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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기, 강아지, 고양이 등이 귀여울까?: 로렌츠의 Baby schema(베이비 스키마) 이론

미레티아 2024. 11. 2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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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귀여운 것이 참 많다.

그 중에는 나만 귀여운 것도 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엽다고 동의하는 대상도 있다.

바로 아기와 강아지, 고양이, 토끼 등등이다.

왜 이들은 귀여울까?

 

무엇을 귀엽다 느끼는지에 대한 이론 중에 가장 오래되고 널리 연구된 것 중에 하나가

1943년 동물학자 콘라드 로렌츠(Konrad Lorenz)가 제시한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이다.

번역으로는 유아도해(幼兒圖解)라고도 하는 것 같다.

해당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논문을 찾아본 결과, 안타깝게도 당시에 그가 독일어로 논문을 썼다.

(원문 링크: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abs/10.1111/j.1439-0310.1943.tb00655.x)

고로 다른 논문을 참고하여 해당 내용에 대해 설명해보겠다.

참고 논문: Kawaguchi, Y., & Waller, B. M. (2024). Lorenz’s classic ‘baby schema’: a useful biological concept?. Proceedings B, 291(2025), 20240570.
원문 링크: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full/10.1098/rspb.2024.0570

1. Baby schema란?

인간이 귀엽다고 느끼는 것은 진화적으로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본능적 반응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태어나자마자 혼자 살아갈 능력이 없다.

어류의 경우에는 알에서 스스로 깨고 나와서 알아서 밥먹고 알아서 크고 그러는데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는 일정 기간 부모가 양육을 해야 독립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아이는 부모가 반드시 자신을 돌보게끔 진화를 해야 하고,

그 키워드가 바로 귀여움이었다는 것이다.

왜, 솔직히 강아지 고양이 귀여워서 키우지 않는가.

'귀여우면 → 키운다'; 그렇다면 아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기 → 귀엽다'가 만족해야 하는 것이며,

그에 따라 '귀엽다 → 아기와 비슷한 특징을 가진다'는 이야기이다.

 

2. Baby schema의 조건

로렌츠는 귀여움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7가지 조건들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글에 포함된 인용 문구("")는 모두 Kawaguchi, Y., & Waller, B. M. (2024) 논문에 있는 내용이다.

 

① 상대적으로 두껍고 큰 머리

- "Relatively thick, large head, the optimal ratio of which to body size could perhaps be determined through experiments, as with Tinbergen's blackbirds."

- 구체적으로 얼마나 커야 하는지 수치를 제안하지는 않은 것 같다.

 

② 돔형 이마

- "The neurocranium, which is strongly predominant in relation to the facial skull and protrudes with a domed forehead"

- 쉽게 말해... 앞짱구...?

- 이게 말로만 들으면 이해가 안 가는데, 그림으로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로렌츠의 원문 글에 있는 모식도.

참고로 위 모식도는 2번 항목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7개 모든 항목을 총망라한 모식도이다.

 

③ 크고 깊은 눈

- "Eyes which are large and deep in accordance with the aforementioned proportions, 
   lying below the centre of the skull."

- 잘 보면, 크고 깊은 눈에 더해 상대적으로 두개골 중앙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더 붙는다.

- 이 말은 눈 위치가 너무 위쪽에 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즉 중안부가 길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밈. 출처 네이트판

- 위 밈이 근거가 아주 나름 있는 것이었답니다...?!

 

④ 상대적으로 짧고 두꺼운 팔다리, 큰 손과 발

- "Relatively short, thick extremities with large hands and feet."

 

⑤ 전반적으로 동글동글한 몸의 형태

- "Generally rounded body shapes."

 

⑥ 부드럽고 탱탱한 피부 질감

- "A very specific, soft and elastic surface texture,
  corresponding to the fat layer of the healthy human child."

- 축 처지고 우둘투둘한 질감이 아니라 흔히 '아기피부'라고 불리는 그런 질감이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⑦ 둥글고 튀어나온 볼따구

- 최선을 다해 번역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참고한 논문의 원문이 아래와 같습니다.

- "Round, protruding ‘chubby cheeks’,
   without which the cuteness of the child’s head would be greatly reduced"

- 그니까 아래 만화의 표현처럼 탱글~한 볼따구를 의미하는 것이다.

카카오웹툰 '아기 다람쥐가 다 잘해요' 볼따구가 탱글한 주인공 베아티. 화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엽다.

 

3. 비고

후대 연구자들에 의해 Baby schema는 종종 '큰 머리, 통통한 볼, 볼록한 이마, 큰 눈, 작은 코와 입'등으로 설명되고는 하는데

로렌츠는 작은 코와 입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그가 그린 그림(맨 처음의 모식도)에 보면 좌측이 코와 입이 작은 것 같긴 한데...

 

또한, 보통 얼굴의 특징만 Baby schema의 조건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④, ⑤처럼 몸통의 특징도 조건으로 들어간다.

 

로렌츠는 '돌봐줌'에 초점을 맞춰서 이론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모든 '귀여움'을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외모적인 특징이 아니라 행동학적으로 귀여움을 유발할 수도 있고,

동물이 아닌 식물이나 무생물도 귀여울 순 있는데 걔네는 얼굴도 없고 눈코입도 없다.

즉, 안타깝게도 그런 것은 로렌츠의 이론으로 해석이 되지 않는다.


나중에 또 귀여움에 대한 재미있는 논문이 있으면 읽어봐야겠다.

요즘... 내 주변에 귀여운 게 부족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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