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도서관 시스템 중 내가 가장 싫었던 것

미레티아 2013. 5. 6. 13:31

요즘은 시간이 부족해서 책을 잘 읽지 않지만

예전에는 책이 부족해서 도서관에 자주 갔었다.

그러다가 내가 몇 살 때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인터넷에 2006년에 생겼다고 하니까 아마 초등학교 2학년 때,

거리는 좀 멀지만 그 때 생각에 크기가 큰 도서관이 생겼다.

(지금은 작다고 생각..--;;)

이 도서관은 책을 대출하고 2주 후에 가져다 주면 되어서 좋았다.(예전 도서관은 1주...)

그래서 우리 가족은 대출 가능 권수 꽉꽉 채워서 책을 빌렸다.

나는 항상 1층에서 책을 빌렸다.

가장 가까워서인지, 뭔지 왜 그랬는지 기억에 안 나지만 하여간 나와 언니는 1층에서 빌렸다.

그런데 어느날, 엄마가 빌려온 어떤 책(이름도 기억이 안 나지만)을 읽었다.

소설책이었는데 재미있어서 내가 엄마에게 어디서 빌렸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니까 2층에서 빌렸다길래 2층으로 올라갔는데 분위기가 참 조용하고 엄숙했다.

그래서 조용히 책을 빌리고 기계에 대니까 삐~삐~

어린이는 안 된다는 그런 내용의 창이 떴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빌린 책은 엄마나 아빠에게 대신 빌려달라고 했다.

그 때는 진짜 그 시스템이 싫었다.

내가 왜 2층의 책은 못 빌리는 거지?

읽고 싶으면 읽을 수 있는 거고, 빌리고 싶으면 빌리는 거고.

왜 어린이는 안 되는 거지?

뭐 이상한 내용도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가 해야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책을 찾으러 도서관에 갔다.

2층의 책 내용이 더 심오하고 자세하게 나와있어서

2층 순수과학 서적 쪽에 앉아서 하다가 보고서 작성을 위해 코드가 있는 아래층으로 가려는데

책이 필요할 것 같아서 깜빡하고 빌리려고 찍었다.

역시나 삐~삐~ㅜ.ㅠ

우리는 책을 휴대폰과 카메라로 열심히 찍고 아래층으로 가서 보고서를 작성하려는데

그 아래층이 모자열람실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면 들어오면 안된다고 나가라나 뭐라나...

그래서 그냥 지하에서 노트북 배터리가 떨어져 화면이 꺼질때까지 했다.

이 때도 이 시스템이 싫었다.

나이가 적어서 안 되더니만 이제는 나이가 많아서 안 된대!!


그런데 지금은 이해하겠다.

단지 나와 내 친구들이 좀 조숙한거였다.

2층의 소설들 중 외국 소설들은 성폭력에 관계한 내용도 많고, 살인,

그리고 로맨틱이 아닌 멜로적인 사랑, 심지어는 동성애자가 소재인 것들도 있다.

또한, 순수과학 분야에서 의학쪽은 진짜 징그러운 것도 자세하게 보여준다.

사회과학 분야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니까 이해하기 힘든 것도 많고

또 어른들도 주로 자신의 의견과 맞는 걸 고르는 사람이 많다.

모자열람실에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은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을 견제하려는 경향이 있어서이다.

왜, 아이들은 책 보다가도 칭얼거리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많은데

좀 나이 먹으면 그게 짜증이 나서 하지 말라고 겁을 주거나 욕을 한다.

친절하게 설명을 하거나 그냥 무시하는 경우는...별로 없는 것 같다.

요즘은 다들 너무 성격이 급해져서....

그러고 보니까 기억이 나는 것이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때도 중, 고등학생들이 지나가면 피하지 않았지만,

친구들은 피하고 도망을 갔다.

무섭고, 위험해 보이고 그렇다나....

어쩌면 난 사촌오빠와 육촌오빠들과 나이차이가 좀 많이 나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뭐가 뭐든 간에, 그 시스템이 이제는 이해간다.

하지만 가끔 내가 오류에 빠진듯한 느낌이 든다;

이제 나이가 충분하니까 2층은 상관없고,

프로젝트 할 때 책을 잘 안 찾으니까 모자열람실 들어가지도 않고,

그러니까 그 시스템과 전혀 상관이 없게 되니까 이렇게 이해된다고 하는 걸까.

객관적이지 않고 순전히 내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느껴서

그때는 이렇고 지금은 이렇고 그러는 것 아닐까.

만약 내가 어렸을 때로 돌아가 위 문단을 본다면 동의할 수 있을까.

내 의견은 오류일까, 아니면 진짜 내 의견일까.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그냥 그 시스템을 미워하는 것이 한결 마음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