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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잎끈끈이주걱, 카펜시스에 대한 정보 (학명, 키우기, 꽃, 잎)

미레티아 2023. 9. 10. 16:19

어쩌다 끈끈이주걱을 키우게 되어서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해보겠다.
틀린 내용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정도 정보면 그래도 잘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순서는 '1. 학명, 2. 키우기, 3. 꽃, 4. 잎의 생활사'으로 이뤄져 있다.
사실 월동까지 내용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아직 경험해보지 않아서 애매하다.
나중에 얘가 겨울을 성공적으로 지나면 월동 관련 내용은 따로 정리해보겠다.
(근데... 얘는 비동면종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


1. 학명?
지금은 의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과거 생물학을 좋아했던 자로서 궁금한 생물이 있으면 꼭 학명을 찾아본다.
왜냐하면 한국어로 된 정보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어 가끔 영문 자료나 논문을 찾아보기 때문이다.
'긴잎끈끈이주걱 영어로'라고 검색하면 국립생물자원관 자료로 'Drosera anglica'라고 하는 글이 제일 위에 뜬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키우는 긴잎끈끈이주걱은 'Drosera capensis'이다.
(그래서 식물 좋아하는 사람들은 끈끈이주걱이라고 안 부르고 카펜시스라고 부른다.)
 
보면 Drosera는 끈끈이주걱'속'을 의미한다.
끈끈이주걱도 동그란 게 있고(rotundifolia), 길다란 게 있고(linearis), 짧뚝맞은(brevifolia) 게 있고 종이 다 다르다. 

좌측부터 순서대로: Drosera rotundifolia, Drosera linearis, Drosera brevifolia. 출처는 영문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

과거 학명을 정하는 건 그냥 생김새 가지고 짓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유전자 분석 기술을 발달해서 비슷하게 생겨도 다른 생물, 다르게 생겨도 같은 생물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찾아보면 길쭉하게 생긴 끈끈이주걱이 한 두개가 아니다.
Anglica, Carpensis, Linearis 등등...

좌측부터 순서대로: Drosera Anglica, Drosera Carpensis, Drosesra Linearis. 출처는 영문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

한국어에서는 굳이 저 끈끈이주걱들을 세세히 나누는 작업이 되어 있지 않아
긴잎끈끈이주걱을 영어로 찾으면 anglica라고 되어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가 보통 키우는 긴잎끈끈이주걱은 Drosera capensis이다.
 
어? 제꺼는 좀 다르게 생긴 것 같은데 혹시 carpensis 아닌 거 아닐까요?
나중에 꽃이 피길 기다려보자.
꽃에 관해서는 후술할 것이므로...
 
2. 키우기?
식물을 키울 때 제일 중요한 건 물과 햇빛이다.
기타 온도 바람 등등도 있겠지만 자라는 거 보니까 그 외의 것은 대충 맞아도 잘 자라는 것 같다.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긴잎끈끈이주걱 (앞으로 카펜시스라 후술하겠다. 글자 수가 너무 많아~~)은 물을 말리지 않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매일같이 물 뿌리고 있으면 귀찮기도 하고 과습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저면관수'를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밑에서부터 물을 준다는 의미로,
화분의 너비보다 큰 물통을 준비해서 물을 담은 다음, 화분을 담가두면 된다. (구체적 사진들은 인터넷 찾으면 많이 나온다.)
우리 어릴 때 학교에서 했던 수경재배화분과 비슷하다.
(우리 학교만 했나? 페트병 잘라서 뒤집고 흙넣고 거즈 넣고...)

저면관수의 일종인 Sub-irrigated planter. 출처 영문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Sub-irrigated_planter#/media/File:Illustration-Sub-Irrigated_Planter_from_pop_bottle.png

 
보통 물통은 투명한 색으로 고른다.
그래야지 물 색이 이상해졌는지, 물의 양이 줄었는지 보기 편하기 때문에...

저면관수의 원리는 모세관 작용이라고 한다.
모세관을 액체에 넣었을 때 관 속의 액면이 관 밖의 액면에 비해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현상인데
물의 경우는 물 분자 사이의 인력과 모세관의 벽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이 더 강하기 때문에 올라간다.
이후에는 표면장력에 의해 액면의 중앙 부분도 올라가는 것이다.
화분에서는 흙 입자 사이사이가 모세관의 역할을 하는거다.

 
또한, 습도도 많은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원래 습한데서 사는 친구이니까...
공중습도가 충분하지 못하면 끄트머리 점액이 안 생긴다고 한다.
(어쩐지... 선인장과 다육이랑 같이 키우고 있는데 걔네만 잘 크고 얘는 점액 안 만들더라...)

햇빛은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잘 들어야 하지만 직사광선은 싫어한다, 이런 말이 많았다.
직사광선은 '피사체나 빛이 비치는 대상물에 아무런 장애 없이 직접 비추는 광선'을 의미한다.
영어로 찾아봐도 그냥 6시간 이상의 햇빛이 비춰야 한다, direct light도 괜찮다는 것을 보니
약간 땡볕만 아니면 된다는 식인 것 같다.
나는 창문 바로 앞에 두고 키우고 있는데 잘 자라고 있다.
어차피 유리창이 약간 더럽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지 않을까...
햇빛이 불충분하면 끈끈이주걱 끄트머리의 점액을 잘 안 만든다고 한다.
 
습도 모자라도 점액 안 만들고, 햇빛 모자라도 안 만들고, 
그래서 점액 상태를 보고 식물 상태를 판단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혹시 벌레를 줘야할까 고민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나도 고민을 했는데,
안 줘도 잘 산다. 
오히려 벌레 먹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가 엄청나다고 한다.
그러니 억지로 먹이지 말고 알아서 잡아먹게 두면 될 것 같다.

