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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아다니는 벌레들은 빛을 향해 달려들까?

미레티아 2024. 5. 6. 11:24

참고문헌: Fabian, S. T., Sondhi, Y., Allen, P. E., Theobald, J. C., & Lin, H. T. (2024). Why flying insects gather at artificial light. Nature Communications, 15(1), 689. (논문 링크: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4-44785-3)

cf) 저는 이쪽 전문가가 아닙니다. 흥미로운 논문 있으면 읽어보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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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표현 중에 'Drawn like a moth to a flame', 즉 '불꽃으로 뛰어드는 나방처럼'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실 나방 뿐 아니라 많은 날벌레들이 빛을 향해 달려든다.

그래서 살충등이라고 하나, 전기로 치직 하면서 벌레 잡는 기계가 그 원리를 활용한다.

근데 대체 왜 그러는걸까?

오늘은 2024년 1월에 올라온 「Why flying insects gather at artificial light」라는 논문을 통해 그 이유를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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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빛을 향해 달려드는 데에 인기가 있었던 가설은 다음과 같이 있었다고 한다.

(1) 나뭇잎 사이의 빛처럼 보이기 때문: 약간 틈새로 곤충이 빠져나가야 해서 그렇다는 말 같다.

(2) 달을 길잡이를 삼아 날기 때문: 인공적인 빛이 있으면 교란이 생긴다.

(3) 빛에서 나오는 복사열이 벌레를 끌어당긴다. → 결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4) 밤에 적응된 곤충의 눈이 밝은 빛에 멀어버려 항로를 잃는다.

하지만 명확하게 알 수 없었는데 그게 벌레의 3D 트랙킹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논문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그걸 해냈고, 인공적인 빛이 날벌레를 어떻게 교란하는지 확인해보았다고 한다.

 

근데 날아다니는 동물들은 공중에서 자신의 위치나 방향 등을 어떻게 알까?

아무래도 외부의 정보를 이용해야 하고,

예를 들어 중력의 방향이나 하늘, 즉 빛의 방향을 사용하게 된다.

참고로 하늘은 밤에도 땅보다는 밝다고 한다(특히 450 nm미만의 단파장에서).

 

대부분의 곤충들은 빛의 방향을 이용하는 행동패턴인 Dorsal-light-response (DLR)을 보인다고 한다.

이는 '비행 시에 등을 광원 쪽으로 향하는 반응'으로 찾아보니 한 기사에서 "배광반응"이라고 번역하셨다.

(하지만 난 이 글에서 배광반응보다 DLR이라는 말을 계속 쓸 것 같다.)

생각해보면 말이 된다.

빛은 하늘에 있고, 등이 하늘 쪽으로 가야지 안정적으로 날게 되지

반대로 되면 배 뒤집고 추락하게 될 테니까....

 

한편 큰 잠자리나 나비 등의 큰 곤충들은 중력의 영향을 이용해서 수동적으로 자신이 엉뚱하게 날고 있으면 교정이 가능하나

작은 사이즈의 곤충들은 관성에 대한 힘과 점성에 대한 힘의 비, 즉 레이놀즈 수가 작아서 그게 힘들다고 한다.

이게 사실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가 안 가는 표현이지만

쉽게 이해하면 중력의 영향을 이용해서 수동적으로 자세를 바꾸는 것이 어렵고 열심히 노력해야 자세를 바꿀 수 있다는 뜻 같다.

고작 대기의 점성 따위가 영향을 줄 정도라니! (근데 날벌레 사이즈를 보면 그럴 만도...)

 

어찌되었든 논문의 연구진은 아마도 인공광원이 DLR에 교란을 시켜서 잘못 날아갈 것이라 생각하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결과 부분을 연구진이 쪼개좋은 문단별로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인공 빛은 벌레들에게서 비정상적인 비행행동을 보인다.

그 비행행동은 아래 그림과 같다.

논문에 나온 Fig 1.

 

곤충은 DLR을 유지하면서 열심히 날고 있기는 한데

Fig 1c와 같은 행동은 땅에 곤두박질치고 있고...

1b와 같은 행동은 속도가 느려지며 위로 올라가는건데 그렇게 되면 곧 광원 방향이 아래쪽에 있게 되니 1c처럼 될 것이다...

 

(2) 모션 캡쳐로 dorsal tilting toward light(빛을 향해 기울이는 것)을 정량화 해 본 결과를 설명한 문단

실제로 논문을 보면 큰 곤충, 작은 곤충, 야행성인 놈 등 여러 종류에 대해서

각도가 얼마이고 방향은 어떻고 등을 여러 수치로 나타내고 있는데

사실 그 정도까지 궁금한 것은 아니라서...

해당 문단의 마지막 문장만 번역하겠다.

'이 데이터는 점광원이 벌레가 그들의 등축을 빛을 향해 정렬하려고 유지함에 따라 유의하게 자세 변경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3) 하늘과 같은 인공 광원은 정상 비행패턴으로 되돌린다.

이 말은 하늘과 동일한 평면으로 빛이 넓게 퍼져있다면

사실 이게 하늘에서 오는 빛인지, 인공광원인지가 중요하진 않다.

그 경우 어차피 곤충은 DLR 반응으로 정상적으로 날아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하늘과 비슷한 인공광원을 사용했는데도 비정상적으로 날아간다면 DLR 때문이라는 가설이 틀린 것이니 이걸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연구진은 하늘쪽에 넓게 퍼져있는 빛과 바닥쪽에 넓게 퍼져있는 빛으로 연구를 해보았다.

넓게 퍼져있는 빛을 어떻게 만드나 싶었는데 빛을 흰 천에 반사하는 간접광으로 한 것 같다.

어쨌든, 바닥쪽에 퍼뜨린 빛이 있을 땐 곤충들이 박치기하고 그랬는데

하늘쪽에 퍼뜨린 빛이 있을 때는 멀쩡하게 잘 날았다고 한다.

고로 가설이 틀리지 않고 잘 설명이 되는 중이다. 

논문의 Fig. 4

 

---그러고 연구진은 시뮬레이션을 돌리셨다. (결과의 4번째 문단부터~~)---

즉, 광원에 접근하면 등을 돌리도록 인공 벌레를 프로그래밍해서 가상의 공간에서 어떻게 행동하나 본 것인데

DLR로도 충분히 벌레가 빛 주변에 묶이게 (표현이 좀 그렇긴 한데 빛 주변을 못 벗어나는? 빛을 향해 달려드는?) 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다만 벌레가 우연찮게 그 빛에 가까이 갔을때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아주 멀리서 빛이 있는데 벌레가 아이고 저어어어어기 빛이다아아아 하면서 가지는 않는다고 한다.

 

근데 연구에 사용된 몇몇 종류의 벌레들은 빛에 끌리지 않았다.

이런 예외가 존재한다는 것은 파장 특이성이 있거나, 종에 따른 행동패턴의 차이(아마 중력의 영향을 더 받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에 따른 파장 특이성을 알아낸다면 해충만 골라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 모기 잡겠다고 산 살충등에 무당벌레가 들어오면 안되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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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재밌는 논문이었다.

오늘의 결론!

DLR, 즉 배광반응 때문에 벌레들이 빛에 끌린다.

 

cf) 늘 생각하는 건데, 온라인 게재 시에는 지면의 한계가 없으니 논문 사이에 동영상이 재생되게 해주고, supplementary data가 본 논문에 껴 있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왔다갔다 자료 찾기 귀찮아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