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은 자다가 모기 소리에 잠에서 깼다.
여름...모기의 계절이다.
모기는 물린 곳이 가려워서 엄청 짜증나는 생물이다.
그런데 요즘은 말라리아 위험지역이 야금야금 퍼지고 있어서 더 짜증난다.
그나저나 말라리아가 무엇일까?
오늘은 말라리아에 대해 알아보겠다.
1. 원인
'말라리아 원충', 혹은 옛날말로 말라리아는 '학질(瘧疾)'이라 불렀기 때문에 '학질원충'이라고도 하는 일종의 기생충 때문에 걸린다.
영어로는 플라스모디움(Plasmodium)이라고 한다.
'원충'은 원생생물인데...
세균도 아니고 바이러스도 아니고 단세포 생물의 한 분류이다.
말라리아 원충은 모기 안에서 기생하다가
모기가 사람을 물면
인간에게 넘어와서 감염된다.
즉, 감염된 모기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모든 모기가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색 모기는 빨간집모기로, 말라리아를 옮기지 않는다.
(대신에 일본뇌염을 옮길 수 있다! 허허... 일본뇌염 백신 잘 맞아주세용)
검-흰-검-흰 줄무늬가 있는 흰줄숲모기랑 토고숲모기도 옮기지 않는다.
(대신에 각각 지카바이러스 / 사상충을 옮길 수 있다! 아 물론 아직 지카바이러스는 우리나라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
새까맣고 자리에 앉았을 때 궁뎅이를 45도 각도로 치켜들고 있는 '얼룩날개모기'가 말라리아를 옮길 수 있다.
사실 색상으로 구별하기 어려우니 앉아있는 각도로 구별하는 것이 제일 쉽다고 하는데
난 일단 때려죽인 다음에 무슨 모기인지 구별하는 편이다.

2. 병태생리
이게 학생 시절에는 엄청 열심히 외웠었던 부분인데...
약간 생활사가 뭐로 바뀌었다가 뭐로 바뀌었다가가 많아서 헷갈린다.
대충 요약하면
말라리아 원충은 모기의 침샘에서 포자소체의 형태로 있다가
모기가 인간을 냠 하고 물면 포자소체가 넘어와서 피를 타고 둥둥 돌아다니다가
간에 도착해서 간세포로 쏘옥 들어간다.
이후 (원충 종류마다 다른데) 바로 뽈뽈 분열하기도 하고 1년 정도 있다가 분열하기도 한다.
어쨌든 간세포 내에서 열심히 분열한 원충은 간세포를 터뜨리고 나와서
적혈구로 가서 적혈구 내에서 분화한다.
그리고 적혈구를 터뜨리고 나오고...
다른 적혈구로 들어가고...
다시 터뜨리고 나오고...
무한 반복이다!

3. 종류 & 증상
인간에게 감염되는 말라리아는 크게 4종류가 있다...라고 배웠었는데
어느 순간 5종류가 있다...로 내용이 바뀌었다.
그게 한 종류가 원래는 인간이 아닌 원숭이에게 감염되는 말라리아였는데
동남아시아에서 인간에게 자연감염 되는 경우가 보고되어서 추가되었다.
말라리아는 종류마다 증상도 다르고 호발하는 위치도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해서 호발하는 타입은 Plasmodium vivax(줄여서 P. vivax)로 삼일열 말라리아를 유발하고,
가장 치명적인 타입은 P. falciparum으로 열대열 말라리아를 유발한다.
참고로 falciparum이 얼마나 치명적이냐면
중증 말라리아(의식 저하, 심한 빈혈, 급성신부전, 급성호흡곤란, 황달 등) 발생 시
발생 후 48시간 이내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 10% 이상,
치료를 해도 0.4~4%의 사망률을 보인다.
저 둘 빼고 나머지 말라리아 종류는... 그렇게 중요하게 배우진 않...
| P. falciparum | P. vivax | P. ovale | P. malariae | P. knowlesi | |
| 국문 | 열대열원충 | 삼일열원충 | 난형열원충 | 사일열원충 | 원숭이열말라리아 |
| 지역별 분포 | 아프리카, 동남아 일부, 파푸아뉴기니 | 아시아, 중남미, 일부 아프리카 | 서부 아프리카, 파푸아뉴기니 | 전 세계 열대지역 산발적 분포 | 동남아시아 일부 |
| 발열주기 | 불규칙 (36-48시간) | 48시간 | 48시간 | 72시간 | 24시간 |
| 재발 가능성 (간의 휴면기 형인 hypnozoite 존재) | X | O | O | X | X |
| 특이사항 | 치명률 높음, 다장기 침범, 빠른 진행 | 짧은 잠복기와 긴 잠복기 존재 | 짧은 잠복기와 긴 잠복기 존재 | 잠복기 길고 만성화 가능 | 증식 속도 빠르며 중증화 가능 |
참고로 발열주기는 아래 그림과 같이
- 여어어여러ㅕㄹ어ㅓ렁: 불규칙
- 하루 열 → 하루 열 안 남 → 하루 열 → 하루 열 안 남: 삼일열, 48시간 주기
- 하루 열 → 이틀 멀쩡 → 하루 열 → 이틀 멀쩡: 사일열, 72시간 주기
- 하루 동안 열 올랐다 내렸다 반복: 24시간 주기
...으로 해석한다.
그러니까 병원 갈까? 말까? 갈까? 말까?가 반복되면 가시면 됩니다.

