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그 쇳물 쓰지 마라

미레티아 2018. 3. 8. 23:54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 고등학교 때 도서실에는 없다가 

대학교 오니 중앙도서관에 딱! 있네요 ㅎㅎ

이 책의 저자는 다음에서 닉네임 제페토를 쓰시는 분이고요

다양한 기사의 댓글로 시를 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근데 정말.... 글을 잘 쓰는데

그 글의 발상이 참신한 것들이 매우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명동에서 상인들이 피해를 본다... 라는 내용의 기사에

'신을 믿는다는 것은 사랑했던 이가 지옥에 있으리라는 것을 또한 믿는 것이기에

차라리 나는 불신자가 되련다'

.....정말 참신한 생각이고 공감도 가고 그래요.

회색인간이라는 책을 보면 '할머니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가'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사실 저는 책이 아니라 브런치에서 연재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대충 내용이 어떻게 되냐면, 할머니는 천국에 가야 하는데

할머니의 딸은 지옥에 가 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가 지옥에 보내달라고 하고

직원들은 할머니를 지옥으로/천국으로 보내는 것에 토론을 합니다.

약간 그 내용이 떠오르면서

....저는 애초에 불신자지만 불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누군가를 그렇게 지옥까지 따라갈 정도로 좋다는 것이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잘 안 가지만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되기도 하는 것 같긴 하고....

모르겠어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 쇳물 쓰지 마라'도 읽다보면 마음이 아픈 시이고

기사가 소개되어있지 않은, 블로그에 썼다는 글을 추린 마지막 3부도

정말 인상깊고 아름다운 시들이 많아요.

'이별'이라는 시는 헤어지기 싫은데 헤어져야 하는

그런 감정을 하늘에 있는 별을 반반 나눠

그 별들을 세며 늙어죽기로 약속한다는 표현이....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예뻤어요.

'환삼덩굴'이라는 시는 딱 2줄인데 딱 인상을 깊게 주더라고요.

저는 시골에서 환삼덩굴만 보면 자르자~뽑자~를 외쳐댔는데

그 환삼덩굴을 보고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니...

어쩌면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커서 집착으로 이어진 것 아닐까 생각도 해 보고...

하여간 전 어렸을 때 왜 시집을 읽는지 이해가 안 갔어요.

딱히 그래, 멋있는 말 줄줄 써 놓았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 이 분 유명하지, 그래서 수능에 잘 나오지, 그래서 뭐가 무슨 의미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시에 대해서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원문으로 된 괴테의 시를 보았는데

제가 독일어를 하나도 할 수 없는데 시가 너무 예쁜거에요.

정말 시가 예뻐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시는 언어의 멋진 구사? 정도로 느끼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까 시의 내용도 줄글로는 전할 수 없는

뭔가 마음을 파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입시나 학교 내신을 위해서 시를 배우는 짓은 

하지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해 봅니다.

시집을 솔직히 찾아서 보는 사람들 적잖아요.

그 사람들이 시의 매력을 왜 모를까요.

안 보니까 모르죠!

왜 안 볼까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전 학교 교육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사춘기 이후의 감정이 사랑 관련 시의 감상에 영향을 주겠지만

사춘기 이전에도 사랑과 관련되지 않은 시를

이성적과 감성적으로 모두 받아들일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요.

뭔가 독서 기록의 마지막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

정말 예쁜 글들이 많아요.

한 번 심심할 때, 자투리 시간에 몇 편씩 읽어보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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