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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륨과 크립톤을 마시면 목소리가 이상해지는 이유

미레티아 2015. 1. 21. 22:06

요즘 노래를 부를 때 예전엔 잘 올라갔던 고음이 좀 힘들게 올라갑니다.

변성기인가....

여자도 변성기가 오긴 오지만 남자에 비해 적은 폭으로 와서

증상이 덜 느껴진다는데....흠....

뭐, 어쨌든 목소리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헬륨과 크립톤 가스가 떠오르더군요.

왜, 우리 동영상에서 보면 헬륨 마시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크립톤 마시고 목소리가 엄청난 저음이 되잖아요.

그런데 왜 그런걸까요?

그것은 공기의 밀도와 관계가 있습니다.


먼저, 우리 목에서 소리가 나는 원리를 이해하셔야 이해가 쉬우니까

성대의 구조에 대해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http://www.voicedoctorla.com/voice-disorders/vocal-nodules-nodes/

성대는 이비인후과가서 내시경으로 쭉 목으로 들어가다보면 볼 수 있는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후두 안쪽에 양쪽으로 존재합니다.

위 그림에서 True Vocal Folds, 혹은 Vocal Cords라고도 하는곳이 진성대입니다.

False Vocal Folds라는 곳은 가성대이죠.

왼쪽에 있는 그림은 우리가 숨을 쉴 때로, 성대가 열려있습니다.

숨을 쉴 때는 공기가 드나들어야 하니까 통로를 만들어주는 셈이지요.

반대로, 오른쪽에 있는 그림은 발성할 때로, 성대가 닫혀있습니다.

이러면 폐에서 나온 공기가 성대를 떨게 만들면서 목소리가 나는 것이죠.

물론 성대가 완전히 닫히지는 않습니다.

단지 많이 닫히면 두성 및 고음을 내는 것이라나 뭐라나....


이제 헬륨과 크립톤을 마시면 목소리가 높아지고 낮아지는 이유를 알아봅시다.

목소리가 높고 낮음은 성대가 얼마나 많이 떨리느냐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성대가 같은 시간동안 많이 떨려 소리의 진동수가 높으면 고음,

성대가 같은 시간동안 적게 떨려 소리의 진동수가 낮으면 저음.

그런데 헬륨의 경우, 우리 주변에 있는 보통 공기보다 가볍습니다.

간단히 생각해봐도, 헬륨은 원자량이 4인데

공기는 대략 질소 78%+산소 21%+나머지 1%=평균분자량 약 29입니다.

더 간단히 생각해봐서, 헬륨 풍선이 공기중에 뜹니다.^^;;


그런데 이런 밀도가 작은 공기는 온도가 같은 상황에서 

소리의 속력을 빠르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뭐, 이걸 이상기체상태방정식으로도 유도가 가능하나

간단히 그레이엄의 확산 속도 법칙으로 알아보죠.

그레이엄의 확산 속도 법칙은 일정한 온도와 압력에서,

기체의 분출 속도는 기체의 분자량(혹은 밀도)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는 법칙입니다.

수식으로 쓰면 아래와 같습니다.


v는 속력, M은 분자량, d는 밀도이지요.

이걸 진짜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같은 크기의 쇠공과 나무공을 같은 힘으로 던졌을 때

어느것이 빠릅니까?

당연히 나무공이 빠르죠?

같은 원리로 무거운 기체는 느립니다. ^^


그러면 헬륨이 공기보다 밀도가 작으니 속력이 빠르겠죠?

(물론 우리 폐 안의 온도와 압력이 거의 일정하니까 가능한 말이겠죠?)

속력이 빠르면 성대를 더 많이 떨게 만듭니다.

그 이유를 비유를 해 보자면 이것과 같아요.

벽에다가 1초에 1개씩 공을 던지는 것과, 

1초에 3개씩 공을 던지는 것을 비교해보면

같은 시간당 벽이 맞는 횟수는 1초에 3개씩 공을 던지는 경우가 많죠.

이와 같이, 공기가 빠르게 움직이면 성대가 훨씬 빠르게 떨립니다.


반대로, 공기보다 무거운 크립톤(분자량 84, 동위원소 포함시 83.8정도 됩니다)은

밀도가 크기 때문에 공기의 속력이 느려서 성대가 덜 떨려

목소리가 낮게 나오는 것이죠.


그런데, 왜 헬륨하고 크립톤을 쓸까요?

그러니까, 굳이 헬륨이 아니고 수소를 써도 목소리가 높아질텐데,

그리구 굳이 헬륨까지 안 가고도 아르곤을 써도 목소리가 낮아질텐데 말이죠.

그것은 헬륨과 크립톤이 비활성기체이기 때문입니다.

비활성기체는 신체 내의 다른 물질들과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혼자서도 안정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른 것과 반응을 할 가능성이 있는 수소는 못 쓰이고,

아르곤을 왜 안쓸까는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쓸 일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공기중에 들어있는 기체 조성비 중 3위가 아르곤인데 비활성기체는 쓸 일이 많으니

아르곤은 산업현장으로 다 들어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비활성기체는 아니지만 안정성이 뛰어난 질소기체는

공기와 밀도가 비슷한 관계로(질소 원자량 14, 분자량은 질소 2개니까 28)

목소리 변화를 거의 못 느껴 안 쓰이는 것 같더군요.


이런 비활성기체를 마시면서 목소리를 변화시킬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

비활성기체를 너무 많이 마시면 폐 안에 산소가 부족해집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질식해 죽습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는 비활성기체를 감지하는 시스템이 없어서

아프다는 느낌 없이 그냥 죽는다고 합니다.

목소리 변조 이벤트로 헬륨 마시다 죽는 사람도 있고

산업현장에서 사고나서 아르곤 가스 너무 많이 마셔 죽는 사람도 있고

질소도 산업현장에서 죽는 경우고 있고 자살 사례도 있다네요.

해외는 동물의 안락사에도 쓰입니다.

그러니까 적당량 마시고 이벤트를 해야지 죽을 정도로 마시면 안 됩니다!!


자, 너무나 간단해 보이는 문제를 장황하게 말해서 드디어 끝났네요.

오늘의 글을 요약해보면

'헬륨은 공기에 비해 밀도가 작아 소리의 속도가 비교적 빠르기 때문에

성대를 더 많이 떨리게 만들어 목소리가 높아지고

크립톤은 그 반대이다'라 할 수 있겠네요.

참...우리 주변의 현상은 간단하지만 심오한 과학이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