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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많은 선인장 분갈이 하기 (feat. 월동자)

미레티아 2023. 6. 16. 20:15

21년도에 생일선물로 선인장을 받았었다.
작년에 화분이 좀 작아 보인다는 생각에 화원에 분갈이가 가능하냐고 물어보러 갔는데
선인장은 뿌리가 작아서 분갈이를 할 필요가 없어요~라는 말을 듣고 1년을 더 키웠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바라본 나의 선인장은 굉장히 답답해보였다.

(좌) 2021년 3월 9일 (우) 2023년 5월 25일. 동일 카메라이지만 세월의 흐름 때문에 렌즈가 뿌얘졌다.

남들이 키우는 선인장은 보니까 위로만 크는 애들이 많아 분갈이를 안 해도 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했다.
하지만 내 선인장은 동그랗게 옆으로도 커지고 있으니 물을 줄 공간이 없을 정도로 화분이 부족했다.
(저 선인장 이름 뭔지 아시는 분 알려주세요... 색깔이나 성장 모양으로 봐서는 금호로 추정 중인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혹여나 내가 얘의 예쁜 성장을 방해할까 걱정되어 분갈이를 하기로 하였다.
어차피 정기적으로 흙 바꿔주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있고,
물을 머리 부분부터 주면 안 된다는 소문도 있으니까...
정확한 건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다.
 

그런데 선인장 분갈이는 어떻게 하지?

 
인터넷을 찾아보니 여러 방법이 나왔다.
- 젓가락으로 집어라 → 가시 때문에 젓가락으로 잡히지 않는다.
- 스티로폼으로 집어라 → 환경오염
- 천으로 한 바퀴 둘러싸서 들어 올려라 → 이게 그나마 가장 말이 되는 것 같았다.
 

이제 분갈이 준비물을 찾아보았다.

1) 화분
선인장은 플라스틱이나 도자기 화분보다는 물 빠짐이 빠른 토분을 쓰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었다.
실제로 내 선인장도 토분에 담겨있었다.
집에 보니까 놀고 있는 토분이 있길래 가져왔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화분 받침은 없길래 새로 샀다.
2) 흙
선인장은 과습으로 죽는 일이 많아 물 빠짐이 좋은 흙이 좋다며 배양토와 마사토를 섞어서 어쩌고 저쩌고 하면 된다는데
귀찮아서 그냥 선인장 및 다육이 전용 흙을 사기로 했다.
3) 그 외 물품
- 장갑: 아빠 꺼 두 개나 가져옴. 힣
- 모종삽: 선인장이 통통한 관계로 그런 거 들어갈 공간이 없다. 그냥 일회용 숟가락, 젓가락 쓰기로 결정.
- 신문지 혹은 바닥에 깔 만한 것: 기숙사이기 때문에 바닥이 흙으로 뒤덮이면 안 된다. 처음에는 놀이터 나가서 분갈이를 하려고 했는데 흙이랑 월동자랑 배송 오면서 신문지를 많이 넣어주셨길래 그냥 기숙사에서 분갈이하기로 했다.
- 작은 식물: 큰 화분으로 선인장을 옮겨주면 작은 화분은 텅 비니까 거기에 넣어줄 식물을 샀다. 내가 찾은 조건은 성장속도 느리고, 선인장과 같은 흙을 쓰며, 물 주는 것이 편할 것; '월동자'라는  식물이 그것에 부합하는 것 같아 같이 구매하게 되었다.
 

자, 그렇다면 분갈이를 해볼까.

30분 소요되었다.

(1)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준비물을 챙깁니다 (2) 장갑을 낍니다  (3) 젓가락으로 쿡쿡 쑤셔줍니다 (4) 신문지를 꾸겨서 잘 감싼 다음 조심히 뽑습니다 (5) 다른 화분으로 옮기고 흙을 채워줍니다 (6) 월동자는 뿌리가 많네요 (7) 빈 화분에 월동자를 심어줍니다

(1)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준비물을 챙긴다. 사진 찍을 때 흙과 일회용 수저를 안 꺼냈지만 흙도 준비해 두었다.
(2) 장갑을 낀다. 내 손은 소중하니까 두 개를 겹쳐 꼈다. 가시에 잘못 찔리면 plant thorn synovitis를 걸릴 수 있...(직업병입니다 무시하십쇼)
(3) (만약에 장식돌이 있는 경우) 화분을 기울여 화분 받침대 등에 장식돌을 따로 따라낸다. 장식돌은 흙이 아니라서 그냥 와르르 잘 쏟아졌다.
(4) 일회용 젓가락으로 화분 벽을 따라서 쿡쿡 쑤셔준다. 이렇게 쑤시는 과정을 하지 않으면, 혹은 충분히 흙을 쑤셔주지 않으면 선인장이 뽑히지 않는다. 특히 오래된 화분일수록 흙이 단단해져서 힘들다고 한다.
(5) 신문지를 길쭉하게 꾸긴 다음 선인장을 감싸고 살살 위로 들어 올린다. 내 거는 화분 자체의 무게 때문에 살살 들어도 화분이 밑으로 쑥 빠졌다. 그리고 느낀 점: 진짜... 뿌리가 얼마 없잖아...??
이해가 안 가는 분들을 위한 설명 그림을 아래 첨부하겠다. 사실 장갑 껴서 저렇게 신문지를 예쁘게 접을 필요는 없었고 대충대충 해도 찔리진 않았다. 출처는 사진 밑에 캡션으로 표시하였다.

https://www.thegardener.co.za/the-gardener/diy/repotting-a-cactus/

(6) 새로운 화분에 흙을 반쯤 채운 뒤, 선인장을 살살 올려두고 흙을 꽉 채워준다. 삽이 없는 관계로 일회용 숟가락으로 열심히 퍼다 옮겼다. 뿌리의 흙을 털어주는 사람도 있다던데 난 뿌리 손상이 될까 봐 걱정되어서 그냥 넣었다. 아참, 나는 저 화분을 전부 흙으로 채워버려서 들어보면 엄청 무겁다. 어차피 뿌리가 짧으니 적당히 맨 밑에는 크고 가벼운 자갈로 채우면 좋을 것 같다.
※수정: 주의사항 - 바로 심어서 선인장이 물러버렸습니다 ㅠㅠ 뿌리가 약한 친구라서 분갈이 시 뿌리손상이 잦으므로, 뿌리 정리 후 1주일 정도 빛이 안 드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린 다음에 심어야 (일명 큐어링) 나중에 물을 줬을 때 무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7)  아까 따로 따라낸 장식돌을 올려준다.
---여기서부터는 월동자---
(8) 비어있는 원래 화분에 흙을 채우고 월동자를 올려준다. 월동자는 생긴 건 작은데 뿌리가 많았다. 그걸 모르고 무지성으로 흙을 채워서 다시 일회용 숟가락으로 열심히 파냈다...
(9) 흙을 마저 채워준다. (+ 앗 장식돌이 없네를 외쳐준다.)
(10) 뒷정리를 한다.

새로 이사한 선인장과 새로 들여온 월동자

(아무리 생각해도 둘 다 중앙을 못 맞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분갈이를 하면 물을 주라는 말도 있고, 물을 주지 말라는 의견도 있던데
나는 뿌리 손상은 없는 것 같고, 그냥 물 줄 때 되어서 물을 한 번 줬다.
아무쪼록 느리고 예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