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엄마랑 열심히 가디건을 떴다. (관련글: https://miretia.tistory.com/766)
그런데 문제는, 저 색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창고에 10년 넘게 방치된 실의 양이 많길래 '오 실값 굳음~' 이라 생각하며 그냥 떴는데
뭔가 흰색은 세월의 풍파를 맞은 흰색이고, 노란색은 그냥 우리 피부색과 맞지 않는다.
열심히 찾아보니 집에서 간편하게 염색할 수 있는 염료는 크게 두 가지 회사에서 출시되고 있었다.
다이론과 리트.
우리동네 문구점에는 다이론 멀티염료, 다이론 핸드염료와 리트다이 파우더, 리트다이 액체가 있었다.
문구점에 있는 염료에서 설명서를 읽어보니
'아크릴, 폴리에스테르, 방수처리된 천, ....' 등에서는 염색이 안 된다고 적혀있었다.
cf. 그러니 해당 재질 염색기가 궁금하신 분은 '리트 다이 모어'가 나올때까지 스크롤을 내리십쇼
나: 엄마 저 실 재질이 뭐야?
엄마: 몰라 그때 OOO 아저씨가 싸게 준 건데
...하긴 창고에 10년 넘게 묵혀 있던 실의 재질을 아는 것도 어렵긴 하지...
개인적인 경험상 아크릴사가 면사보다 까끌까끌 했으며 신축성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저 가디건을 뜨는 한 달 동안 까끌까끌하다고 느낀 적이 없고, 왠지 잡아다녀도 안 늘어나던데...
심지어 오래되었더니 누렇게 변한 흰색이라면...
면사겠지! 라는 믿음과 함께
제일 그램수가 적은 '다이론 멀티염료'를 구매하였다.
참고: 실 성분 확인을 위해서는 조금 태워보면 된다고 합니다.
저처럼 무작정 추측하지 말고 인터넷에 '섬유 연소 실험'이라고 검색한 다음에 따라해보세요!!!
집에서 염색하기에는 좀 걱정이 되니 재택근무하는 날 아버지 공장에 따라갔다.
<다이론 멀티염료 염색하는 방법>
1. 옷을 깨끗이 세탁한 후, 젖은 상태로 바구니에 넣습니다. (바구니 이염이 걱정되면 바구니 안에 김장봉투를 미리 넣어두세요.)
2. 물을 끓입니다.
3. 종이컵에 염료 한 팩, 소금(30g, 2~3 숟가락 정도)을 넣고 2번에서 끓인 물을 넣어 잘 녹여줍니다.
4. 3번의 염료와, 끓인물을 바구니에 붓습니다.
(60℃ 이상 유지하라는데, 물이 생각보다 금방 식습니다.
그리고 온도가 안 맞으면 염색이 안 됩니다...
가능하면 중탕을 하면서 끓이라네요!!)
5. 목장갑과 고무장갑을 끼고 옷을 10분정도 주물주물 해줍니다. (목장갑 안 끼면 손이 뜨거워요...)
6. 대충 30분 방치합니다.
7. 찬 물에 염료가 안 나올 때까지 씻어줍니다.
8. 세탁기 탈수 조금 돌린 후에 그늘에 말려줍니다.
그리고 결과는 대차게 망했다.

헹구기 위해 물을 붓는 순간... 엄마랑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거 아크릴이나 폴리에스테르다!!!
약간 물들어 보이는 것은 색을 빼기 힘들어 대충 세척했기 때문이다.
하 그 수많은 실 종류 중에 하필... 안 되는 종류였어?!
꼭! 여러분은! 실 재질을 모르면 섬유 연소 실험을 해보세요!!
아크릴이나 폴리에스테르라면 '리트 다이 모어'라는 액체 염색약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반드시 '모어'가 붙는 버전이어야 하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구할 수 없어
인터넷으로 구매하였다.
참고로 원본 색이 마음에 안 들어서 섞어쓰고 싶다면
리트 영문 홈페이지에 조색 방법이 나오니 미리 확인하고 구매하면 된다.
이번엔 주말에 염료를 들고 공장에 갔다.
<리트 다이 모어 염색하는 방법>
1. 물에 주방세제를 휘휘 둘러 넣고 끓입니다.
2. 종이컵이나 원하는 곳에 염료를 섞어서 조색을 합니다. (염료를 다 붓는 게 아니고 옷 양에 따라 소분해서 쓰면 됩니다.)
3. 염료를 끓는 물에 부어 잘 섞어줍니다. (이제부턴 마스크를 쓰는 것이 권장됩니다. 염료 냄새가 좀 나요!)
4. 옷도 같이 넣고 계속 저어주면서 1시간 가량 끓여줍니다.
5. 깨끗이 헹구고 탈수한 뒤 그늘에 말려줍니다.
1차시도: Tropical teal과 chocolate brown을 섞어 짙은 파랑을 만들어보았다.
근데 1차시도라는 표현을 했다는 것은 처음에는 망했다는 것이겠죠??
보면 다른 사람들 후기에 보면 염료 냄새가 난다는데 별로 안 났으며,
자세히 보면 물도 잘 안 끓어서, '아 이게 혼합물이라 끓는점이 올라가서 90도 이상인데도 안 끓는건가?'라고 생각했었다.
결과는?
...뭐야 왜 회색이 되었어...?
파란색 + 갈색 = 회색....???
그런데 사실 나는 나쁘지 않아서 그냥 회색으로 두기로 했고
엄마가 색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Chocolate brown으로만 2차시도를 해보았다.
2차 시도 때에는 물의 양을 줄여서 그런지 계속 부글부글 끓으면서 염료 냄새가 올라왔다.
마녀의 스프를 끓이는 느낌...
결과는?
완전 잘 되었다!!

헹궈도 물빠짐이 없는 상태이며, 딱 원하는 색이었다.
다만 세탁기에서 탈수를 너무 빡세게 돌린건지, 아니면 너무 오래 삶아서 그런건지 쭈글쭈글해졌는데
다 마른 다음에 어찌저찌 펴면 되겠지?
...그리고 언니에게 스팀다리미를 빌려서 펴 본 결과!
스팀다리미는 사랑입니다! 꺄하
쭈글쭈글해진 것이 정말 잘 펴진다.
(아직 쭈글해보인다고요? 그건 제가 다리미질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엄마 다시 다려줘...)
휘저으면서 삶고 말릴 때 축 널어둔 것 때문에 팔이 둘 다 길어지긴 했는데...
(이래서 니트는 옷걸이에 걸지 말라는 것이구나를 깨달은 1인...)
하여간 색이 카메라에 보이는 것보다 예쁘게 잘 나와서 이제 단추달고 마무리하면 될 것 같다.
오늘의 교훈!
1) 염색하고자 하는 옷의 소재가 무엇인지 꼭 확인하고, 그에 맞춰서 염색약을 사자!
2) 리트 다이 모어 같은 경우, 부글부글 끓어야 염색이 잘 된다! 다만 소재에 따라 열에 약할 수도 있으니 확인해보기.
3) 모서리 있는 각목으로 휘젓지 말자... 옷 상함... (쭈글)
4) 스팀다리미 장만 기원 1일차
다음에는 무슨 옷을 뜨고 무슨 염색을 해볼까~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cf. 나중에 밝혀진 사실
흰색 실 심지 안쪽을 보니 스티커로 Cotton이라 붙어있었다.
아니 그러면 면이 맞잖아?
보니까 다이론 염색할 때 온도를 못 맞췄던 듯하다....
다음에는 꼭! 중탕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