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감이 유행이다.
독감 예방주사를 안 맞은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맞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성인들은 어린이 시절 이후에 예방접종을 자발적으로 맞아본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코로나 백신이야 뭐 국가에서 해줬으니 다들 맞았겠지만
독감? 나이드신 분들이나 아기 키우는 집을 제외하고는 관심도 없을 것 같고,
파상풍? 그거 애기 때 맞은 거로 끝난 거 아닌가?
무슨 간염? 나 그거 없어!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성인 예방접종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애주기별로 무엇을 맞으면 좋을지 알아보고자 한다.
1) 성인 예방접종이 필요한가?
네. 그렇습니다.
물론 어떤 접종을 받아야 하는지는 개인차가 있다.
예방접종은 감염병에 걸리는 것을 방지하거나 감염병에 걸려도 증상을 약하게 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으로,
종류에 따라 약화 된 병원균이 들어있거나 병원균의 독소, 단백질 등이 들어있다.
그래서 약간 미리미리 알면 잘 대처할 수 있다,의 개념으로
우리 몸에게 미리미리 병원균은 이렇게 생긴 놈이다~라고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는 면역력이 괜찮으니까 감염병에 잘 걸리지도 않고, 걸리면 금방 낫는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독감 걸려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게 진짜로 학교나 회사를 안 쉬고 해열제만 먹고 버티기는 너무 힘들다.
또한, HPV(인유두종바이러스)의 경우는 걸리면 90%는 자연치유를 위해서는 2년이 걸리며
만약 자연치유가 안 되면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A형 간염의 경우 운 나빠서 급성 간부전이 오면 간이식을 해야 하고 운 안 나빠도 설사하고 토하고 그래서 입원을 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실제로 의대생 시절에 A형 간염에 걸린 20대 환자 분을 본 적이 있는데, 퇴원할 때가 되었는데도 정말 수척해보이셨다.
파상풍은... 걸리는 사람이 드물긴 하지만 막상 걸리면 사망률이 꽤 높다.
풍진은 임신 초기에 감염 시 기형아가 생긴다.
그러니까 어르신이나 만성질환을 동반하고 계신 분, 면역저하자 분들은 당연히 예방접종을 꼬박꼬박 챙겨야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성인이면 가끔씩 예방접종을 뭘 맞아야 하나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운 나쁘면 걸리는 거겠지', '걸려도 문제가 생길 확률 매우 낮은데 뭐'라고는 하지만
본인에게 발생하면 그 확률은 100%이지 않는가.
미리미리 챙긴다고 나쁠 것은 없다!
비용이 걱정된다면 늘 이걸 생각하자.
예방접종 비용보다 아팠을 때 병원비가 더 비싸다.
잘 찾아보면 백신 할인행사 하는 병원도 은근히 많다...
동네의 모 병원은 개원기념으로 독감주사 이만원 안쪽으로 행사했....
2) 그런데 왜 아기 때처럼 국가에서 챙겨주지 않는가?
국가의 의료 사업은 '질병부담', '비용-효과성'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모든 성인에게 독감 백신을 맞추면
독감에 걸려서 아픈 사람들,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좋겠지만
백신 가격보다 백신 효과로 인한 이득이 크지는 않는다.
따라서 취약계층(보통 65세 이상 노인, 면역저하자 등)에게는 국가가 백신 가격을 지원하고, 보건소에서 공지도 해주지만
그러지 못한 일반적인 성인은 본인이 스스로 알아서 챙겨야 하는 것이다.
3) 그렇다면 무엇을 맞으면 좋을까?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https://nip.kdca.go.kr/irhp/infm/goVcntInfo.do?menuLv=1&menuCd=115) 혹은
대한감염학회 홈페이지(https://www.ksid.or.kr/content/info/vaccine_info.php)
에 들어가면
'성인 예방접종표'를 확인할 수 있다.
매년 개정안도 나오지만 그림은 몇 년마다 개정이 되는 것 같다.
이것은 국가가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다면 최소 이 정도는 하는 것이 좋다~라고 정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본인 상황에 맞춰서 맞으면 될 것 같다.
(외국에 거주하거나 해외 출장을 갈 때에는 해당 국가 기준을 찾아보면 된다.)
'위험군'에는 '특정 기저질환, 상황 등에 따라'라고 되어있는데
이때 '상황'이 명문화 된 것 외에도 굉장히 광범위한 뜻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
학교 선생님, 의료인, 군인 등의 직업적인 특징일 수도 있고,
가족 중 어린이가 있을 시, 가족 중 기저질환자나 면역저하자가 있을 시 등의 상황일 수도 있다.
아참, GP 근무하는 군인분들의 경우 말라리아 예방약과 한타바이러스 백신 등이 추가된다.
근데 그건 군대에서 챙겨주니까 본인이 따로 챙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4) 각 백신마다 흔히 있는 질문들
* 공통적: 1번 맞으면 평생 가죠?
