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없지만 멀리멀리 놀러가고 싶을 때는 계획은 잘 짜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 짜면 이동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부실하기도 하고, 너무 많이 걸어서 힘들기도 하고...
이번 일요일에 강릉 여행을 다녀왔는데 부실하거나 너무 많이 걸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혹시 강릉에 놀러가고 싶은 분들을 위해 정리해본다.
코스는 위에 그림에서 볼 수 있다.
걸어가고, 버스를 타고, 버스를 못 잡았을 때는 택시를 타면서 이동했다.
돈은 2인 기준으로 소비하였다.
0. 기차표
편하게 가고 싶어서 우등을 끊었고, 편도 1인 31,200원이었다. (왕복 1인 62,400원)
청량리와 강릉으로 왕복으로 끊었다.
1. 강릉중앙시장
시장을 저녁에 보면 매진인 경우가 많아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 곳이다.
쓰레기는 점포로 가져다주면 잘 치워주시고
서서 먹거나 뒤편으로 나가서 월화거리 쪽 나무 밑 의자에서 앉아서 먹어도 되는 것 같다.
김치말이삼겹살: 5,000원
오징어순대+아바이순대: 15,000원
닭강정 컵: 5,000원
다 맛이 있었다!
다만 저렇게 먹으니까 좀 짜고 느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로케에 줄이 엄청 서 있던데 뭔가 배가 불렀고
(나는 커피를 안 마시지만) 커피가 땡기는 느낌에
안목카페거리로 가기로 했다.
2. 안목해변
운이 좋게 버스가 왔다.
버스값은 1,530원으로 수도권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날씨가 흐렸지만 해변은 예뻤다.
다만 해빈침식이 보였다.
설명을 보니 그걸 방지하기 위해 수중방파제(잠제)가 설치되어있다던데 멀리 바라보니 방파제로 추정되는 검은 물체들이 보였다.
옆에 항도 있어서 빨강 하양 등대도 있고
그쪽으로 걸어가보니 파도의 파동의 회절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카페거리에는 카페가 매우 많았는데
바다를 보고 싶어서 루프탑이 있는 카페를 골랐다.
크림슨펀치 티를 마셨는데 향은 있지만 달지 않고 그래서 들고다니면서 물처럼 마셨다.
뒤쪽을 보니 순두부젤라또집이 있길래 순두부젤라또를 4,500원에 사먹었다.
진짜 순두부 맛이 나는데 좀 묘한 맛이었다.
동기들이 추천해줬는데 한 번 쯤 먹을 만한 것 같다.
카페에서 쉬었으니 다시 운동(?)하러 가기 위해
다음 경로는 경포호에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3. 경포호
안목해변에서 경포호까지 택시비는 6,800원이 나왔다.
2인 자전거는 1시간에 20,000원이었는데 카드 되냐고 물어보니 현금으로 하면 10% 떼준다고 해서 현금으로 했다.
자전거 대여 업체가 굉장히 많은데 가격표가 안 적혀있어서 꼼꼼한 사람들은 여러군데 비교해봐도 될 것 같은데 일단 우린 귀찮았다.
경포호 주변으로 자전거길이 있어서 그냥 길 따라서 쭉 타면 된다.
주변에 벚나무가 심어져 있는 걸 보니 벚꽃철에는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
호수에는 왜가리, 물닭, 가마우지, 기타 여러 오리 종류들이 있었다.
(아, 희한하게 강릉 여행 내내 제비가 많이 보였다.
물론 제비는 여름철새라서 제비를 닮은 다른 새일 수도 있다.)
중간에 경포호수광장, 허균허난설현 기념공원, 경포가시연습지 등이 있는데
그걸 다 멈춰서 구경하다가는 1시간이 넘을 것 같아서
(사실 자전거 대여업체에서 1시간을 깐깐하게 재는 것 같지는 않지만...)
튤립이 식재되어 있는 곳에서만 멈춰서 구경했다.
경포대는 자전거로 못 올라가고 걸어가야하는데
안타깝게도 자전거 대여소와의 거리와 남은 시간이 애매해서 포기했다.
어차피 날씨가 흐려서...
자전거를 반납하고 뭐 할지 고민했다.
바다를 또 볼까? 초당동에 가서 옥수수 파는지 볼까?
하지만 배가 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오죽헌을 가기로 했다.
그리고... 버스를 눈 앞에서 놓쳐서 택시를 탔다.
4. 오죽헌
경포호에서 오죽헌까지의 택시비는 6,000원이 나왔다.
오죽헌 입장료는 1인당 3000원이었다.
굉장히 넓고 잘 되어있었다.
오죽헌을 비롯한 옛날 집, 화폐박물관과 시립박물관, 그리고 한쪽 구석에 있는 산책로까지.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보냈고 예뻤던 곳이다.
화폐박물관은 형광을 비춰서 위조방지 마크들을 보는 것이 인상깊었다.
산책로는 오래 걸린다고 경고 표지판이 있었는데 워낙 등산에 다져져서 그런가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오죽헌에서 저녁먹기 전까지 시간을 보내서 저녁먹고 돌아갈 준비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버스가 금방 와서 타고 중앙시장 쪽으로 이동했다.
5. 월화거리
식사는 동행인이 간장게장을 먹고 싶다고 해서 미리 알아놓은 식당으로 갔다.
실한 간장게장이 인당 17,000원이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시장옆에 있던 월화거리를 구경하기로 했다.
소품샵들이 많던데 강릉의 특색을 살린 곳도 있고, 그냥 소품샵 같은 곳도 있었다.
기념품을 살까 생각을 했는데 예쁜 쓰레기가 될까봐 걱정되어 구경만 하고 강릉역으로 걸어왔다.
6. 강릉역
만약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못 샀는데 역까지 와서 슬프다면
강릉역사 편의점 스토리웨이를 가면 강릉 관련 기념품을 팔았다.
라면이나 커피콩빵, 술 그런 먹을 것들도 있고
바다를 모티브로 한 비누도 판다.
총 소비한 금액은 기차 제외 버스비 제외 대략적으로 10만 7천원 정도 나왔다.
(택시비가 13,000원 정도, 점심이 25,000원, 저녁이 34,000원, 자전거 18,000원, 젤라또 4,500원, 카페에서 12,000원, 입장료 6,000원 정도 소비했다.)
기차가 인당 62,400원이었으니
1인당 여행경비는 11만 6천원 정도였다.
물론 우리가 좀 남들에 비해 덜 먹은 것 같기는 한데 (카페에서 빵도 안 먹고... 시장에서 튀김이나 고로케나 뭐 더 안 먹고...)
먹는 거에 큰 뜻이 없기 때문에 잘 갔다왔다고 생각한다. ㅎㅎ
답답한 스카이라인에서 벗어나 탁 트인 풍경과 함께 여유로운 여행이었다.
cf.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32,000보 정도 걸었다고 떴다.
근데 생각보다 다리가 안 아파서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