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

미레티아 2016. 7. 28. 11:16

(음...사실 그림이 많지는 않은 것 같지만...그림설명이 자세하니 제목에 대한 딴지는 패스....)
이 책은 일종의 과학사책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모든 과학사를 줄줄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고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특정 그림을 중심으로 설명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일부 들어있습니다.
제 1부, 근대과학의 탄생은 재미없었습니다.
이미 아는 내용이기도 했고
과학사와 관련된 여러 책이 있으면 제일 먼저 나오는,
한 마디로 생기초 과학사입니다.
제 2부부터는 재미는 많지 않았지만 내용이 좋았습니다.
(뭐, 과학사가 재미있기는 쉽지 않을거에요.)
뉴턴에 대한 이야기에서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는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그리고 영국 국민들이 애호하는 뉴턴의 초상화는
뉴턴이 정말로 싫어했던 초상화라고 합니다.
옷도 별로, 배경도 별로...라서 그렇다네요.
정말 뉴턴의 초상화가 2개 소개되어 있는데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갈 정도로
그림이 딴판입니다.
샤틀레 부인과 볼테르, 실험실에서 지워진 존재에서는
과학에서의 불평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성들이 수학과 과학을 하지 못하도록,
아니 거의 모든 학문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유명한 사람은 더 유명해지고, 업적을 독차지하고.
이 불평등은 현대에 조금 더 세련된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니
모두가 노력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제 3부는 재밌었습니다.
특히, 프리온의 이미지와 위험 체감도가 인상깊었는데
같은 사실이라도, 과학적인 이야기라도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비유하는가,
어떻게 이미지화를 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이 다 다르다고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다고 했을 때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 아니다 측에서
프리온의 변성 과정을 설명하는 모식도를
서로 다른 것으로 주장하였다 하더라고요.
실제로 모식도를 보니까 다른 느낌이 듭니다.
과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쓰는 그림이
어쩌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거나
편견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요.
앞으로 다들 조금 더 주의해야겠습니다.
막 진화론도 나무 그림을 그리느냐, 다른 그림을 그리느냐,
그 나무 그림은 세부적으로 어떻게 생겼는가에 따라
다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더라고요.
갑자기 그림과 과학을 생각하다보니까
기하학은 죽었다고 한 프랑스 수학자 집단이 떠오르네요.
부르바키였나...?
한때 논문에 그림을 안 넣는 원칙으로 유명했다는데...
어찌되었든, 앞으로 과학사를 공부할 때
그림을 한 번 더 봐야할 것 같아요.
대충 지나간 그림 구석에, 혹은 아무도 모르게 대놓고
다양한 정보를 주고 있으니까 말이에요.
대부분 책이 작아서 그림이 상세히 안 보이는 것도 아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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