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게시판

식물의 굴성(tropism)

미레티아 2013. 2. 25. 22:17

우리 집 고무나무는 현재 죽었지만

몇 년 전 생일선물로 받은 이래로

계속 어디로 삐뚜르게 자랐습니다.

저는 곧게 뻗은 나무를 원했었는데...

그래서 재작년인가, 작년인가

하여간 겨울에 얼어죽기 전까지

고무나무가 곧아지게 하려고 노력 많이 했습니다.

햇빛 받는 쪽을 고려해서 화분을 놓기도 하고

실로 묶어보기도 하고...

뭐, 결국은 실패였지만요.

만약 제가 그때 굴성을 알았더라면

고무나무 곧게하기 프로젝트는 아마도 성공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굴성이 뭘까요?

오늘의 주제입니다.


굴성은 식물이 자극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바라기는 해가 있는 쪽을 향해서 자라잖아요?

그것이 굴성의 예시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식물에게 가해지는 자극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아주 다양한 자극이 있어서 그것 각각에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그 종류를 살펴볼까요?


1. 굴화성

이거...한자를 먼저 알아야 겠는데요.

굴성의 굴은 屈, 즉 '굽을 굴'자이고, 성은 性, '성품 성'자입니다.

그리고 굴화성의 화는 '불 화'자...가 아니고

化, '화할 화'자입니다.

'화할 화' 화학할 때 쓰이는 '화'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들은 대충 예상했겠지만

굴화성은 식물이 화학 물질에 의한 반응으로 움직여서 굽어져 자랍니다.

이 굴화성은 2가지로 또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양성굴화성과 음성굴화성인데요,

양성굴화성은 화학 물질의 자극이 주어졌을 때

화학 물질 쪽으로 자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오른쪽에 화학 물질이 있으면 오른쪽으로 굽어지는 거죠.

반대로, 음성굴화성은 화학 물질의 반대쪽으로 자랍니다.

오른쪽에 화학 물질이 있으면 슬금슬금 피해서 왼쪽으로 굽어지는 것 같이 보이죠.


2. 굴지성

굴지성의 지는 地, 아주 쉬운 '땅 지'자 입니다.

이것은 식물이 중력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것입니다.

혹시 식물 거꾸로 심어보셨나요?

저는 해 본 적이 없지만, 콩 심을 때 싹 트는 곳을 위로 가도록 해서 심은 적은 많아요.

이 콩에서 처음 나오는 것이 뿌리잖아요.

그런데 제가 위로 가도록 했는데도 떡잎이 위로 올라오지,

절대 뿌리가 위로 올라오지 않아요.

이것은 바로 굴지성 때문입니다.

식물의 줄기는 음성굴지성, 즉 중력과 반하는 위쪽으로 자라는 성질이 있고

뿌리는 양성굴지성으로 중력방향인 아래쪽으로 자라는 성질이 있습니다.

(잠시 정리하자면 굴성에서 양성은 자극 쪽으로, 음성은 자극 반대쪽으로 자랍니다.)

그래서 제가 아무리 엉망으로 콩을 심고 식물을 심어도

위, 아래 맞춰서 잘만 자라는 거죠.


3. 굴수성

굴수성의 수는 '물 수'자, 水입니다.

식물이 물이나 수분에 반응하는 것을 뜻하는데

일반적으로 뿌리는 물이 있는 쪽으로 뻗는 양성굴수성을 갖고 있죠.

뭐, 그 외의 예시를 떠올리라면 별로 안 떠오르네요.

하지만 뿌리의 예시 외에도 굴수성을 보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연꽃 같은 경우는 수정을 할 때 양성굴수성의 특징을 보이는데

꽃가루가 물이 있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왜냐하면 연꽃은 수정시 물을 매개로 하는 수매화이기 때문이죠.


4. 굴광성

우리가 광이라는 소리를 가진 한자 중 가장 많이 아는 光, '빛 광'입니다.

처음에 예시를 들었던 해바라기처럼

빛의 자극에 반응하는 것처럼 양성굴광성과 음성굴광성이 있습니다.

대부분 이파리나 줄기는 양성굴광성입니다.

그래서 햇빛 많이 받으려고 잎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나오기도 하잖아요.

한 번 아래 사진을 봅시다.

사진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File:Mint-leaves-2007.jpg

이렇게 돌아가면서 나오는 거 외에도 마주나기, 어긋나기, 등도

모두 다 햇빛을 좋아하는...아니, 양성굴광성의 잎들 때문에 생기는 거죠.


5. 굴열성

열은 뭐, 보나마나 뻔하게 熱, '더울 열'자 입니다.

뜨거운 것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리지 않고

식물이 온도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굴열성의 예시는 튤립이 있습니다.

튤립은 따뜻한 곳에 가면 꽃 피고, 추운 곳 가면 다시 오그라듭니다.

뭐, 튤립 말고도 다른 꽃들도 그렇게 생활하는 애들 많습니다.

(그런데 다른 예시가 생각이 안 나...)


6. 굴촉성

촉감 할 때의 촉과 같은 한자인 觸, '닿을 촉'자 입니다.

식물이 다른 물체에 접촉하는 것에 반응하는 자극에 대해 나타나죠.

양성굴촉성은 나팔꽃이나 등나무의 줄기처럼

접촉한 쪽으로 자라는 식물들이 있습니다.

또, 식충식물은 모두 굴촉성의 성질이 있습니다.

끈끈이 주걱, 파리지옥 등은 곤충의 접촉이 있으면

잽싸게 주둥이를 닫고...(?) 먹어야 되잖아요.

사진 출처: http://blog.joinsmsn.com/media/folderListSlide.asp?uid=cyc22&folder=1&list_id=10866194

위 사진 출처는 꼭 클릭해서 들어가 보세요.

굴촉성을 이용해 파리지옥이 파리를 잡는 생생한 사진이 있습니다.


7. 굴상성

상처 할 때의 상인 傷, '상처 상'자를 쓰므로 그냥 한자를 해석해도 뜻이 나옵니다.

식물이 입은 상처에 대한 반응을 의미합니다.

양성굴상성은 상처가 생긴 쪽으로 자라는 것이고

음성굴상성은 상처가 생긴 반대쪽으로 굽는 것입니다.


8. 굴전성

번개 전, 電자를 씁니다.

번개에 반응하는 것은 아니고, 전기자극에 반응하는 겁니다.

전기장에 놓인 식물체가 전기의 자극을 받아 +나 -쪽으로 향하는 성질입니다.


굴상성과 굴전성은 별로 유명하지 않은지 사전에만 자료가 있습니다.

제가 가진 책을 뒤져 보아도 굴상성과 굴전성이 없네요.

어쨌든 저쨌든, 이 다양한 굴성을 이용해서 식물을 곧게,

또는 원하는 방향으로 꼬아 자라게 해 보는 것은 어때요?

음....하트 모양으로 자라게 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