아니오.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주사를 10년마다 맞히는 것을 보면 유추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진다.
왜, 코로나 백신 때도 부스터샷 맞고 그랬지 않는가.
그러면 왜 몇년마다가 아니라 n회라고만 적힌 경우가 있을까?
그건 기억면역 덕분에 평생 갈 확률이 높은 애들이기 때문이다.
운 나쁘게도 남들 맞는 횟수 만큼 맞았는데 항체가 안 생기거나 기억면역이 평생을 못 가는 분들도 있다.
이게 의학이 분야 자체가 약간 100퍼센트 이렇다! 저렇다! 그런게 별로 없어서...
그래서 그런 분들을 최소화 하기 위해 여러번 맞추고, 검사도 하고, 그러는 것이다.
보통은 운 좋은 분들에 속하니 걱정 마시길.
* 인플루엔자: 몇 월에 맞아요?
보통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은 효과가 6~8개월 간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항체가 생성되는 데에는 한 2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우리나라 독감시즌이 보통 10월에서 4월이니까
9월 중순부터 걸리기 2주 전까지(?) 맞으면 된다.
일반적으로 9월부터 11월 중에 맞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남반구 분들은 4월에서 10월에 맞아야 하고,
운 나쁘게 적도에 계신 분들은 2번을 맞아야 한다는 썰이 있다.
(진위여부는 확인해보진 않았다. 나중에 관련 국가의 외국 의사를 볼 기회가 있으면 물어봐야지.)
*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따로 맞을 수 있어요?
어... 단독주사가 없..을...걸요?
근데 굳이 왜요...?
아마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것은 보통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 같은데,
첫째로 어디 칼에 베이고 못에 찔리고 그렇게 다쳐서 오면 병원에서 파상풍 주사를 놓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다쳤을 때 병원에서 놓아주는 파상풍 주사는 두 종류이다.
하나는 파상풍 면역글로불린(TIG)으로 혹시 상처가 오염되고 더러운 상태라서 지금 당장 파상풍 독소가 혈액에서 돌아다닐 가능성이 높아 보일 때
그걸 해결하기 위한 일시적인 주사이다.
평생 면역이 지속되는 주사가 아니다.
다른 하나는 파상풍 백신으로, 성인은 Td나 Tdap을 놓아준다.
Td가 '파상풍+디프테리아'고, Tdap이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이기 때문에
환자분은 모르는 사이에 예방접종을 맞은 셈이고, 그냥 10년 뒤에 또 맞으면 된다.
둘째로 요즘 기침을 많이 하는데 백일해가 아닐까 걱정되어 백일해만 따로 맞고 싶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한 번에 여러 백신 맞으면 이득 아닌가 싶은데) 그냥 Tdap을 맞으시면 된다.
표에서는 Tdap 1회 이후 Td를 맞히라고 되어있는데
최근에 Td대신에 Tdap을 놓아도 괜찮다고 가이드라인이 바뀌어서 Tdap 맞아도 된다.
참고로 어르신들이 기침을 오랫동안 하는 것은 '역류성 인후두염'인 경우가 꽤 많다.
역류성 식도염과 비슷한거다.
* 폐렴구균: 종류가 여러 개인데, 하나만 맞으면 안 돼요?
이게 23가가 노인분들에 대해 접종 비용이 1회 무료라서 무료인 23가만 맞겠다고 주장을 하는 분들이 좀 있다.
그렇지만 PCV라는 친구와 PPSV라는 친구는 원리가 다른 백신이고,
맞으라는 순서대로 맞아야 (13가/15가 -> 23가 순) 면역 효과가 좋다.
가이드라인도 23가를 먼저 맞았다면 13가/15가를 맞춘 이후에 다시 23가를 맞게 하고 있으므로
무료로 맞으려다가 돈이 따블로 들 가능성이 있으니...!
권장하는 대로 맞기를 바란다.
폐렴은 위험한 경우가 너무 많아서 가이드라인이 계~속 바뀌고 새로운 약도 계~속 새로 생긴다.
15가 들어온지 얼마 안 되었다고 20가 허가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구체적인 내용은 담당 의사선생님께 물어보자.
* A형 간염: 만 50세이니 안 맞아도 돼죠?
그것은 본인의 어릴 때 성장 환경에 따라 다를 것이다.
A형 간염은 보통 소아기 때 감염되면 증상이 경미한 반면, 성인에서는 증상이 심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 위생상태가 불량하면 잘 생기므로 50세 이상 성인의 경우에는 어릴 때 자연면역을 획득한 경우가 많다고 보고
그 이하의 연령에서 권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50세 이상 성인 중에서도 어릴 때 자연면역이 획득되지 않은 분들이 계실 수 있고,
너무 애기 때 생겨서 이제는 항체가 거의 사라진 분도 계실 것이다.
회나 어패류 등 많이 드시는 분, 개발도상국에 가시는 분 등의 위험군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으니 나이만 믿지 말고 한 번씩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다.
