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표백

미레티아 2016. 12. 26. 11:35

(사실 오래전에 읽은 책인데 시험이 끝나고 후기를 올리게 되는군요...-_-;;)

표백,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소개글이 있었어요.

자살선언? 연쇄자살? 이런 것을 주제로 책이 나왔다니!

일반적으로 책을 보면 사회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제는

별로 쓰지 않고 쓰더라도 은근히 쓰는데

이 책은 대놓고 자살 문제를 논합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절대 읽으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괜히 도서실에 책 신청해서 읽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표지 말고 책등은 그렇게 눈에 띠지 않기 때문에

책이 꽤 많고 이용자는 많지 않은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이 많이 읽힐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이 책은 형식이 독특합니다.

책 내 현실의 이야기가 쭉 이어지다가

갑자기 회색 배경의 종이가 나오면서

소크라테스, 적그리스도, 메리 등 뭔가 철학책 같은 이름의 사람들이 나오며

새로운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근데 읽다보니까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라서

어? 이거 뭐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연쇄 자살을 계획한 세연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경험한 걸 쓴 것이더라고요.

세연은 '재키'라는 이름으로 주어지고

이 책의 주인공은 '적그리스도'라는 이름으로 주어집니다.

어찌되었던, 세연은 정말 잘난 학생입니다.

얼굴도 이쁘고 공부도 잘 하고 유명 대기업도 취업했는데

....자살합니다.

그리고 나, 적그리스도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에게

5년 후에 자살을 할 것을 약속하게 합니다.

단, 자살은 자신이 정말 잘났을 때 해야 한다고 합니다.

만약에 그렇지 않을 때 하게 된다면

그 자살의 원인이 우울증, 가난, 학업에 대한 실패 등으로 가려진다며...

그 문장을 보고 나중에 시험이 끝나고 인터넷을 보다가

스토리펀딩에서 "연극 '이등병의 엄마' 표를 사 주세요"라는 걸 봤는데

'입대할 때 쓰는 생활기록부에 어려웠던 가정사를 쓰지 마세요.

유사시에는 그것이 자살 원인이라고 둔갑됩니다.'

...라고 되어있더라고요.

음... 전 왜 두 이야기가 비슷해 보일까요....

어쨌든 세연이 자살을 한 이유는 소설 속의 '자살선언문'에 잘 나와있어요.

(정말 설득력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반박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결국엔 세연과 자살 약속을 한 사람 중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5년 뒤 와이두유리브닷컴에 글을 올린 후 자살을 하게 됩니다.

이 소설 보고 궁금해서 홈페이지 주소 인터넷에 쳐봤는데

....학교와이파이로는 접근 금지....

자 그럼 아이피를 우회해볼까...하다가 귀찮아서 안 했어요.

소설 속 사회는 자살을 통해서 들썩이죠.

그들이 자살을 하는 이유는 완벽하게 준비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아니 할 일이라고는 사회에 맞추는 것 밖에 없는

그러한 사회를 거부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세연과는 다른 생각인데

아무리 사회가 완벽해 보여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여도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불완벽한 틈도 찾을 수 있어요.

그 틈을 찾는, 그 틈으로 나가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해요.

굳이 사회에 맞출 필요가 있나요.

일부분만 맞추고 일부분은 제 마음대로 하면 되죠.

세상하고 타협하는 과정도 필요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을 때는

용감하게 이기적으로 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살이나 살인이 사회를 바꾸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그것은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사회를 거부하겠어! 하고 죽어버리면

남은 사회는 누가 바꿉니까.

그냥 계속 죽자는 것입니까.

정말 생각을 많이 하고 많이 하고 많이 하고

고민을 많이 하고 많이 하고 많이 하게 되는 책입니다.

여러분이 우울하지 않을 때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급하게 독서토론 주제를 잡아야 할 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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