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냉정한 이타주의자

미레티아 2019. 5. 16. 11:23

가끔 경제학자들의 논리들을 보면 굉장히 냉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냉정한 이타주의자 책 표지 /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다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을 보면서도 그런 것을 약간 느꼈다.

물론 그 책의 저자분은 막 그렇게 냉정하지는 않았지만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이라고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 정말 우와... 참 이성적인 사람들이야.... 하는 생각이 든다.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이타주의를 제일 비용효율적으로 실시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질문들은 내가 예전에 생각해보았던 질문들이 많다.

예를 들어, 내가 환경단체에 기부를 해야 할까, 기아대책에 기부를 해야 할까?

내가 봉사활동을 가서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느낌보다 열정페이로 일하고 온다는 느낌이 드는데, 차라리 나중에 돈을 많이 번 다음에 기부를 하면 더 좋지 않을까?

다양한 구호단체들 중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내가 채식을 한다고 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채식을 하는 것이 아닌데, 과연 내가 채식을 한다고 해서 사회에 이득이 되는 것이 있을까?

하지만 나는 과거에 이런 질문들에 대해 냉정한 관점으로 보지 않았으며, 내 삶에 있어서 중요한 질문들이 아니었기에 대답을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정말 냉정하고 경제적인 기준들을 제시해준다.

1.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

여기서는 QALY(Quality-Adjusted Life Year), WALY라는 개념을 통해서 설명한다.

QALY는 '질보정수명'으로 우리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햇수를 의미하고

WALY는 '행복보정수명'으로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햇수를 의미한다.

QALY와 WALY를 더 많이 높이는 활동에 투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QALY나 WALY는 행복의 수준을 측정하는 것, 아픔으로 인해서 손해를 본 건강함이 몇 퍼센트 정도 되는지 등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기준이라고 생각된다.

2.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가?

이건 워낙 당연한 소리니까 더 자세한 설명은 생략.

3. 방치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가?

일본 대지진 때 국제원조금, 아이티 대지진 때 국제원조금은 둘 다 50억달려였다.

아이티가 10배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고, 1인당 GDP가 30배나 낮은 데 말이다.

쓰촨성 지진은 일본 지진의 5배, 아이티 지진의 0.5배 만큼의 사람이 죽었지만 국제원조금은 5억 달러였다.

이렇듯 재해 구호는 세상의 관심이 얼마나 쏠리냐에 따라 모금액이 많이 달라지고, 그 모금액은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저자는 남을 돕고 싶다면 재난 사고로 인한 울컥하는 마음을 다잡고 기부하는 돈이 가장 큰 보탬이 될 곳에 기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4. 우리가 돕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내가 안 도와도 어차피 누군가는 돕게 되는 그런 일들이 있다.

그런 활동을 본인이 제일 잘 할 자신이 없다면 하지 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심장마비로 쓰러졌는데 당신과 구조대원이 동시에 그 사람을 발견하면 구조대원에게 맡겨라.

봉사활동도..... (굉장히 미안한 말이지만) 어리바리하고 사고치면서 도움이 안 되면 하지 말라는 소리인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어떤 일을 처음 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다.

전문가들도 처음에는 어리바리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못할 것이라고 남에게 맡기고 아예 시작을 안 하게 되면 미래에 그 분야 전문가가 없어지지 않을까?

자칙 잘못하다간 기업들이 경력직만 뽑으면, 신입들이 경력을 쌓을 곳을 찾지 못해 경력직이 못 되는 이야기와 비슷한 구조로 흘러갈 수 있으므로, 100%로 단정짓기는 어려운 문장이라 생각된다.

5.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성공했을 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정말 경제학자다운 생각이다.

...맞는 말인데 심적으로는 안타까운 말이다.

나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예전에 했었다.

구호 활동가들이 테러에 대비하는 훈련에 대한 기사를 예전에 본 적이 있는데, 폭탄이나 총 소리가 난 뒤에 으악! 하는 소리가 들린 곳에 제일 먼저 뛰어가면 안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소리를 내지를 정도면 심각하지 않은 환자이기 때문에 소리도 못 내고 다친 사람들을 위해 조용한 곳에 먼저 뛰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소리도 못 내면 거의 죽었다고 보고, 소리를 낸 사람에게 가서 치료를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왜냐하면 거의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재정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데 결국 죽어버릴 수도 있으며, 치료가 늦어진 경상 환자들이 그 시간동안 다른 감염병 등으로 중상 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응급실은 위급한 사람 먼저 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거야 우리나라 의료 수준 상 정말 위급한 사람도 잘 회복시키니까 그럴 수도 있는데 만약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그 때는 순서가 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뭐, 이 책이 말하는 것은 개개인이나 개별 상황이 아닌 전체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라서 내 생각과 포인트는 다르지만, 어쨌든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런 고민을 해 보았다.

책을 읽다보면 생각보닥 상식을 깨는 내용들이 많다.

특히 2부, 예시를 드는 부분에서.

근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우리는 대학교에서도 무엇이 도덕적으로 가치가 있으므로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런 수업을 교양으로 듣는데 사실은 그런 행동이 큰 의미가 없다니 정말 안타깝고도 놀랍고, 그럼 이제는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