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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 C 계열 종이에 관해서

미레티아 2013. 1. 8. 10:45

  초등학교 4학년 때, 가방 지퍼가 고장나는 바람에 엄마가 새 가방을 사 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가방이 작아서 낱장화일에 들어가는 A4크기의 통신문도 잘 안 들어갔다. 위에를 좀 구기면 되었지만 워낙 그 나이는 요구르트 뚜껑(?)인 초록색 종이도 동그랗게 안 뜯기면 우는 나이였기에 억지로라도 A4용지를 펴서 가방에 넣으려고 했었다. 그러다가 의문점이 생긴 게 있었다. 왜 하필 A4용지를 쓰지? 책 크기의 종이면 가방에도 잘 들어가고 편할텐데. 그래서 종이에 대해 찾아보느라 컴퓨터를 열심히 두드린 적이 있었다. 그 때 조사한 것이 아직 남아있길래 좀 더 정리해서 글을 써 보려고 한다.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정한 종이에는 크게 3가지 규격이 있다. 알파벳 첫 3글자인 A, B, C 계열인데 요즘에는 각각의 용도를 정해놓고 사용하는 편이다. 뭐가 어떻건 간에, A계열 종이는 너비와 길이의 비율이 1:√2 이다. 왜 하필 이런 비율로 짰을까. √2는 무리수이고 중학교 3학년 때 배우는 내용인데. 이 종이의 비율을 고안한 사람은 독일의 '오스왈드'라는 사람이다. 그런데 유명하지 않은건지, 동명이인이 많은 건지 Full Name을 찾을 수 없다. 어쨌든, 이 비율을 가진 종이는 반으로 접으면 똑같은 비율을 가진 2장의 종이가 나온다. 그래서 A4용지를 반으로 접어서 자르면 A5용지가 두 개 나온다. 우리가 흔히 전지라고 부르는 것은 A0용지로 A계열 종이에서 가장 큰 녀석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열심히 나눠봐서 √2가 안 나온다는 소리는 하지 말도록. 왜냐하면 정수÷정수는 분수 꼴로 나타낼 수 있어서 유리수이다. 무리수 값을 만들다 보면 mm를 정확하게 쓸 수 없어 반올림 한 수치이기 때문에 얼추 비슷하게만 나올 수 밖에 없다.


출처: http://ko.wikipedia.org/wiki/%ED%8C%8C%EC%9D%BC:A_size_illustration.svg

  그럼 B계열의 종이는 뭘까? B계열은 같은 번호의 A계열 종이와 그 이전 번호의 A계열 종이의 기하평균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기하평균이라고 해서 어려운 것이 아니고 그냥 √(a×b)를 a와 b의 기하평균이라고 한다. 평균은 산술평균, 기하평균, 조화평균으로 크게 세 가지인데....아니다, 이 얘기는 딴 소리니까 하지 말고 하여간 예시를 들어보면 B4의 너비는 √(210×297)이다. 계산하기 귀찮으니 그냥 넘어가고 이것도 정확한 수치가 아니고 반올림을 한다. 그러니 아래 넣은 그림보고 열심히 곱하고 제곱근 해 보고 하는 수고는 하지 마시기를. 아, 이것도 반으로 자르면 다음 번호의 종이가 2장 나오는 성질이 있다.


출처: http://ko.wikipedia.org/wiki/%ED%8C%8C%EC%9D%BC:B_size_illustration2.svg

  그런데 왜 A만 쓰지 않고 B도 만들까? 왜 비율을 그렇게 반 자르면 작은 사이즈 종이 2장이 나오도록 할까? 그것은 확대복사나 축소복사 할 때 다양한 크기를 위해서이다. 내가 만약 A4용지 크기의 그림을 2배 확대하고 싶다면 A3용지를 사용하면 되는거고, 2배보다 더 작게 하고 싶다면 B3용지를 사용하면 되는 거다. 그렇게 하면 약 1.7배 확대복사가 된다. 또한, 남거나 부족한 용지가 없도록 하고 싶어서 반 자르면 작은 사이즈 종이 2장이 되도록 한 것이다. 솔직히 우리가 색종이를 반 자르면 길쭉한 직사각형이 나와 한 번 더 접으면 원래 색종이의 1/4크기가 되지 않는가? 그리고 정사각형 말고 조금 긴 직사각형은 원래 크기의 축소판을 만드려면 자로 재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귀찮고 종이 낭비다. 그래서 A, B계열에 비율도 계산해서 만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C계열의 종이를 설명해야겠다. 우리 기술선생님이 C계열은 없댔는데 그건 그냥 접해보지 못하신 것이고, 아주 생소한 단어인 C계열 종이도 있긴 있다.  C계열 종이의 크기는 같은 번호의 A와 B계열 종이 크기의 기하평균이다. 즉, C5는 A5와 B5의 기하평균만큼의 크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얘는 봉투를 만들 때 쓰는 규격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C5종이로 만든 봉투에는 A5종이가 들어간다. 그리고 C계열에는 1/3로 접은 종이가 들어갈 수 있도록 C6/C5와 C7/C6, DL이라는 이름을 가진 종이도 있다.


출처: http://ko.wikipedia.org/wiki/%ED%8C%8C%EC%9D%BC:C_size_illustration2.svg

  이렇게 다양한 종이가 있는데 프린터기는 대부분 A4만 지원한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다. 나중에 독립해서 프린터기 사면 레이저 프린터로 복합기에....아니, 그럼 너무 비싸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