그런데 말라리아의 증상은 좀 비특이적이다.
열이 나요, 피곤해요, 머리가 아파요, 배가 아파요, 근육이 아파요...
몸살감기도 뭐 그렇잖아?
그래서 병원 와서 빈혈이 있는지, 혈소판이 줄었는지, 비장이 커졌는지, 간이 커졌는지, 등 여러 검사를 한 다음에
여행력 및 거주력을 확인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북한 인접 지역(파주, 연천, 철원 등)에서 말라리아가 좀 많아서
(아마 북한 쪽에서 감염된 모기가 넘어오는 것으로 추정)
해당 지역에 여행력이 있거나 군대 등으로 살았던 적이 있는지 확인을 한다.
만약 해외 갔다왔으면... 열대열 말라리아 여부와 치료제 내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아주아주 중요하므로
어디 갔다오셨어요? 며칠 갔다오셨어요? 모기 물렸어요? 같이 가신 분들도 비슷한 증상이 있나요?
...이런 질문을 왜 하지? 해도 여러분의 신상을 터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쇼...
그런데 위 표에서 보면
간에서 원충이 휴면기로 쉬고 있다가 나중에 뿅 하고 재발 가능성이 있는 vivax와 ovale는 잠복기가 두 종류이다.
짧은 잠복기는 감염되고 한 1~3주 있다가 발생하는 것인데
긴 잠복기는 감염되고 나서 내년에 발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vivax가 우리나라 호발종이니?
올해는 위험지역 다녀오신 적 없으시다고요? 그러면 작년에는요? 작년에는 어디를 갔다오셨나요?
...기억력 테스트인가 싶을 정도로 물어봐도 화내지 마세요...ㅎㅎ
예전에 학생실습 할 때 당시에는 위험지역이 아니었던 지역만 다녀온 사람이 말라리아 진단이 되었어서
학생도, 전공의도, 교수님도 여행력 등을 계~~속 물어봤던 적이 있다.
근데 요즘은 서울까지 말라리아 경보가 내려진다고라고라고라....?!?!
4. 진단
배우기로는 혈액도말검사(피 얇게 쫙 펴서 세포들 관찰하는 것)를 하면
각 종류마다 관찰되는 원충의 모양이 달라서 알 수 있다...라고 하는데 그걸 우선적으로 하진 않고
보통 Rapid malaria Ag test라고 독감 검사나 코로나 검사처럼 키트로 나온 게 있다.
물론 5종류를 다 보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굳이 5종류 검사를 다 할 필요도 딱히 없...
그리고 그 외에 좀 비싸긴 한데 PCR을 하기도 한다.

5. 치료
치료법에 대해 알기 앞서, '살충제 내성', '항생제 내성'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았는가?
'내성'이라는 것은 그 약에 대해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말라리아는 치료제에 대한 내성이 지역마다 다르다.
그래서 '어디서 감염되었는가?' 가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로
가끔 의사 국가시험 문제를 보다 보면 지도를 주고 "해당 환자는 몇 주 전 지도에 표시된 지역을 여행한 적 있다"라고 나오면서 "치료제는?"이런 문제가 있다... (아 물론 동남아인지 아프리카인지는 적혀있다.)
전 세계 지역별 내성이 궁금하다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운영하는 'Malaria Threat Map'을 확인하면 된다.

아주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내성지역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대신에 vivax는 잠복기에 있는 원충도 죽여야 하므로 약제를 두 종류 써야한다.
지금 활성화되어있는 녀석을 죽이기 위해 클로로퀸(Chloroquine)을 3일 정도 쓰고
잠복기에 있는 녀석을 죽이기 위해 프리마퀸(Primaquine)을 2주간 쓰게 된다.
그런데 프리마퀸의 경우는 G6PD 결핍증(Glucose-6-phosphate dehydrogenase deficiency)이 있으면
심한 용혈성 빈혈이 올 수 있으므로
투여 전에 G6PD 검사를 실시하도록 되어있으며
운 나쁘게 결핍증에 해당하시는 분들의 경우
- (부분결핍) 저용량 프리마퀸을 오-래 쓰거나,
- (완전결핍) 재발 일어난 다음에 치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한다.
만약 클로로퀸이 안 듣는 외국산 말라리아에 감염되었다면
아르테미신 기반 복합요법, 아르테수테네이트와 메플로퀸, 독시사이클린 등등을 쓸 수 있을텐데
내성패턴이 지역마다 달라서 그건 담당 의사선생님이 확인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6. 예방
선천적 예방: 낫형 적혈구 빈혈증
모기를 싹 죽여버린다 or 모기에 물리지 않게 뚤뚤 싸맨다
...등이 예방법이 될 수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아니니까...
안타깝게도 백신이 없어서 예방적 화학요법이라고, 치료제를 계-속 먹어주는 방법이 있다.
아마 GP 군인들은 약을 준다는 썰을 들어보았는데 썰만 들어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해외여행을 오지로 가는 것을 계획하는 경우에는
근처 감염내과를 방문하여 '해외여행클리닉', '여행의학클리닉' 같은 것을 방문하면
황열 백신도 맞고, 말라리아 약제도 받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올해는 말라리아 경보가 뜨진 않았다.
구청이 열심히 모기 유충 죽이기 작업을 하는 것 보니 좀 괜찮을까 싶기는 한데
일단 나는 모기장을 치고 팔토시를 끼고 벌레기피제를 뿌리고 운동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