알아서 벌레잡아먹는 긴잎끈끈이주걱.

 
3. 꽃?
사람들이 지식백과 틀렸다, 끈끈이주걱 흰색 꽃 핀다고 하는데 분홍색이다, 이런 글이 많다.
그건 지식백과가 작성한 끈끈이주걱이 다른 종을 기반으로 썼기 때문이다.
Drosera rotundifolia(이파리 동그란 친구)가 꽃이 피었을 때 흰색이라고 한다.
긴잎끈끈이주걱 꽃도 흰색이라고 적혀있다고?
걔는 Drosera anglica이다.
Drosera carpensis는 분홍색 꽃이 핀다.
 
꽃은 대체 언제 피는 걸까?
봄에서 여름에, 온도가 맞으면 꽃대가 올라온다고 한다.
내가 관찰해 본 결과, 꽃대가 생기고 피는데까지 한 달은 걸린다.
꽃은 꽃대 하나에 여러개 달리고, 분홍색에 꽃잎은 5개이다.

좌측 위부터 순서대로: 8월 16일, 8월 23일, 8월 27일, 9월 1일, 9월 7일

그런데 당신이 바쁘다면 주의해야 하는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카펜시스는 햇빛 좋은 날 단 몇 시간만 꽃이 핀다는 것이다.
아니 왜?
그러게 말이다.
문헌에 그렇게 적혀있는데, 이유는 안 적혀있네.
나도 꽃봉오리 상태는 오래 보았지만 핀 상태는 하루 보았다.
운 좋게도 하루는 진짜 긴 거라고 했다.
그러니 꽃 활짝 핀 거 보이면 냅다 사진부터 찍어라.

9월 8일, Drosera carpensis, 긴잎끈끈이주걱의 꽃

꽃가루는 곤충에 의해 옮겨질 수 있지만 보통 self-polinated, 자가 수분이 이뤄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꽃이 활짝 핀 걸 보지 못했어도 씨앗이 맺힐거다 분명히.
씨앗이 다 익으면 씨방이 알아서 터져서 퍼진다고 한다.
심지어 씨앗은 미세씨앗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 작다고 한다.
그러니까 씨앗을 얻고 싶다면 잘 익은 씨방을 떼어다가 잃어버리지 않게 지퍼백에 잘 두라고 한다.
그러면 알아서 터져서 검정색 씨앗을이 흩뿌려져 있을 테니...
찾아보니 어떤 사람은 아예 꽃대까지 통째로 잘라서 두는 경우도 있었다.
나도 곧 씨앗 얻기 과정에 돌입할건데, 잘 할 수 있을까?
씨방 자르기는 무서우니까 나도 꽃대까지 잘라야겠다.
 
4. 잎의 생활사?
처음에는 갈색이 된 잎이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보니까 갈색이 되는 데에는 정상적인 이유도 있다.
첫째, 그냥 수명을 다함.
둘째, 이건 그냥 주관적인건데, 벌레를 맛있게 먹음.

보면 카펜시스는 새로운 잎이 중앙에서 자라난다.
그리고 반원을 그리면서 성장하여 점점 바깥쪽으로 가며
자신이 맨 바깥 잎이 될 정도면 이제 수명을 다한 것이므로 갈색이 되는 것이다.
이게 말로 설명하면 어려운데, 아래 그림을 보자.

잎의 생활사를 설명하기 위한 그림. 시간이 지날수록 1에서 6이 된다.

즉, 정상적인 잎은 1, 2번처럼 가운데서 자라나 3번처럼 펴지다가 4, 5번처럼 내려와서 6번처럼 갈색이 된다.
(사실 사진 찍기 전 가위로 갈색 잎을 정리해줘서... 6번 단계가 별로 없어보이는데 사실 좀 많을 수도 있다.)
그래서 바닥에 붙어있는데 갈색이 된 잎은 음, 너는 수명을 이제 다했군,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참고로 사진에 있는 동글동글한 베이지색 뭔가는 이끼 친구들이다.
화분 받을 때부터 이끼로 화분을 덮어주셨다.
뭔가 습도 유지에 도움이 되나? 잘 모르겠다.
 
두 번째 이유인 벌레를 맛있게 먹었다는 것은
벌레잡이 식물이니까 벌레를 잡을 거다.
작은 벌레를 잡을 때에는 그 벌레 주변의 샘털만 접혀서 먹고 그냥 이파리는 멀쩡한데
큰 벌레를 먹거나 하도 많이 괴롭히면(?) 그 잎은 다시 펴지는 것이 아니라 갈색이 되어 떨어진다.
(주관적 경험담입니다. 우리집에선 원래 밑에 있던 이파리라 그냥 갈색이 될 때가 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니 잎이 갈색이어도 너무 슬퍼하지 말자.
물론 아직 죽을 때가 안 되었는데 갈색으로 변하면 슬퍼하자...
나는 식물 전문가는 아니므로 더 자세한 건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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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다.
아 원래 시작은 내 꽃 자랑이었는데...
거의 학명 이야기만 절반 한 듯...ㅋㅋㅋㅋ
하여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끈끈이주걱에 대해 궁금해서 찾아본 분일테니
내 글이 도움이 되었음 좋겠다.
쓸모없는 말이 많지만 재미있었기를!
 

참고자료:
https://www.sarracenia.com/faq/faq5265.html
https://www.cpukforum.com/forum/index.php?/topic/60560-differentiating-between-d-intermedia-and-d-anglica/
http://pza.sanbi.org/drosera-capensis
https://www.californiacarnivores.com/blogs/growing-tips/cape-sundew-care-ti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