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죽이는 화학

미레티아 2017. 3. 11. 08:42


저번에 교보문고에서 이달의 출판사 이벤트를 하길래 신청했었는데

당첨이 안 되어서 슬펐는데

학교 도서실에 신간도서로 와 있더라고요!

알고보니 친구가 신청했던 책이었습니다.

(친구야 내가 먼저 빌려서 미안... 나름 빨리 읽으려고 했어...)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에서 나온 독약들을 소개합니다.

나오는 순서는 영어 알파벳 순서에요.

역할이 비슷하거나 상반되는 것끼리 묶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니코틴과 독미나리에 있는 코닌은 비슷하게 작용을 하고

아트로핀, 아코니틴, 아코티늄 등 이름이 비슷한 식물 속 화합물이 많기도 하고

한 독의 해독제(...보다는 증상 완화?)로 다른 독을 쓰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알칼로이드계 식물독끼리, 니코틴 친구들끼리,

원래 특정 목적이 있는 약인데 독약으로 쓰일 수 있던 것끼리 묶어놓았다면

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에 좀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또, 책에 화학 구조나 이름이 많이 등장하는데

유기화학을 많이 하거나 뭐 그런 사람들이면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사람을 위하여 구조식을 책 중간중간에 넣었더라면 좀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구조식은 책 맨 뒤쪽에 있긴 있어요.

단지 (제가) 책을 왔다 갔다 보기 귀찮을 뿐....

어쨌든! 이 책 꽤 재미있어요.

책의 구조는 간략한 소개, 독약의 설명, 살인법(이렇게 쓰니 이상한데),

해독법, 실제 사례 및 크리스티 소설 예시, 분석이 있습니다.

소설은 스포를 막기 위해 자세한 설명은 없어보입니다.

제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실제 사례였습니다.

원리는... 약간 어렵고 살인법은 쓸데없고

해독법은... 각 약 별로 처리하는 것이 잘 모르겠으면

"활성 숯을 처리하여 체내에 흡수되기 전 숯이 독약을 빨아들이도록 한다"

...만 외우고 있으면 될 것 같고

소설은... 안 읽어서 모르겠고...

나중에 소설을 읽어보고 싶긴 하지만

왠지 전집을 다 읽기는... 사람이 너무 죽고 등장인물도 많아서 힘들 것 같아요.

(전 책만 덮으면 주인공 이름을 까먹는 현상을 자주 경험하기 때문에...)

그래서 사례가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몇 가지는 완전 범죄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건도 있었더라고요.

제일 인상깊었던 범죄자는 독성학을 정말 좋아하고 많이 아는데

15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몰래 실험(?)을 하는 덕분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고, 다치게 했죠.

그 사람은 정신병원에서 정상 판별을 받을 수 있도록

의사를 속이는 일도 잘 했는데

누가 자신이 넣은 독약을 먹어서 증상이 나타나면

자신이 독약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을 떠들고 싶었는지

뭐는 무슨 약 증상이고 처치는 어떻게 되고 뭐 그런 것을 말하는 바람에

잡혀갔다고 합니다.

.... (나름 그런 기질도 있어서 잡혔지,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 났을 것 같아요...)

인상깊었던 약은 벨라 돈나와 리신, 청산가리 등등이었는데

사람은 역시 자신 주변에 있는 것 혹은 자신이 아는 것 위주로 기억을 하나봐요.

청산가리는...원리가 인상깊었습니다.

시안화물(청산가리가 여기 속하죠)은 산화력이 매우 강해(맞지?)

미토콘드리아의 세포호흡 과정에서 최종전자수용체인 산소 대신에

시토크롬 c 산화 효소의 철에 달라붙어서

전자 전달계가 작용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청산가리 말고 이와 비슷한 약물의 영향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던 것 같아서

기억에 특히 남네요.

벨라도나는 동공 크기 키우는 것으로 많이 쓰였죠.

(친구랑 수다떨다가 어쩌다 이 이야기가 나와

중뇌와 동공에 대해 열심히 검색했던 기억이....)

리신은 귀엽게 생긴 피마자 씨앗에 들어있는 독약으로

(피마자 씨앗은 얼룩얼룩하게 생겼는데 언뜻 보면 귀여운 벌레 닮았어요^^)

크리스티가 과학적 오류를 많이 범한 독약이기도 한대요.

1978년 전까지 추적 불가였다니....당연한 이야기죠.

이번에 김정남 암살 사건이 리신에 의해서 그럴 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있었고

(결국은 아닌 것으로 판단났지만)

책에 묘사된 중독 증상이 끔찍해서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리신은 리보솜을 변형시키거나 절단하니까

리리 리자로 시작하는 말~과 일치해서 더 기억에 남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독약에 대해, 크리스티에 대해, 화학에 관심이 있으시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단,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으면 좀 어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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