아마 A형 간염의 나이 기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올라갈 듯하다.
한 20년 지나면 70대 이하 전부 맞으세요~로 바뀌지 않을까?
* B형 간염: 애기 때 맞았는데 항체 없대요. 다시 맞아야 해요?
그건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항체가 없다'가 두 가지 의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첫째, 옛날에 맞았을 때 항체가 안 생겼다. (무반응자)
둘째, 항체가 생기긴 했는데 오래되어서 기계가 검출 불가능한 수준이다.
두 번째 경우에는 추가로 맞을 필요가 없다.
기계가 검출 불가해도 잘 기억을 하고 있어서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운 나쁘게 첫 번째 가능성에 속할 수도 있지 않는가?
만약에 예전에 항체검사를 했었는데, 그 때는 양성 떴는데 지금은 음성이면 무조건 두 번째 경우인데
예전에 항체검사를 한 적이 없는 분들은 알 방법이 없다.
그럴 때는 일단 1번 맞아보고, 나중에 항체역가 검사를 해 보면
내가 B형간염 백신에 대한 무반응자인지, 아니면 그냥 역가가 낮았던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한 건 담당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자.
참고로 간염 백신 맞을 때는 3번 맞아야 하고 6개월이 걸린다.
빠르게 맞히면 4개월까지 땡길 수 있기는 한데
교환학생을 갈 때 백신접종 기록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일찍일찍 챙기자.
*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감염증) (=자궁경부암백신): 만 25~26세가 넘었어요. / 남자에요.
괜찮다.
맞으세요.
이게 임상시험에서 해당 연령에 대해 연구를 하지 않고 승인을 받았으며
저 나이대가 걸릴 가능성이 높아서 권장사항이 저 연령대인 것이지
나이가 다르다고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성행위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인데 남자도 같이 맞아야 효과가 좋다.
이미 걸린 상태여도 재발 방지나 빠른 치료에 도움이 되니까 맞는 것이 좋다.
좀...비싸서 그렇지...흑흑
참고로 HPV는 종류가 200개쯤 되는데
그 중에서 암 유발 위험이 높은 애들만 몇 개 골라서 예방하는거라
백신을 맞아도 하필이면 백신이 커버해주지 않는 종류에 감염되어버리면 자궁경부암 위험이 있다.
4가는 '곤지름 2개+암 유발 2개', 9가는 '곤지름 2개+암 유발 7개'를 커버하는거라서
적당히 알아서 골라서 맞으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4가 가격과 9가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지는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9가를 추천한다.
아 그리고 어린이때 해주는 국가예방접종은 2가와 4가다! (2025.01.08기준)
모 교수님께서 딸에게 그냥 사비로 9가 백신 맞췄다길래 나도 주변 친척들에게 웬만하면 9가로 맞추라고 권장하고 있다.
언젠간 9가가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으로 들어올 거 같은데 언제가 될랑가 모르겠넹
순한 종류(?)의 HPV는 손발바닥사마귀, 편평사마귀 등을 유발한다.
백신 만드는 김에 사마귀 예방주사도 좀 만들어주지...
일단 내가 주변인으로부터 자주 들은 질문들은 이 정도인데
또 생각나거나 또 들으면 추가하겠다.
5) 어떤 제품이 좋아요?
비슷한 질문으로 '비싼게 좋아요?'라는 질문이 있다.
사실 가격은 효과 때문에 차이난다기 보다는 환율이나 공급 절차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환율 엄청 올랐는데...!!)
효과 차이로 인해 가격 차이가 나는 점은
- 백신 종류 자체가 달라서 효과 범위가 다른 경우 (수막구균 4가와 1가는 커버하는 수막구균 종류가 다르다)
- 종류는 비슷한데 몇 개를 커버하느냐가 따른 것이 있고 (9가 가다실은 4가 가다실보다 비싸고 4가 이상을 커버한다)
- 비슷한 성분이지만 고역가나 고면역원성 백신은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나니까 비싸다(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이 일반 인플루엔자 백신보다 비쌈).
그런 차이가 아니라면 효과는 비슷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인 상품들 간 비교는 접종하러 가서 의사에게 물어보자.
아마 독감 백신은 서로 비슷비슷할 텐데 HPV 백신은... 비교임상 때 신경전이 셌었다고 알고 있어서... 잘 모르겠다.
사실 인생에 챙겨야 할 게 참 많은데 예방접종까지 챙기기 참 어렵다.
특히 10년마다 맞으라는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의 경우는 내가...몇 살에 맞았더라...하면서 기억을 되짚어 봐야한다.
그런데 요즘은 예방접종을 맞으면 대부분의 병원이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도우미(https://nip.kdca.go.kr/irhp/index.jsp)'에 뜰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소아들은 반드시 해주지만 경험상 성인은 안 해주는 병원도 있긴 한 것 같다.
주사 맞을 때 해주냐고 한 번 물어보세용)
뭐 맞았는지 까먹은 경우 한 번 들어가서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