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양 목에 방울 달기

미레티아 2016. 11. 4. 11:44

표지를 보고 친구가 '양 코에 나비 달기 아니야?'라고 말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책을 고르면서 제목이 왜 이런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책 뒤 표지에 적혀있는 설명이

'단발머리 유행을 연구하는 사회학자, 그리고 혼돈 이론 학자가.....'

이렇게 되어있더라고요.

유행? 혼돈 이론? 뭔가 제가 평상시에도 궁금해왔고 관심있더왔던,

그런 분야이길래 소설이지만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소설이지만 형식이 굉장히 독특하고

내용도 정말 혼돈스럽습니다 ㅋㅋ

책의 인터페이스라 하나요, 글의 디자인이라 하나요.

하여간 이 책은 각 장에 시대별로 유행했던 것을 그림 한 쪽, 설명 한 쪽으로

짧게 소개해준 후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유행을 연구하는 학자, 샌드라 포스터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이 되므로

각 장마다 소개하는 유행은 그 장의 이야기에

박사가 관심을 둔, 아니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그런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면 맨 처음에 훌라후프를 소개하는데

그 장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생물학과의 베넷 박사와 만나게 되고

연구를 위해 원숭이 훈련을 무엇으로 할까 하는 이야기에

훌라후프를 가르치는 것을 추천하게 됩니다.

스포크 박사의 육아 책이 유행했던 것을 소개한 뒤에는

아이를 훈육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요.

뭐, 그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진짜 중구난방이에요.

벌려놓은 일은 많고 처리된 일은 없고

남 때문에 억울한 일도 많고 스스로 하고 있는 일을 잘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현실 반영이 꽤 잘 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왠지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연구 진행은 몇 주째 안 되고 있고 붙잡아도 소용없어 보이고

그 동안에 저질러 놓은 많은 일들이 있고

친구들 사이에 존재하는 이상한 유행들이 어디서 왔는지 고민하다가

나는 유행을 안 따라가도 괜찮을까 불안하고

주인공이 회사에서 뭔가가 조금씩 변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듯이

저도 학교나 국가에서 뭔가 바뀌는 것이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많죠.

책을 덮고 나면 내용 이해를 제대로 한 것이 맞을까 궁금하지만

정말 인상깊었다, 진짜 마음에 든다 그 사실 하나는 기억에 남았습니다.

물론 이 책이 혼돈 이론과 유행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는 건 아니에요.

논문도 아니니까 박사의 연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죠.

단지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것은 방울양처럼 아주 조금씩 차이나지만

무리를 이끌어나가는 그런 사람이 유행을 만든다, 그런 것이고

혼돈 속에서 우연에 의해 천재적인 발상이나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야 표지가 이해가더라고요.

방울양, 나비 효과.

어려울 수도 있는 많은 내용을 친근하게 담고자 한 것 같습니다.

(원서 표지 보면...읽기 싫을걸요?)

이 책은 과학 쪽에 계신 분들이 읽으면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고

아닌 분들이 읽으면 약간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러면 세세한 내용보다는 큰 줄거리로 따라가시면

재미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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