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게시판

[한 마리씩] 4. 웜뱃(Wombat)

미레티아 2018. 3. 8. 20:07

사진 출처: FactZoo ( http://www.factzoo.com/mammals/wombats.html )

지리적으로 격리가 되어있다면 같은 종이었더라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가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곳 중 한 군데가 호주입니다. 다른 대륙들은 서로 가깝고 붙어있고 그러는데 오세아니아는 혼자 덩그라니 떨어져 있잖아요? 그래서 호주를 비롯해 뉴질랜드 등에는 (북반구에 사는 저희 입장에서 보았을 때) 신기한 동물들이 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웜뱃이에요.


1. 주머니?!!

웜뱃은 캥거루목에 속합니다. 캥거루의 특징은? 주머니가 있다! 사실 육아낭은 캥거루 뿐만 아니라 유대류의 특징이죠. 호주에 대부분의 유대류가 분포하는데, 그들이 주머니를 진화시켜야 했던 이유는 호주 대륙이 해안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척박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진 않아요. 임신하고 있는 것보다 굉장히 미성숙한 상태의 새끼를 육아낭에 넣는 것이 더 안전하다니....

어쨌든! 웜뱃도 유대류이므로 주머니가 있는데... 조금 특이한 점이...

사진 출처: Cradle Mountain 

http://cradlemountain.net/2011/04/wombat-baby-wildlife-cradle-mountain-tasmania/ )

방향이.... ㅋㅋㅋㅋㅋ 뒤를 향해 있습니다. 캥거루나 코알라와 같은 애들은 앞을 향해 있는데 말이에요. 뭐, 이렇게 육아낭이 뒤를 향한 아이가 웜뱃 말고도 태즈매니아 데빌도 있긴 한데, 이러한 방향에 저희가 익숙해져 있지 않아 좀 웃기죠.

왜 육아낭 방향이 뒤를 향해 있을까요? 이것은 웜뱃이 굴을 파서 그래요. 앞발로 굴을 파면서 흙을 뒤로 보내야 하는데 만약 육아낭이 앞을 향해 있으면 불쌍한 새끼 얼굴로 흙이 마구마구 가겠죠? 그래서 새끼가 더러워지고 숨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저렇게 육아낭이 뒤를 향해 있다고 합니다. 대신에 어미와 주머니 안의 새끼와 상호작용 하기가 어렵다고 하네요.


2. 딱딱한 궁뎅이~ 

웜뱃의 궁뎅이는 대충 보면 토실토실해 보이는데 실제론 딱딱하다고 합니다. (참고로 궁뎅이는 궁둥이의 사투리라는데 뭔가 궁뎅이가 더 귀엽지 않아요?? ㅋㅋㅋ 웜뱃 엉덩이/궁둥이 보다는 궁뎅이가 저는 귀여운 것 같아요 ㅎㅎ) 가죽도 두껍고 골격계를 찾아보니 뼈도 상당히 튼튼해 보이는데 어쨌든, 그 궁뎅이로 천적의 두개골을 깨부술 수 있다고 하네요.

만약 천적이 웜뱃을 공격하려고 하면 (웬만하면 천적에게 하지 쫓아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싶은데) 웜뱃은 굴로 갑니다. 그리고 굴 입구를 막고 대기를 해요.

(좋아 그림을 정말 못 그렸군+사진도 정말 못 찍었군)

그리고 몸을 살짝 낮추면 천적이 아무것도 모르고 웜뱃 위로 올라가려고 하고요, 그 상태에서 웜뱃은 딱딱한 궁뎅이를 위로 세게 들어올리며 퍽퍽 치면 천적의 두개골이 박살난답니다.... 제 생각에 저 전략은 굴을 좋은 위치에 잘 파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궁뎅이로 치는 힘에 굴 위쪽 땅이 부셔지면 안되잖아요??


3. 정육면체 똥??

이건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자주 올라와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는 내용일거에요. 웜뱃은 정육면체 똥을 쌉니다... 근데 처음 쌀 땐 약간 통통한 정육면체? 인 것 같아요. 좀 마르면 진짜 정육면체를 닮아가더라고요 ㅋㅋㅋ

사진 출처: Useless Daily

https://www.uselessdaily.com/animals/which-animals-poop-has-cube-shape/#.WqET9ujFJPY )

이렇게 정육면체 똥을 싸는 이유는 영역표시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일단, 똥이 동그래서 막 굴러가면 자신의 영역표시가 제대로 안 되고 옆 영역에 사는 웜뱃이 그걸 발견할 시 어쭈 이놈 하면서 공격해 올 수 있잖아요. 또, 천적이 발견하면 그것도 안 좋고요. 그래서 굴 주변에 안 굴러가는 이러한 똥을 싼다고 해요.

그렇다면 어떻게 이렇게 네모난 똥을 만드는 건가요? 항문이 사각형인 것은 절대 아니고, 소화기간이 길어 (14~18일 정도?) 똥을 상당히 건조하고 압축을 시킵니다. 똥이 말랑말랑하면 항문을 나오면서 도로 동그란 모양이 되어버리겠죠? 그리고 장의 모양이 약간 네모난 구역이 있고, 그 구역이 지나면 매끈한 구역이 있대요. 그래서 네모난 구역에서 네모낳게 만든 다음에 매끈한 구역에서는 그 모양을 유지하면서 똥이 지나간다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길고 네모난 똥이 아닌 저런 똥을 싸기 위해서 끊어서 싼다는.... (저런저런....)


웜뱃은 세부종이 3개가 있는데, 사진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애기웜뱃과 남방털코웜뱃은 IUCN에서 LC, 관심필요로 지정되어있는데 북방털코웜뱃은 CR, 위급에 속합니다. 그래서 그런가.... 남방털코웜뱃은 사진이 꽤 나오는데 북방은 사진이... 못찾겠어요....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 https://ko.wikipedia.org/wiki/%ED%84%B8%EC%BD%94%EC%9B%9C%EB%B1%83%EC%86%8D )

위 사진은 남방털코웜뱃입니다.

일반적으로 애기웜뱃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다른 웜뱃에도 관심을 가지고 보호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항상 무슨 역할을 가지고 있고, 그 존재가 사라질 때에 못 하게 될 역할은 누가 대체하겠습니까.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 주겠지,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 다른 이들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큽니다.

자, 그래서 오늘의 웜뱃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칠께요~ 관심이 있으시다면 Rear End Defense: Wombat, Australia 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시면 좋은데 구할 수가.... 없.... 분명히 유료라 해도 다시보기가 있을 것 같은데 전 못 찾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