.

이 신경은 뇌신경 중에서 가장 깁니다.

우리 몸의 배쪽까지 쭉~가는 신경으로 부교감신경입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 가장 길지는 않습니다.

좌골신경이라고 우리 몸에서 가장 길고 가장 큰 척수신경이 있다네요.

어쨌든, 이 신경은 아까 설인신경과 마찬가지로 연하작용을 담당합니다.

약간 어려운 것이 이 부분이 진짜 비슷해요.

후두, 인두, 식도, 후두개 등의 감각을 담당하고 운동을 담당하고.....

제가 잘못 아는 걸까 의심을 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설인신경과 다른 점이라는 것은 분포면적과 기관지, 심장, 내장, 간, 등

불수의근을 쓰는 기관의 근육활동에 담당한다는 점일까요.

또, 소화기관의 샘을 담당합니다.

그래서 이 미주신경 손상되면 망합니다....

물론 심각한 손상이 아니면 살 수는 있습니다만 고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11번째, CN XI, accessory nerve입니다.

어, 악세서리다!

그래서 이름이 부신경입니다.

악세서리는 부가적으로 있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그런데 참 우울하게도,

부신경이 9번째와 10번째, 설인신경과 미주신경과 하는 일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연하, 발성, 목근육, 그런 것을 담당한다네요.

(비밀댓글로 ㅎㅎ님이 남겨주신 바로는 이 부신경이

흉쇄유돌근과 승모근의 상부도 담당한다고 합니다.

그 두 근육은 둘다 목 주변에 있고 스트레스 받으면 쉽게 아픕니다.

승모근은 보디빌더들이 만드는 등근육이기도 하죠.)


12번째, 마지막도 좀 별로일겁니다.

CN XII는 hypoglossal nerve는 설하신경입니다.

혀의 운동을 관여하는 신경입니다.


개인적으로 9번 10번 11번 12번 신경은 한꺼번에 묶어줬으면 좋겠는데....

뭐, 저는 배우는 입장이라 그냥 받아들어야죠.

이런 뇌신경들을 분류하자면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감각성과 운동성, 혼합성입니다.

감각성은 감각에 관여를 해서 감각성, 운동성은 운동에 관여를 해서 운동성,

혼합성은 둘다 관여를 해서 혼합성입니다.

CN I, II, VIII가 감각성이고 CN III, IV, VI, XI, XII가 운동성,

나머지가 혼합성입니다.


제가 번호가 빠른 신경은 잘 설명한 것 같은데

뒤로 갈수록 대충 설명한 것 같네요.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자세한 편....)

나중에 시간이 흘러 더 자세하게 알게 되면

이 글을 수정해나가면서 보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