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웃는 지식

미레티아 2017. 1. 15. 12:49

2016 블로그 결산을 내 보니까 서재 블로그라고 뜨네요 ㅋㅋ

(의도했던 바는 과학 블로그였는데...

과학 관련 글은 쓰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많이 못 쓰긴 했죠.)

어쨌든! 저는 블로그에 쓴 것보다 책을 더 많이 읽었습니다.

(입시가 다가와서 글을 못 써서 그렇지....)


이 책은 웃는 지식, 재미있는 과학적 연구들을 소개한 책입니다.

혹시 이그노벨상을 아시나요?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학의 과학 잡지 "황당무계 리서치 연보"가

1991년 제정한 이후로 노벨상 발표 직전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일상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기발한 발상이나

이색적인 업적에게 수여하는데요,

의외로 멀리서 보면 엉뚱한데 자세히 보면 매우 과학적이고 의미있는

그런 연구도 있습니다.

수상하기 위한 요소는

첫째,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연구여야 하며

둘째, 웃음에 이어 생각을 하게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음, 제가 지금까지 한 연구로는 못 받겠군요.)

이 책의 내용은 이그노벨상을 탄 연구이거나

타지는 못했는데 후보에 오른 적이 있거나

그냥 저자가 생각하기에 이그노벨상을 타야 할 것 같은 연구들을 모았습니다.

근데... 제가 웃음이 없는건지 뭔지... 웃음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분명히 도서관에서 빌릴 때부터 책이 매우 낡고 해진 것으로 보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재미있다고 또 보고 그런 것 같은데

....왜 전 재미가 없죠?

너무 진지하게 살고 있나....

그런데 저만 그런 것이 아니고 언니도 그렇다네요.

그냥 할일 없을 때 읽으면 좋을 만한 책?

분명히 유머는 유전되지 않는다는 연구도 여기에 소개되어 있는데....

(아, 유머가 배우고 습득되는 환경이 같아서 그런가?)

어찌되었든, 이 책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글들을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먼저 맥주 거품이 기하학적 방식으로 꺼진다는 사실입니다.

(아른트 라이케. 2002년 이그노벨 물리학상 수상.)

물론 맥주 종류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수학적으로 어쩌고 저쩌고 유도해서 나온다고 합니다.

이 책의 뒷 부분에 어떤 논문을 참고했는지 다 적혀있어서

찾아보아는데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혹시 관심이 있으시면 http://www.emba.uvm.edu/~tlakoba/07_fall/math_022/ExpDecayBeerFroth.pdf 로 들어가 보세요.)

뭐, 맥주거품이 줄어드는 것이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이 되면

'커피와 비스킷의 과학적 궁합'이라는 연구가 실용적일 수 있습니다.

물론 저 같이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이면 몰라도

그 연구에서는 어떻게 커피에 비스킷을 담가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나 밝혀냈다고 합니다.

근데... 공식이 적혀있어서 보니까... 나머지는 구할 수 있는데...

음료수의 점도와 액체의 표면장력은 어떻게 구하라는 건지...

개인적으로는 이 글에 덧붙여서

대표적인 음료의 점도와 표면장력 표,

그리고 비스킷 구멍의 크기도 표로 넣어줬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비스킷 구멍 크기는 우리가 구할 수 있다 하여도

점도와 표면장력을 구하는 방법이 여기  소개가 되어 있지 않으니

인터넷을 찾아 오스왈드 점도계, 구낙하 법 등등을 찾지 않는 이상

실생활에서 쓰기 어렵잖아요. ^^

(관련 논문은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397/n6719/full/397469a0.html 이거이지만 유료이므로

어디 연구하는 분께 부탁을 하던가 불법으로 깨서 보시면 됩니다 ^^)

그 외에도 어느정도의 흔들림이 독서에 가장 방해가 되는지,

올챙이의 맛은 종마다 어떻게 다른지, 칠판 긁는 소리가 얼마나 불쾌한지,

아이들은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직원을 보면 좋아하는지 등

다양한 연구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런 연구를 하겠다고 생각한 것도 대단하고

실제로 그 연구를 한 것도 대단하고

그걸 실제로 지원해준 단체나 사람도 대단하고

그 논문을 reject하지 않는 에디터도 대단하고

그걸 또 알아봐주는 사람들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이지만 제가 다니는 학교의 특성 상

연구도 할 수 있고 연구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 볼 수 있는데

허무맹랑한 계획을 짜면 시작도 못하고

항상 당위성, 연구 목표, 연구의 응용을 생각해 내야 하고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뭔가 점점 창의성이 떨어지는 느낌도 듭니다.

이러한 연구, 저러한 연구를 해 보고 싶었지만

여건상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요...

가끔 TED나 뉴스를 보면서 소개되는 연구들이

어! 저거 내가 했던 생각인데! 그런 경우는

정말... 마음이 아프죠....

저는 시도도 못 해 봤는데...

사람들이 과학을 너무 딱딱하게 보지 말고

실용적이고 돈 되는 것만 추구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웃는 지식(저에겐 딱히 웃기지는 않은 이 책)은

그냥 술술, 뉴스 읽듯이 읽으면 되니까 부담감은 없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한 번 읽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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