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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

미레티아 2013. 3. 23. 17:00

예전에 뉴스 만들기, 짧은 영화 촬영하기가

학교 숙제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참 고생을 했던 것이 녹음이었습니다.

어쩌피 동영상 촬영하면 소리가 녹음되니까

촬영팀이 그냥 카메라만 들고 했더니만

편집팀인 제가 고생을 엄청 했습니다.

왜냐하면, 온갖 잡소리가 들리는 데다가

배우가 된 친구들의 대사가 하나도 안 들립니다.

그래서 소리를 증폭시키고 노이즈 제거하니까

좀 비현실적으로 들리길래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일부러 살짝 크게 넣어서 결과물을 만들었는데

영화 촬영은 그거라도 되지, 뉴스에서 앵커가 말하는데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나올 수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증폭만 시켰더니 잡음도 같이 증폭되어

자막을 안 넣고서는 이해가 안 되는 뉴스가 되었다는....

이거 왜 이럴까요?

분명히 우리가 찍을 땐 친구들 목소리가 뚜렸하게 들렸는데,

그런 잡음 따위는 하나도 없었는데...

이건 바로 '칵테일 파티 효과'때문입니다.


칵테일 파티는 제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외국에서 하는 그냥 그런 파티인 것 같은데요,

칵테일 파티 효과는 매우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특정 사람의 목소리에 주목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콘서트장에 가면 가수들 목소리밖에 안 들리죠?

분명히 옆 사람이 비명을 질러대고 떠들고 그러는데 말이죠.

뭐, 가수들이 마이크와 스피커 등 장비들을 이용해서 그렇다고요?? --;;

하지만 실제로 이 상황에서 녹음해보면 가수들 목소리는 잘 안 들립니다.

그럼 TV에선 왜 소리가 그렇게 뚜렸하냐고요?

가수들이 쓰는 마이크가 동시녹음이 되는 마이크거나

아니면 위에서 드는 길다란 마이크로 따로 녹음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교 방송반 때 카메라를 담당했었는데

녹음이 안 되도록 설정하고 소리는 마이크를 따로 주어서

저희가 '운동장 on! 화면 전환해! 몇학년 몇반 방송 안 나간대.'등의 말을 해도

교장선생님이나 사회자인 전교회장의 목소리만 나가도록 했습니다.


어쨌든, 예시가 너무 길었군요.

이 칵테일 파티 효과는 1953년 콜린 체리라는 사람에 의해 이름 붙여졌습니다.

이것은 아직도 원인을 정확히 몰라 미스테리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인 견해는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선택적 지각은 외부 정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기존의 인지체계와 일치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받아들입니다.

그 선택적 지각 중 칵테일 파티 효과에 쓰이는 것은 감각 기억입니다.

이 감각 기억은 기억을 나누는 3가지 중 가장 짧은 기억입니다.

(감각-단기-장기 기억 순으로 됩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약 200ms에서 500ms 가량 기억되는 기억입니다.

여러분이 지하철을 탔을 때 지하철에 탄 사람들의 얼굴은

감각기억으로 들어와서 금세 까먹게 됩니다.

(물론 매우 독특하게 생겼거나 잘생겼거나 아는 사람을 닮았으면

기억에 비교적 오래 남게 되죠.)

이 감각 기억은 청각과 관련된 잔향 기억과 시각과 관련된 영상 기억으로 나누는데

칵테일 파티 효과는 당연하겠지만, 잔향기억이 관여합니다.

(위의 지하철 예시는 영상 기억이겠죠?^^)

뇌는 많은 소음들이 잔향기억으로 들어오게 해서 금세 없애지만

내가 듣고자 하는 소음은 다른 종류의 기억으로 들어오게 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뭐, 이것도 추측일 뿐이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저는 왠지 동의를 하게 되네요.)


그런데 이렇게 보면 칵테일 파티 효과는 상당히 좋은 것 같습니다.

시끄러운 소리를 다 지각하게 되면 귀가 매우 아플 테니까요.

하지만 이 칵테일 파티 효과로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층간 소음 때문에 아래층 주민이 윗층 주민을 죽이는 경우 있죠?

그건 아래층 사람이 칵테일 파티 효과 때문에

윗층에서 들리는 소음에만 집중해서 짜증이 팍팍나서 그렇습니다.

저희 집도 명절 때 시골내려갔다가 돌아왔는데

아래층에서 명절동안 진짜 시끄러웠다고 올라온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 그것도 칵테일 파티 효과의 안 좋고 이상한 특징인가...

여름에 매미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이유도,

가을에 귀뚜라미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이유도

칵테일 파티 효과인 것 같습니다.

맴~맴~맴~ 띠릭~띠~띠띠띠띠~

(잘 들으면 귀뚜라미는 귀뚤귀뚤 거리지 않습니다.)


칵테일 파티 효과는 모든 인간이 피해갈 수 없는 그런 효과입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인간의 생각에 따라서, 어디에 주의 집중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나쁜 식으로 그 효과가 일어나지 않고 좋은 식으로 일어나도록

긍정적 생각과 긍정적인 일에 주의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