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현대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미레티아 2017. 1. 24. 21:19


저는 미술을 잘 모릅니다.
미술관에 갈 때 종종 느끼는 사실이
미술관 건물이 멋있군! / 내부 온도가 좋군! / ....
음.... 별로 깊은 인상은 없었어요.
예전에 방학 숙제로 전시회 다녀오고 보고서 쓰는 것이 있었는데
미술관 좀 다니다가 별로여서 박물관으로 가게 되었죠.

이 책은 정말 난해하고 복잡하고 납득이 안 되는
현대 미술에 대한 책입니다.
정확히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하네요.
총 6개의 챕터로 분류가 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물도 나를 본다', 왜 실제적이지 않은 미술이 등장하는지
그 배경 및 철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상깊었던 부분은 우리 눈은 카메라처럼 고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세상을 본다고 합니다.
전통적 원근법을 무시하는 그림은 그러한 사실을 반영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네요.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풍경을 보는 우리의 눈이 계속 움직이는 것처럼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도, 그걸 보는 우리의 눈도 계속 움직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실제처럼 그리는 것이 더 우리의 모습을 잘 투영하는 것 아닐까요?
'자연스러운 우리네 모습'... 이라는 말이 자꾸 맘에 밟히네요.
그렇지만 같은 장 뒷부분에 나오는
'우리는 모두 그 무엇이 '안' 되고 싶다'는 부분은 진짜 동의합니다.
요즘은 사람을 너무 도구화 시키는 것 같아요.
쓸모없으면 가치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두 번째 장은 '내가 정말 예술인가?'입니다.
어후... 동의가 가기도 하면서 동의가 안 되는 부분이죠.
여기서는 '개념 미술'이라는 것이 소개가 되는데
개념 미술은 아이디어나 개념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래요.
이것은 인정하는 바입니다.
근데 예시가... 너무 파격적인 것이 많아서 그런지....
정의만 보면 이해가 가고 끄덕끄덕이 가능한데...
예시를 보면... 반박을 하고 싶어지는...

세 번째 장은 '미술관을 폭파하라'입니다.
여기서는 미니멀리즘이 소개되는데
칼 안드레의 '북동쪽으로 향한 길'을 보면서
조영남 대작 사건인가? 그게 떠오르더라고요.
(관련: http://media.daum.net/entertain/culture/newsview?newsid=20161121154357524)
여기서 관람자와 미술가가 하는 가짜 대화가 나와 있는데
그 중 저같은  관람자가 이런 말을 합니다.
"공장에, 철물점에 주문해서 만들어진 사물을 미술관에 떡 걸어놓고 그냥 보시오? 게다가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마라? 그럼 대체 관람객은 왜 있는 겁니까?"
...그러니까요...
정말 미술관을 폭파시키고 싶은...
아니, 미니멀리즘은 작품에서 굳이 의미를 찾지도 말래요.
그런데 저는 지금까지 못 하건 잘 하건, 이상하건 예쁘건
예술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존 케이지의 4분 33초도 멋있지는 않지만 의미가 있잖아요.
피카소 그림도 아름답지는 않지만 의미가 있잖아요.
그런데 의미를 빼 버리라니!
그럼 예술은 뭐가 남는 것이죠?
즐거움?
안 느껴지는데? (반항) (이해 안감) (납득 안됨) (으앙 울꺼양)

네 번째 장은 '안 보이는 것을 그린다'입니다.
추상화가 등장을 하는데요,
뭔가 멋있어 보이는 것도 있는데
저건 뭐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자가 하는 말이 실제로 보지 않고 사진으로만 보면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대요.
특히 대형 작품인 경우는 말이죠.

다섯 번째는 '나는 정말 나인가?'입니다.
이 부분은 새로 접하는 생각이면서 가장 설득도 잘 되는 부분이었어요.
원본성, 시뮬라르크, 상품화된 모습, 독창적인 사진....
중간에 나오는 아기의 웃음과 울음이 학습이라는 주장은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과학하는 사람들에게만 아주 중요한 문제인 것 같으니 넘어가고
독창성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요.
창의력과 독창성이 중요시되고 있는 오늘날,
저작권에 대한 논란도 많이 생기고 있죠.
예전에 솔섬 사진에 대해 대한항공인가? 거기서 찍은 것이
흑백사진과 구도가 비슷해서 논란이 되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관련: http://m.sankyung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28565)
세상에 순수한 독창성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우리가 학습하면서 내재된 많은 생각들, 생각의 예시들.
독창적인 작품도 그 결과로 이뤄진 것입니다.
결국... 안 독창적... 이라고 생각할 수 있나요.
뭐, 순수한 독창성은 없어 보이지만
상대적 독창성은 언제나 존재하니 뭐....

여섯 번째는 '현대 미술 진짜 미치겠네'입니다.
어째 내 생각과 똑같니...
그런데 여기는 나름 의미 있는 작품 예시가 나와서 좋았어요.

정말 미술을 모르는 일반인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보고
이런생각도 있구나, 저런 생각도 있구나, 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예시도 많고, 가상의 대화문 형식이 좋더라고요.
주의할 점은, 읽으면서 짜증이 많이 날 수 있어요.
반박하고 싶어지고 너무 이해가 안 가서....ㅋㅋ


'독서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이는 화학  (0) 2017.03.11
이것이 인간인가  (4) 2017.01.29
내 이름은 왜?  (0) 2017.01.15
웃는 지식  (0) 2017.01.15
표백  (0) 2016.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