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달력은 전통적으로 음력을 써 왔다.
그래서 설, 추석 등의 명절은 음력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계절은 양력을 기준으로 바뀌기 때문에 24절기는 양력인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복날은 매번 7~8월에 있는 걸 봐서 음력은 아닌데,
그렇다고 24절기에 속하지도 않는다.
그러면 복날은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는 걸까?
사전을 찾아보면 삼복(三伏), 즉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은 정의가 아래와 같다.
초복: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
중복: 하지로부터 네 번째 경일(庚日)
말복: 입추로부터 첫 번째 경일(庚日)
경일? 경일이 뭐지?
경일에 쓰인 한자를 보니 '일곱째 천간 경(庚)'이라는 한자라고 한다.
자... 그러면 여기서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날짜를 불렀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과거에는 날짜, 달, 연도를 셀 때 간지(干支)를 썼다.
간지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육십갑자인데,
천간(天干) 한 글자, 지지(地支) 한 글자로 이뤄져 두 글자이다.
천간은 10개라 십간(十干)이라고도 하는데,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를 의미한다.
지지는 12개라 십이지(十二支)라고도 하는데,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이다.
따라서 간지의 앞 글자는 10개가 순서대로 반복되고, 뒤 글자는 12개가 순서대로 반복된다.
즉, 갑자 → 을축 → 병인 → 정묘 → 무진 → .... 뭐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되면 10과 12의 최소공배수인 60번마다 반복되기 때문에 육십갑자라 부르는 것이다.
우리가 연도를 육십갑자로 표현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매 해 초에 '올해는 무슨색 무슨 동물의 해로...' 이러면서 뉴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는 갑진년이니 청룡의 해였다.
근데 그게 연도 뿐 아니라 날짜에도 적용이 된다.
혹시 아래와 같은 윤전달력을 본 적이 있는가?
위와 같은 달력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친 것이 날짜를 의미하는 간지, 즉 '일진(日辰) '다.
예를 들어, 7월 3일의 일진은 '무진'이고, 7월 4일의 일진은 '기사'이다.
자, 그럼 다시 복날로 돌아와서,
'경일'이라는 것은 경O일을 의미한다.
O에 무슨 동물이 오는지는 상관이 없고, 일단 일진의 첫 글자가 경이면 경일이다.
초복은 하지 이후에 나오는 세 번째 경O일, 중복은 네 번째 경O일,
말복은 입추 이후이 첫 번째 경O일인 것으로,
천간은 10개이기 때문에 초복과 중복은 열흘 간격으로 복날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복날은 음력도 아니고 양력도 아니라는 말이 맞다.
일단 하지나 입추는 양력을 기반으로 정해진다.
그 날을 기준으로 경일이 와야 하는데
경일은 예에에에전부터 돌아가고 있는 60개 주기의 일진 사이에 6번이 끼어있는 것이기 때문에
음력도 아니고, 양력도 아니다.
단지 기준점이 양력이기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아무리 빨라도 복날은 7~8월인 것이다.
참고로 일진은 중국와 우리나라가 같다고 한다.
그런데 하지는 과학적으로 따지는 것이라 우리나라와 중국이 다를 수 있다.
아무래도 시차가 나니까...
중국이 UTC+8을 쓰고 우리나라는 UTC+9를 쓰기 때문에 만약 하지 날짜가 차이가 난다면 중국이 하루 빠르게 될텐데,
중국의 하지가 경일인 경우, 우리나라는 하지가 경일 다음날이다.
고로 초복의 정의에 따라, 중국의 복날이 9일 정도 정도 빨리 오게 되는 해도 있다고 한다.
중국: 하지(첫 번째 경일), 10일 후(두 번째 경일), 20일 후(세 번째 경일)
우리나라: 하지+9일(첫 번째 경일), 19일 후(두 번째 경일), 29일 후(세 번째 경일)
참 특이한 날이다.
복날은 24절기는 아닌 것이, 잡절(雜節)이라 불린다는데,
사실 농사를 요즘 잘 안 지으니까 24절기보다 잡절을 더 열심히 지키는 것 같다. ㅎㅎ
다음 복날엔 뭐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