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미셸 앙리: 위대한 컬러리스트> 관람 후기

미레티아 2024. 11. 1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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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게 무료표가 생겨서 나는 예매해서 갔다왔다.

내일이 마지막날이라 그런가, 오늘 줄이 매우 길었지만

담당자님의 빠른 일처리로 금방 들어갔다!

나는 사실 박물관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미술관에 줄이 긴 것이 참 흥미로웠다.
박물관은... 줄 선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박물관보다 미술관의 수요가 더 큰가?

 

미셸 앙리는 누구나 들으면 알 만한 화가는 아니지만

프랑스의 유명한 화가라고 한다.

내가 미술 전시를 많이 안 다녀봐서 그런 뒷배경은 잘 모르지만

전시된 유화 그림을 보니 확실히 학교에서 전시하던 학생들의 그림보다 훨씬 잘 그리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히틀러의 입시썰(?)이 떠오르는데...

히틀러는 미대 지망생이었지만 오스트리아 빈 미술학교에 2번이나 낙방했다고 한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히틀러의 그림을 보았을 때, 오 잘 그리는데 왜 떨어뜨렸지, 하고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당시에 합격생이 에곤 쉴레였다고 한다.

에곤 쉴레 그림을 보고 바로 히틀러가 낙방한 이유를 납득해버린...

전문가가 아니면 잘 모르는 그림도 많지만 유화는 비전문가도 누가 더 잘 그린다를 느낄 수 있어서 관람하기에 좋은 것 같다.

미셸 앙리는... 비전문가이고 이과인 내가 봐도 잘 그리긴 했다. 

미셸 앙리 전시회 외부의 벽

사람이 많아 도슨트를 듣지는 못했는데, 멀리서 들리는 소리로 띄엄띄엄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이 '휘도'였는데

휘도는 특정 색이 빛을 얼마나 반사하는가, 즉 얼마나 밝아보이는가에 대한 값이라고 한다.

흰색이 1이고 검정색이 0이라 하였을 때 모든 색은 0에서 1사이의 값을 갖는데

노란색은 0.9정도로 사람들이 모두 밝다고 느낀다고 한다.

다만 빨간색은 0.3정도로 기본적으로 어두운 색에 속하는데

미셸 앙리는 빨간색을 밝은 색처럼 묘사한 특징이 있다고 한다.

배경에 더 어두운 색을 칠하고, 반짝거리는 소재를 이용했다나.

그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보니 실제로 붉은 꽃이 많은데 그렇게 어둡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알려진 지식을 따라가지 않고 비틀었는데 인정받을 수 있는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대단했다.

전시회 표와 그 표가 된 작품 앞에서

그림을 보다가 깨달은 점은 일단 해당 그림은 전부 상상으로 그렸다는 것이다.

물론 작품 해설에도 작가가 상상력을 기반으로 그렸다고 적혀있기는 하지만

그림 몇 점을 보다보니 아래와 같은 이유로 그 사실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1) 배경이 특정 지역을 나타내는 경우 해당 지역에서 유명한 건물이 그려져 있다.

파리면 에펠탑, 베니스는 무슨 성당.

해당 건물이 그런 모습으로 보이는 각도가 많지는 않을테니까 상상일 것이다.

아, 참고로 만약 배경이 딱히 없다면 대각선을 교차해 색칠한 배경이 이 작가의 특징이었다.

2) 꽃과 잎이 일치하지 않는다.

물론 꽃다발에서 예쁘라고 잎을 넣어주기는 하지만...

잎은 확실히 상상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3) 꽃양귀비는 꽃다발로 만들기에는 쉽게 시든다.

이건 언니가 이야기해줬는데, 꽃양귀비를 잘라보면 줄기 속이 비어있어서 금방 시든다고 한다.

또한 줄기에 털이 많아 물에 담가두면 물이 금방 탁해지는 특징이 있어 화병에 꽂지도 않는다고 한다.

즉, 작가가 사랑한 꽃양귀비는 전부 다른 곳에서 관찰하고 상상으로 그려낸 것이라는 뜻이다.

상상으로는 원하는 배치로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실물이 없으니 묘사가 힘들텐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투명한 병, 창문, 커튼 등 투명한 물체를 그리기 좋아하셨다는 특징도 있었다.

미술 감상보다는 분석을 하는 편

 

끝나갈 때쯤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안경닦이를 샀는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별로인 것 같다.

좀... 얇고 덜 보들보들하다.

또한, 굿즈에는 유화의 질감이 사라져서 멋있다는 느낌이 감소했고

마그넷 인쇄는 빨간색의 색감이 쨍하게 잘 되었는데 안경닦이의 빨간색은 좀 탁하게 인쇄되어서 아쉬웠다.

구매한 안경닦이

가격 대비 꽤 괜찮은 전시였던 것 같다.

아쉬웠던 점은 공간이 좁아서 그림을 적당한 거리에서 구경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적으면 가능했을 수도 있는데 사람도 많아서...

이게 가까이 가지 않으면 사람들이 많아서 그림이 안 보이는데

가까이 가면 그림이 전체적으로 안 보이고 사람의 그림자로 작품이 가려졌다.

차라리 한쪽 벽면만 쓰고 다른쪽 벽면에 붙어서 보게 하면 어땠을까 싶었다.

또한, 운영에 대해 아쉬웠던 점도 있는데 바로 전산화가 덜 되었다는 것이다.

티켓을 샀으면 모바일 티켓을 바코드를 찍고 들어가게 하면 금방 들어갈텐데

인터넷 예매 결과를 갖고 현장 발권 처리를 해야 해서 줄이 길었다.

일부러 줄 선 것을 유도했을 수도 있지만

밖에서 긴 줄을 관리하는 담당자분이 많이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명의 이기를 사용했으면 좀 빨리빨리 정리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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