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게시판

[놀이공원에서 발견한 과학] 1. 유령의 집(귀신의 집)

미레티아 2013. 9. 3. 23:13

오늘부터 '놀이공원에서 발견한 과학'이라는 주제로

시리즈 글을 써볼까 하는데요,

일단 첫번째로 소개할 내용은 유령의 집에서 발견한 과학입니다.

다른 것도 많은데 유령 혹은 귀신의 집을 먼저 설명하는 이유는

다른 것들은 대부분이 물리학과 관련되어 있는데

앤 물리학이 전혀 안 나오기 때문에 미리 설명하고 넘어가려고요.


유령의 집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과학은 '공포'입니다.

아, 물론 유령의 집이 안 무서운 사람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어렸을 때 들어가 본 유령의 집은 매우 무서웠던 기억이 있을지도 모르고,

혹은 다른 곳에서 공포를 느껴 본 사람도 있습니다.

공포를 안 느끼는 사람은 없어요.

물론, 우르바흐-비테 증후군을 앓는 분들은 제외하겠습니다.

(우르바흐-비테 증후군에 관련된 글: http://miretia.tistory.com/165)


그런데 왜 우리는 공포를 느낄까요?

귀신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유령의 집에 들어가면 다들 무섭다고 비명 지르고,

(심지어 어떤 꼬맹이들은 울고...)

어둡고 외딴 곳에 혼자 있으면 공포를 느낍니다.

또, 공포증 환자들은 특정 상황이 되면 공포를 느낍니다.

이렇게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무의식적 공포이고, 두 번째는 지각적 공포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공포증이나 불안장애를 병적 공포로 나누기도 하지만

저는 개인적인 견해로 그걸 인지적 공포에 넣기 때문에 나누지 않겠습니다.)

무의식적 공포는 말 그대로 무의식 중에, 생각 없이 느끼는 공포입니다.

만약에 당신이 밟고 있던 맨홀이 갑자기 깨졌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때, '아, 맨홀이 깨졌구나. 이제 맨홀이 깨진 조각들은

맨홀구멍보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구멍 안으로 떨어질테고,

나를 받쳐줄 땅이 없기 때문에 나도 구멍 안으로 떨어지게 될 거야.

그러면 나는 신체적 손상을 입거나 죽을 수 있어! 안 돼!!'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죠?

생각은 무슨 생각, 거의 자동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거나 가슴이 철렁하고 소름이 돋는 등

신체적 반응이 즉각적으로 일어납니다.

이런 것이 무의식적 공포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공포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느끼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물들도 이런 공포를 느낍니다.

개나 고양이를 롤러코스터나 바이킹에 태우면(물론 그럴 수 없겠지만)

짖어대면서 표정이 장난아니게 변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애완동물을 안 키워봐서 그런 표정을 본 적이 없지만

혹시 키우시는 분들은 애완동물이 공포를 느끼는 표정을 보신 적 있나요??

어쨌든, 이런 무의식적 공포 말고 인간만이 느낄 수 있다는 그런 공포인

지각적 공포는 생각을 한 후에 느껴지는 것입니다.

유령의 집이 지각적 공포가 야기되는 대표적인 예죠.

물론, 갑작스런 큰 소리나 길의 움직임 등으로 무의식적 공포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령의 집의 주인공은 유령이잖아요.

그리고 유령이 무섭다는 것은 우리의 생각입니다.

지각적이죠, 인지적이고.

귀신에 대해 모르는 아이들에게 귀신 그림을 보여주면 울면서 놀랄까요?

글쎄요, 저는 어렸을 때 귀신 그려진 책을 보고 머리카락이 길어서 덥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책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싹 바뀌긴 했지만....

어쨌든, 유령이나 귀신이 무섭다는 것을 우리가 이미 학습하여 알기 때문에

우리는 유령의 집, 귀신 나오는 공포영화 등을 무서워하는 것이라서

이것은 지각적 공포의 종류입니다.

영화 식스 센스에서 보면 주인공 아저씨가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하죠.

귀신이 너를 찾아오는 것은 도움이 필요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들의 말을 들어보고 행동하면 더 이상 찾아오지 않지 않을까.

(본지 오래되어서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이런 대사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대사에 따르면 귀신은 공포의 대상이 아닙니다.

즉, 우리는 귀신을 보고 지각적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거죠.

저도 그 후로 그러려고 노력했는데

그 지각적 공포는 고쳐지질 않더라고요....

(나만 그런가?)


무슨 공포이던간에, 공통점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극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죠.

무서운 자극이 받아들여지면 우리 뇌의 일차감각영역으로 들어가서

해마를 거쳐서 편도체로 들어갑니다.

(급하면 일차감각영역이고 뭐고 그냥 바로 편도체로....)

편도체는 뇌의 기억을 생성하는 해마 앞쪽에 땅콩처럼 붙어있는 부분인데요,

실제로 영어이름 amygdala는 아몬드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따왔다네요.

이 편도체는 정서기억에 관여를 많이 합니다.

우리가 인간의 표정을 보고 기분이 좋은 건지 슬픈 건지 알 수 있는 것도

이 편도체 덕분입니다.

특히 공포 반응은 편도체를 통해 뇌의 다른 부분에 정보를 전달해서

위험에서 벗어나게 만들죠.

공포를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면

전두엽에서 이성적 판단을 내려 공포를 억제하고 그것에 맞서도록 하겠죠.

그런데 편도체 기능을 너무 크게 하면 우울증에 걸리고 쓸데없는 걱정이 늘어납니다.

어떤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시인들이 편도체 기능을 과잉활성한다는데...

적당한 것이 좋은 거죠.

올해 초에 고려대에서 하는 뇌주간 행사에 갔었을 때 찍은 사진인데요,

(관련 글: http://miretia.tistory.com/182)

불안과 공포가 저렇게 인지됩니다.

급하면 시상에서 바로 편도로 가는 거고

안 급하면 시각피질, 해마, 편도로 순서대로 가는 거고....

시상은 대뇌피질을 오고가는 여러 정보의 중간 통로여서 지나가는 겁니다.

딱히 공포에 관련되어 큰 역할을 하지는 않아요.

아니...시상은 모든 활동에 대해 큰 역할을 한다고 표현해야 맞겠네요.

대부분의 정보는 다 시상을 거치니까....


공포는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분야 중에 하나입니다.

공포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도 많이 다르고요.

제가 쓴 견해는 모든 사람들의 견해를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심리학적으로 따지면 공포는 종류가.....너무 많다...

뇌과학적으로 따지면....일차감각피질 무시하고 가는 것과 거쳐 가는 것?

또, 머리가 쭈뼛 서는 공포, 소름이 돋는 공포, 비명을 지르게 되는 공포

그리고 기타 등등으로 나누는 분들도 있겠죠.

그래도 한 가지는 제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공포는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반응이라는 것.


(그런데 유령의 집을 큰 주제로 잡고 갔는데 엉뚱한 이야기만 하다가 끝난 것 같다...)


<연재글 바로가기>

http://miretia.tistory.com/290 [놀이공원에서 발견한 과학] 1. 유령의 집(귀신의 집)

http://miretia.tistory.com/293 [놀이공원에서 발견한 과학] 2. 바이킹

http://miretia.tistory.com/297 [놀이공원에서 발견한 과학] 3-(1). 회전컵

http://miretia.tistory.com/301 [놀이공원에서 발견한 과학] 3-(2). 회전컵

http://miretia.tistory.com/305 [놀이공원에서 발견한 과학] 4. 롤러코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