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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OR 마방진과 중복판독틀

미레티아 2013. 8. 19. 08:03

저는 어렸을 때 마방진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마방진의 종류도 많이 찾아봤었죠.

일반적인 마방진, 지수귀문도, 베다 마방진, Sator마방진....

그런데 생물학에서 Sator마방진과 비슷한 것이 있다는 것 아세요?

그걸 우리는 '중복판독틀'이라고 부릅니다.


중복판독틀 소개에 앞서, Sator마방진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걸 설명해야겠죠.

Sator 마방진은 다음과 같이 생겼습니다.


 S

 A 

 T 

 O 

 R 

 A

 R 

 E 

 P 

 O 

 T

 E 

 N 

 E 

 T 

 O

 P 

 E 

 R 

 A 

 R

 O 

 T 

 A 

 S

가로로 읽나, 세로로 읽나 SATOR, AREPO, TENET, OPERA, ROTAS를 읽을 수 있는데요,

라틴어로 의미가 있는 말입니다.

'신(SATOR)은 창조(ROTAS)와 인간의 일(OPERA)과

지상에서 나는 모든 것(AREPO)을 주재하신다(TENET).'

예전에 성당 기사단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네요.

물론 저는 라틴어를 몰라서 마방진의 순서가 문법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어떤 방향으로 읽던 의미가 있는 염기서열을

'중복판독틀(Overlapping reading frame)'이라고 부릅니다.

이 방식은 주로 바이러스에서 쓰이는데요,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유전자 수가 적어서 한계가 많습니다.

그래서 중복판독틀을 써서 게놈의 힘을 키우죠.

물론, 이 마방진처럼 가로세로로 읽는다는 개념은 아니겠죠.

그냥 유전자의 어떤 코돈에서 시작하든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그런 염기서열입니다.

아, 그 단백질은 보통 다른 것들이 생성됩니다.

'바이러스 폭풍'이라는 책에서는 동일한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끈을 이용해서

3개까지 다른 단백질의 유전 암호를 지정할 수 있다네요.

그래서 바이러스는 적은 수의 게놈으로도 많은 수의 게놈을 가진 것처럼 행동할 수 있죠.

이 중복판독틀은 바이러스에게는 주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입니다.


아직 인간은 이 중복판독틀을 개발하지 못했습니다.

유전 정보는 SATOR마방진처럼 평면으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 마방진도 중복판독틀이라고 하기는 어렵죠.

만약에 인간에 그것을 개발한다면

보안에도 쓰일 수 있고, 또 다양한 분야에서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냥 그렇게 막연히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