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다윈 지능

미레티아 2016. 2. 29. 17:24


제가 예전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창조론자의 글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창조론이 왜 맞는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더군요...

진화론을 믿는 저로써는 그 분이 진화론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채로

무조건적으로 틀렸다, 틀렸다 하고 있는 것이 신경에 거슬렸습니다.

굳이 창조론을 믿는 사람에게 진화론을 믿으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비판을 하면 괜찮은데 비난식으로 가니까 말이죠.

뭐, 어찌되었든 이 책은 교회를 다니시는 생물학자가 쓴

진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진화를 교과서에서 나오는 것처럼 쓴 책은 아니고요,

진화의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면서 인간 세계에 대한 고찰도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요.

저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눈과 후두개에 대한 이야기에요.

눈은 창조론자들이 지적설계설을 주장할 때 가장 많이 드는 예시이죠.

하지만 우리의 눈은 맹점이 있습니다.

어쩌면 맹점이 없는 오징어보다 못한 눈이라 볼 수도 있죠.

후두개가 존재하는 이유는 기도와 식도가

코와 입의 위치와 반대로 배치되어 있어

서로 교차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죠.

참...가끔 사람이 전 생물의 우위에 있고 제일 잘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진화는 어떤 방향도 없는데, 왜 항상 인간이 제일 잘났다 생각하는지...

작가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면 무슨 재료라도 가져다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기계를 만들 수 있는 공학자와는 달리 자연 선택은 이처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들을 가지고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 문장을 듣고 떠오르는 것이

만약 인간이 인공지능을 만든다면 어떨까...궁금합니다.

저희가 생명을 만드는 공학자가 된다면... (윤리적인 문제가 더 크겠지만요.)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이 레크(Lek)였습니다.

레크는 수컷들이 모이는 장소래요.

해마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들이 레크로 몰려들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암컷들은 자리 다툼이 끝나고 수컷들이 자리를 잡으면

수컷들을 돌아다니며 수컷들의 기량을 가늠합니다.

인간 생활에서 이와 비슷한 것은 용산 전자상가처럼 같은 품목을 파는 가게가

여러 개 붙어있는 곳입니다.

전 솔직히 이해가 잘 안 갔어요.

꽃시장에 가 보았을 때 몇 발자국 지나가면 다른 가게래요!

어찌되었든, 왜 그렇게 모이는 것이 이득인지 나름 생각한 것이

'무슨무슨 상가'로 유명해지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까...라 느꼈고요,

경제학에서 어떻게 설명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레크가 경제학의 설명과 비슷한지 뭔지는 연구된 바가 없대요.

그래서 아직도 이유가 모호한 상태이고요.

이걸 보면서 저자는 경제학을 예시로 들었지만

전 speed dating도 레크의 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

뭐가 되었던, 우리와 같은 생물인데도 동물의 행동은

인간세계의 상식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도 많고

연구도 안 된 부분이 많아서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총평을 내리자면, 쉬운 편이지만 예시가 많아서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각 주제의 세부 사항이 적기 때문에

리처드 도킨슨의 책이나 다른 생물, 진화책들과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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