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어디서 받아온 책이라서 1권을 먼저 못 보고 2권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게 강의 형식으로 설명하는 것을 모아놓은 책이라서 연속성은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이 책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생물학에 대한 연구들과 관련된
다양한 생물학 지식들을 알려줍니다.
이 내용들은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생물학 초보자들보다는 중급자나 상급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제가 이 내용들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초파리의 프루트리스 유전자였어요.
프루트리스 유전자는 프루트리스 단백질을 만드는데
암컷 초파리는 암컷형 프루트리스를 만들고 수컷은 수컷형을 만듭니다.
그런데 이 유전자를 인간이 조작을 해서 암컷에 수컷형 유전자를 넣고
수컷에 암컷형 유전자를 넣으면 암컷이 수컷처럼 행동하고 수컷이 암컷처럼 행동합니다.
성 행동의 경우 수컷처럼 행동하는 암컷은
다른 수컷과 싸우거나 정상 암컷과 교미를 시도합니다.
싸울 때의 행동의 경우도 프루트리스 유전자에 따라 결정이 되는 것이죠.
초파리는 암컷과 수컷이 싸울 때의 모습이 다르다고 합니다.
암컷은 머리를 맞대어 미는 것처럼 싸우고 수컷은 주먹으로 치기...라는데
다리로 서로를 밀치거나 찌르거나 날개를 펴고 레슬링하는 것이 수컷입니다.
매우 신기합니다.
고작 그 작은 유전자 하나 바뀐 것인데 말이죠.
어쩌면 인간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서워지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은 생명윤리법이 있으니까 안심해도 되겠죠.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내용이 녹아웃 마우스입니다.
녹아웃 마우스는 특정한 유전형질이 없는 쥐입니다.
예를 들어, 비만 생쥐, 당뇨병 생쥐, 백내장 생쥐 등
유전자를 조작해서(일부러 많이 먹이고 눈에 자외선 쐬이고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질병 모델 마우스를 만든다고 합니다.
이 마우스, 쥐들은 신약 개발에 사용한다고 하네요.
왜냐하면 그냥 쥐에다가 실험하면 모르는 부작용들이 있기 때문이죠.
책에서 나온 예 중에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이 있습니다.
프로작은 세로토닌 수용체 유전자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네요.
그런데 이 세로토닌 수용체 유전자가 없는 사람이 있다면요?
그럴 경우는 프로작이 우울증을 강화시키는 약이 되어버립니다.
실제로 프로작을 처방받은 한 고등학생이 자살했고 환자 가족은 소송을 제기해 이겼답니다.
뭐, 좀 징그럽기는 해요.
인간을 위해서 불쌍한 유전자를 지닌 쥐들을 보게 되면 말이죠.
하지만 안 그러면 우리 인간들도 불쌍하게 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생명 윤리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우리는 어디까지 실험을 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