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영화 파묘를 보고 난 후기 (feat. 직업병)

미레티아 2024. 3. 4. 12:25

파묘 포스터

엄마랑 저번주에 파묘를 보고 왔다.

보기 전에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따라갔다왔는데, 굉장히 재미있었다.

※ 주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영화를 보면서 만족

 

먼저 대중적인 주제를 잘 풀어나갔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그냥 세속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뒤로 가면 한국인이라면 전부 공감할 만한 대중적 주제로 바뀐다.

그래서 아마 이번 영화가 흥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주제가 없었더라면 이 영화를 그냥 공포영화 보았네, 정도로 치부했을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여러 디테일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차 번호판도 그렇고, 창문에 비친 모습 등

어? 하는 장면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그걸 다 의도하고 만들었구나, 싶었다.

그런 디테일이 마음에 들었다.

 

세번째로는 음향이 마음에 들었다.

음향이 정말 시의적절했다.

내가 지금까지 음향이 마음에 들었던 영화가 오펜하이머인데

그것처럼 마음에 들었다.

아 이과라서 뭐라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하여간 음악이 없거나 달랐으면 별로였을 것만 같이 전개에 딱 들어맞았다.

 

2. 영화를 보면서 불만족

 

첫 번째로는 뭔가 백두대간이 끊긴 것처럼, 영화도 중간에 이야기가 한 번 끊긴 느낌이 들었다.

총 두 개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은 것처럼 기승전결이 아닌 기승전기승전결 느낌이라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 아 끝나야 할 것 같은데... 아 이제 끝인가... 이런 느낌과 함께

앞의 가족은 그래서 어떻게 된거임...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감독님이 의도했다고 한다.

(참고: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550345)

의도했다면... 다행이지만... 인터뷰를 못 찾았더라면 불호가 더 강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사실 개인적으로 무당과 일본 요괴와 기타 등등 여러가지를 모르기 때문에

몇몇 대사나 장면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간 경우가 많았다.

집에 와서 해석을 찾아보면서 이런 뜻이구나, 하며 이해하기는 했는데

영화관에서 이해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걸 다 영화에서 서술할 수 없으니 지나간 것 같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3. 기타: 의학적 고증

 

면허 딴지 한 달도 안 된 새내기 의사이지만...

보면서 이상하네? 하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상처의 위치다.

일본 요괴인 오니가 사람들의 간을 빼먹는 장면이 있는데

간을 빼먹힐 뻔했던 봉길이와 상덕씨의 상처의 위치를 보면 왼쪽 아래에 있다.

(이 장면을 찾기 위해 열심히 인터넷을 찾아보았으나 못 찾았다.

그래서 잘못 보았나 싶어서 동기 3명에게 물어봤더니 다들 상처가 왼쪽이었다 진술해주었다.)

출처: 아산병원 인체정보

...의학적으로 간은 오른쪽 위에 더 치우쳐져 있다.

아마 오니가 오른손잡이라서 푹 찌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왼쪽이 찔리니까 그렇게 한 것 같기는 한데

그렇게 찌르면 간 빼먹기 전에 장 찌르고 위 찌르고 비장 찌르고 그럴텐데... 싶었다.

물론 찔린 사람 입장에서는 이득이긴 하다.

간에 도달하는 시간이 지연될테니.

하여간 동기들과 수다떨다가 모두가 이게 거슬렸다고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직업병인가 쩝

 

어쨌든 전반적으로 추천할 만한 영화인 것 같다.

무서운 거 아니냐, 라고 물으면 나는 조금? 이라고 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