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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삭돌기야 너는 길을 어떻게 찾아가니 - WA Harris, Nature, 1989 논문을 읽고

미레티아 2023. 8. 4. 13:12

(본 글은 2018년 1월 30일에 타 블로그에 썼던 글을 이사하였습니다.

당시에 팀블로그를 운영하려다 실패하였는데, 이제 폐쇄해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ㅋㅋㅋ)

 

혹시 뇌주간행사라고 아시나요? 매년 3월 셋째주에 뇌과학과 관련된 대중 강연을 하는 행사입니다. 처음 가면 재미있는데 몇 번 가면 아는 내용이 대다수라 다시 심심... 해져요. 어쨌든! 제가 그 행사를 몇 번 갔었는데 올챙이 뇌를 돌리는 강연이 기억에 남아서 원래 논문을 찾아봐서, 다운로드 받아놓고, 안 읽고 있다가, 이번에 읽게되었습니다.

논문 제목과 저자는 위 캡처와 같습니다.

Nature에 올라왔었고요, 짧아요. ㅎ

이 논문은 신경세포에 있는 축삭돌기가 어떻게 목표로 길을 찾아가는지에 대해 궁금해서 시작되었습니다. 신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세포는 기능에 따라서 모양이 다양하긴 하지만 대표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생겼는데, (자세히 따지면 수초화된 운동뉴런과 닮음)

출처: 제 개인 블로그 글 中 뉴런의 구조 (http://miretia.tistory.com/216)

삐쭉삐쭉한 수상돌기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이고, 쭈욱- 뻗은 축삭돌기를 통해 신호를 다른 기관으로 보내요. 그렇기 때문에 축삭돌기가 자기 목적지를 찾아서 쭈우우욱- 잘 뻗어나가는 것이 중요하겠죠. 예를 들어 어떤 개체에서 눈에서 정보를 받아들인 신경이 그 정보를 처리할 뇌가 아닌, 소리를 받아들이는 귀로 축삭을 뻗게 된다면 그 개체는 앞을 보지도 못하고 많이 곤란해지겠죠?

그런데 어떻게 적당한 위치로 축삭을 잘 뻗을 수 있는 것일까요? 이것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작성의 편리를 위하여 A라는 뉴런이 B라는 위치로 축삭돌기를 뻗어야 한다면,

1. B에서 신호를 내보내서 축삭아 여기로 와~라고 끌어당길 수도 있고요, (비유: 자동차가 삐삐 거리면 사람이 소리를 듣고 잘 찾아서 본인 자동차를 찾을 수 있죠)

2. A 뉴런 내에 축삭의 성장 방향에 대한 정보가 내재되어 있을 수도 있고요, (비유: 심각한 초보운전자의 경우 마음속에 저장된 직진 본능이 있어 우회전, 좌회전, 유턴을 못하고... 죄송합니다 제가 그래요) 

3. 주변 환경에 A 뉴런의 축삭 성장 방향에 대한 지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비유: SH은행에서 좌회전, L마트에서 좌회전, 돌사자상에서 우회전,...)

그래서 이 논문에서는 올챙이 배아의 뇌를 이용해서 1, 3번에 대하여 실험을 해보았어요. 논문에서 사용된 A는 망막신경절세포(retinal ganglion cell)이고, B는 중뇌개(tectum)입니다. 설명을 위해서는 뭐, 이 세포의 이름과 타겟의 이름을 자세히 따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그냥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요. ㅎㅎ

 

자, 그럼 1번을 확인하려면 어떻게 실험하면 될까요? B를 없애보면 되죠! 

  B가 신호를 보내는 것이 맞다면→B를 제거하면→축삭돌기가 이상하게 자라거나 못 자란다!

  B가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면B를 제거하면→축삭돌기가 멀쩡히 잘 자란다!

...정답은 후자였고요, B가 없는데도 B가 있던 원래 위치를 향해서 축삭돌기가 자랐다고 합니다.

 

자, 그럼 3번을 확인하려면 어떻게 실험하면 될까요? 그건 뇌의 일부 조각을 빙그르르 돌렸다고 합니다.

빨간색 별을 A라고, 즉 빨간색 별에서 축삭돌기가 자라기 시작한다고 가정을 해 볼께요. 그리고 파란색 별이 목표지점, B라고 생각하고, 검정색 점이 지표라고 생각을 해 봅시다. 그러면 정상적인 위 상태에서는 검정색 길을 따라 쭈욱 자라겠죠?

(앗 그림이 너무 커 ㅠ)

그런데 실험자가 저 초록색 부분을 잘 도려냈어요. 그리고 빙그르르르 돌려서!

이렇게 이식을 해 버렸어요!! 그렇다면 축삭돌기는 지표를 따라서 자라기 때문에 왼쪽으로 가다가 아래로 휘어져서 자라게 되겠죠?

뭐,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만약에 빙글 돌리다 못해 180도를 돌려서 이식을 해 버리면??

...이렇게 목표 지점까지 못 가는 불상사가 생기게 됩니다...

 

실제로 이렇게 실험을 해 본 결과 3번 가설이 맞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하네요. 논문에 보면 꺾이기는 했지만 조금 회전시켰을 때는 시간이 지나면 방향이 다시 꺾여 정상적으로 목표지점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논문에 이렇게 친절히 그림이 있어요! CW는 시계방향, CCW는 반시계방향, st 40은 stage 40으로 올챙이 배아가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나타냅니다. 쥐에서는 Embryonic day로 쓰고 zebrafish는 hour post fertilization으로 쓰는데 개구리는... 논문 처음 봐서 stage가 무슨 단위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

// stage는 아래 링크를 따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http://www.xenbase.org/anatomy/alldev.do//

참고로 논문에는 나오지 않은 2번을 확인하는 방법은 핵이 있는 신경세포체를 잘라버리면 된다고 해요. 올챙이의 축삭돌기는 신경세포체가 없어도 몇 시간 동안은 자란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어쨌든, 이 논문은 1989년도 논문이니까 이후로 지표로 쓰이는 많은 화학물질들이 밝혀졌어요. 축삭을 끌어당기는 물질도 있고, 밀어내는 물질도 있고. 그 물질들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논문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