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진주 귀고리 소녀』를 읽고: 섬세한 묘사로 시대와 감정을 읽다

미레티아 2024. 7. 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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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고리 소녀 책 표지. 출처 예스24

중학교 시절 국어선생님으로부터 이 그림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걸 들은 주변인들의 반응은 '오 그래 분위기가 좀 그래'와 '아니 말도 안 돼'로 극명하게 갈리긴 했지만...

왜 나는 그런 소리를 들은 걸까?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지금, 국어선생님이 혹시 이 책을 읽지는 않았나 싶은 생각도 있다.

 

'진주 귀고리 소녀'는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의 작품이며 소녀가 누구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소설은 이 점에서 시작한다.

델프트 출신 소녀 그리트의 아버지는 타일 제작자로 일하다가 사고로 시력을 잃는다.

그래서 화가 베르메르의 집에 화실을 청소하는 하녀로 들어가게 된다.

베르메르가 되게 그림과 화실에 진심인 사람으로 나오는데,

화실의 모든 물건이 청소 전과 후가 일치해야 하는 사람으로

시각장애인인 아버지를 위해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능력이 있는 그리트가 적임자로 생각된 것이다.

그러다 나중에는 그림 재료를 만드는 역할까지 하게 되는데

외모도 출중하고 실력도 뛰어난 사람에게는 적이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성격도 약간은 고집이 있다.

나쁜 고집이라기보다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유지할 수 있는 고집이랄까.

여러 사건사고도 생기고, 그 과정에서 사춘기가 지나가는 소녀의 마음도 갈팡질팡하고,

소설의 끝은 베르메르의 죽음 이후 귀고리를 선물받게 되며 그리트는 심리적 자유를 얻게 되고 해방감을 느낀다.

 

이 소설의 특징은 묘사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델프트의 도시 묘사라든가, 베르메르가 그리고 있는 그림에 대한 묘사 등.

하지만 가장 훌륭한 것은 그리트의 심리 묘사이다.

어찌되었든 인간은 이분법적으로 좋다, 혹은 싫다, 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좋으면서도 싫을 수 있고, 싫으면서도 좋을 수 있고,

때로는 본인 마음을 잘 모르겠기도 하고.

그런 우유부단한 감정들이 잘 묘사가 되어서 몰입도가 높았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리트의 성격이 꼭 어릴 적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 시기 나도 그리트처럼 고집이 있었고,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고, 

적을 다루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다.

적을 다룬다고 표현하니까 좀 그렇긴 한데,

어쨌든 학창시절에는 서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니까.

시대상도 다르지만 여러 외압들에 의해 갈팡질팡하고

그 중에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나아가는 모습도 꼭 그 나이대의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모두의 어릴 적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국어 선생님이 내가 이 작품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한 게 혹시 소설을 읽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소설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예쁘다, 별 감정없이 보였던 소녀의 얼굴이 처연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과거를 뒤로 하고 자유를 얻은 그리트가

힘든 시대이지만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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