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숙제용 독서 후기입니다.
(그런데 자꾸 이렇게 올리면 선생님들이 오해하지 않을까 싶네요...
전 그냥 뭔가 책을 추천하고 싶은데 후기를 또 쓰는게 좀 귀찮아서 이러고 있습니다.)
나는 뭔가 독특한 걸 좋아한다. 정형적인 것이 싫고 틀에 박힌 것이 싫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책을 고를 때도 진부할 것 같은 것은 잘 안 고르는 편이다.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래서 이 책도 읽게 된 것 같다. ‘장난꾸러기 돼지들의 화학피크닉’이라니...혹시 돼지들이 의인화되어서 산책을 가서 한 이야기들일까 뭘까. 뭐, 내 예측은 다 틀렸고 이 책에서 돼지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있어도 전부가 그런 내용도 아니다. 그냥 돼지 사진이 표지와 장이 바뀔 때 나온다는 것이 돼지의 가장 큰 등장비율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들에게 화학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친숙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상생활 속에 담긴 화학 이야기를 풀어냈다. 기본적인 화학 지식이 없는 분들도 충분히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런 내용인 것이다. 책의 서문은 3부분으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중 세 번째 서문이 가장 웃겼다. 거기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화학 이야기를 조금 소개하는데 ‘네이선 조너’라는 사람이 제일 말도 안 되었다. 그는 산성비의 주요 성분이며 말기암 환자들의 종양에서 발견되는 물질, 또 들이마시면 치명적인 일산화이수소를 금지시키자는 탄원서에 수많은 사람들의 서명을 받아냈다고 한다. 저자가 이분이 일부러 대중들의 무식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서명을 받은 건지, 진짜 몰라서 그런 것인지 적어놓지는 않았지만 전자의 경우인 것 같다. 이걸로 어떤 과학박람회에서 상을 받았다니까 말이다. 그런데 왜 이게 대중들의 무식함을 증명하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계시면 일산화이수소를 잘 봐봐라. 일산화, 산소하나, 이수소, 수소 2개, 결국 H2O, 물이다. 재밌는 건, 잘 생각해보면 그거 외에 나머지 설명은 다 맞았다.
이 책은 여섯 파트로 되어있다. 환상적인 화학, 맛있는 화학, 범죄 화학, 건강한 화학, 생활 화학, 알쏭달쏭 화학. 에피소드에 따라 나눈 것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생활 화학 부분을 가장 인상 깊게 보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끔찍한 악취를 제거하는 법’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 분이 차에 주스 병을 사서 바닥에 둔 후 잊어버렸다고 한다. 왜 바닥에 뒀는지는 몰라도, 그 주스가 이리저리 구르다 결국 쏟아져서 차 안에서 발효가 되어 냄새가 끔찍했다고 한다. 이 분은 화학자이시니까, 여러 화학적 지식을 동원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산성의 냄새를 중화시키는 데 탁월하다는 중탄산나트륨을 써 보고, 식초도 써 보고, 표면으로 물질을 끌어들이는 활성탄도 써 보고, 공기청정제도 써 보고, 훌륭한 산화제인 염소 표백제를 써 보고, 외과 수술용 기구를 소독하는 데 쓰이는 산화에틸렌도 써 보고, 애완동물 냄새를 없애는 효소 제품도 써 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고 한다. 그냥 바닥에 흘렸으면 깔개를 열심히 빨고 햇빛에 말리면 되지 않나...싶을 정도로 화학적이었다. 결국은 비석으로 냄새 제거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고 우리 아빠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냄새가 나면 청소를 열심히 한 건지 뭔지 몰라도 잘 없앴기 때문이다. 이 사람처럼 시행착오도 많이 않았고 말이다.
또, 애플 데이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나는 뭐랄까...조금 일찍 따서 신 사과나 포도 같은 것을 먹으면 이빨이 조금 아프다. 그런데 사과를 먹으면 충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난 이빨이 아파서 충치 위험이 더 커질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사과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펙틴이 들어있고, 골관절염 증상을 줄이는 붕소도 풍부하고, 심장마비 위험을 줄이는 플라보노이드가 많다고 한다. 하여간 전 세계 어디를 가던 사과는 만병통치약인 것 같다. 10월 21일이 애플 데이, 사과의 날이라니까 잊지 말고 그날 엄마에게 사과 사 달라고 졸라야겠다.
이 책의 많은 에피소드들을 보다 보면 ‘사람들이 화학을 이렇게 모르나?’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 쓴 책이야? 하면서 살펴보니 2002년 책이다. 외국에서 실제로 이 책이 언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랑 먼 문제도 아니다. 이제 문과 갈 친구들은 만나지 못할 학문이 될 지도 모르는 과목이기 때문에 잘 모를 수도 있고 지금도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번 몰래카메라로 일산화이수소 서명운동을 해 보고 싶다. 어쨌든, 사람들이 화학뿐만 아니라 과학에 대해 잘 알고 몰라서 사고치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좋겠다. 그 생각과 함께 든 생각이, 나는 정치나 뭐, 그런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그 사람들이 나 같은 사람을 어떻게 볼까 생각도 든다. 무식하다고 하겠지? 공부를 무식하지 않게 골고루 잘 해야겠다. 원하는 것만 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