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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참을 경계하는 잔: 계영배-사이펀의 원리

미레티아 2014. 11. 27. 18:04

안녕하세요, 미레티아입니다.

요즘은 고등학교 2차 진단평가 공부하느라 저 혼자 바쁩니다...

학교에서는 기말고사도 봤지, 진도도 다 나갔지 띵가띵가 거리는데...

내일은 도자기를 만든대요.

그래서 뭘 만들까, 고민을 하다가 떠오른 것이

바로 '계영배'였습니다.


출처: http://www.gams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67


계영배...한자로 쓰면 戒盈杯입니다.

계는 '경계 계', 영은 '찰 영', 배는 '잔 배'입니다.

차는 것을 경계하는 잔이라...

좀 더 풀어 말하면 '가득참을 경계하는 잔'입니다.

예전에 중국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과유불급'을 가르치는 데에 많이 이용된 잔인데,

술을 따르다가 어느 정도 차게 되면(보통 70%) 술이 다 빠져나가는 그런 잔이라네요.

우와...신기하죠?

더 신기한 점 알려줄까요?

계영배는 영어로 Pythagorean cup(피타고라스의 컵)입니다.

외국 자료를 보니 크레테와 사모스 섬에도 있었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호하게 되었다는....)

어떤 원리일까요?

아래 사진을 참고하면서 알아볼까요.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Pythagorean_cup


계영배의 단면도입니다.

자, 그림을 보시면 빈 컵인 A, 물을 채우고 있는 B까지는 이해 갑니다만

C혹은 D에서 잘 이해가 안 가실 수 있습니다.

여기는 '사이펀의 원리(Siphon principle)'를 아셔야 이해가 갑니다.

(사실 사이펀의 원리는 파스칼의 원리의 연장선이라고 보셔도 상관없습니다.

외국에서는 계영배를 설명할 때

사이펀의 원리라 하지 않고 파스칼의 원리라고 하는 경우가 더 많더군요.)

사이펀은 원래 높은 곳의 액체를 용기를 기울이지 않고 낮은 곳으로 옮기는 관입니다.

여기서는 그림의 지팡이 모양 구멍부분이 사이펀의 역할을 하죠.

물을 채우다 보면 물이 지팡이 모양 구멍으로 일부 들어가게 되다가

지팡이의 최고점까지 물이 들어가게 되면 물이 중력을 받아서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한 방울 뚝! 떨어지고 마는 것이 아니라

컵에 담긴 물 위에는 공기가 있어서 대기압이 작용하죠.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있는 유체에서 한쪽에 작용하는 압력은

다른쪽에 그대로 압력이 전달되는 파스칼의 원리 덕분에

지팡이 모양 구멍 속 물이 대기압을 받아 밀려나는 셈이 되고 말아버립니다.

그래서 줄줄줄 모든 물이 빠져나가게 된다는...


너무 대강 설명했죠?

파스칼의 원리를 다시 짚고 가 봅시다.


출처: http://www.aplusphysics.com/courses/honors/fluids/Pascal.html

하늘색 액체가 채워져 있고 왼쪽에서 면적이 A1인 피스톤을 F1의 힘으로 누르고 있습니다.

그러면 오른쪽에 면적이 A2인 피스톤에는 F2의 힘이 작용하게 됩니다.

이때,  라는 것이 파스칼의 원리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밀폐된 유체에 힘을 가했을 때 유체의 임의의 부분에서 압력의 변화는 같다.'

....라는 겁니다.


자, 다시 계영배로 가 봅시다.

지팡이 모양 구멍에 물이 차고 있을 때는

지팡이 모양 구멍에도 공기가 있기 때문에 그쪽도 대기압이 작용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구멍쪽과 컵쪽의 물이 어느 한 쪽으로 밀리지 않고 평형을 이루고

이때는 물이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여기서 '구멍의 면적이 더 작잖아요~그러면 평형을 유지하지 못하잖아요~'

...라면서 반문을 던지시는 분들이 있는데

대기'압'입니다.

대기'력'이 아니고요.

어찌되었든, 잘 평형을 이루고 있다가

최고점에 도달하게 되면 그 다음은 중력을 받아서 아래로 떨어지게 됩니다.

중력을 받은 부분만 떨어지지 않고 다 떨어지는 이유는

관 내부의 압력이 대기압보다 작기 때문에 힘에 있어서 밀리기 때문입니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하자면 물이 떨어지면 일시적으로 그 부분에 진공이 생기고

진공을 채워주기 위해 물이 따라서 간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표현이 올바르다고 보기는 힘듭니다만...)

이 부분을 설명할 때 물의 응집력으로 설명하면 틀린 겁니다.

왜냐하면 보통 액체가 연결되어 있고 가득 차 있는 경우를 생각하지만

만일 액체 사이가 어떤 기체로 끊어져 있거나 진공상태가 조금 존재하면

사이펀 작용이 일어나면 안 되지만

관의 압력이 그런 것들이 있어도 대기압보다 낮으면

사이펀 작용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또, 물-기름으로 되어 있으면 응집력이 없으니 사이펀 작용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일어난다고 하네요.


저도 사이펀의 원리는 아직 실험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료와 영상을 봤을 뿐인데

꼭 구부러진 빨대나 호스를 찾아서 해 보고 싶네요.

바쁘다는 것, 그리고 만날 다짐만 하고 까먹는다는 사실이 슬플 뿐입니다.

내일 한번 진짜 도자기 체험할 때 계영배 만들어볼까요...?

굽다 깨지는 거 아니야...?

내일 상황 보고 판단해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