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평행 우주 속의 소녀

미레티아 2015. 12. 18. 11:47

어저께 이 책을 쓰신 아일린 폴락 교수님이 저희 학교에 와서 강연을 하셨습니다.

미국인이셔서 영어로 강연을 했지만 통역도 있었고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습니다.

평행 우주 속의 소녀...라는 제목을 보니 물리학적인 법칙이 들어간 소설인 줄 알았습니다.

교수님이 소설가라고 해서 말이죠.

그런데 과학계에서 양성평등에 관한 에세이입니다.

짐작하고 있듯이, 과학계에서는 남성이 매우 많습니다.

여성이 학사를 따는 것까지는 좀 있을 수 있지만

석사, 박사를 따는 것은 드문 일이죠.

아일린 폴락 교수님은 예일대학교 물리학 이학사를 딴

최초의 두 명의 여학생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참...대단하신 분입니다.

심지어 학점을 A로 도배했다고 하더라고요.

(전...지금 고등학교 학점도...A가 몇 개지....음....-_-;;)

그런데 그렇게 잘 하시던 분이 학사만 따고 대학원을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학교 시절은 좋은 기억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너무 압도적으로 많은 남학생들, 그리고 그들이 암묵적으로 보내는 차별.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 학교가 양호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사실 다른 반은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저희 반은) 그냥 다 잘 지내거든요.

학기 초에는 여학생이 너무 적어서 어색했지만

지금은 여학생이건 남학생이건 그런 것 신경 안 쓰고 지냅니다.

그래도 과학계서 여자에 대한 암묵적 차별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크게 신경이 쓰여서 힘들어하는 여학생들도 많고요.

전....예전에는 그런 것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요즘은 그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데, 어떤 사람이 그렇게 말했대요.

많은 여성 엔지니어들이 엔지니어의 길을 가다가 포기하도록 유도되기 때문에

지금의 여성 엔지니어들은 포기하도록 유도되질 못할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엄청 실력이 좋을 것이라고....

이것도 하나의 편견이 될 순 있겠지만

제가 과학의 길에서 살아남는다면 인정을 크게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편견을 받는 입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폴락 교수님은 결국 전과를 하셨고 현재 다른 과 교수이시지만

과학에서 끝까지 밀고 나간 사람들은 편견이 있어도 개의치 않고 노력하셨더라고요.

여기서 나오는 어이없었던 편견들 중 하나가

남자들은 똑똑한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똑똑하면 왕따가 되긴 쉬워요.

직접적으로 괴롭히는 왕따는 공부를 잘 하기 때문에 못하지만

은따라고 해야 하나, 은근히 따?

그렇지만 그것이 남녀관계에 영향이 있다?

전 남자에 관심이 별로 없고 외모에 신경을 안 쓰는 그런 사람이라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여자이고, 과학계를 선택한 사람이라서 앞으로 받을 차별이 두렵기도 했지만

그 차별을 해결하는 방안에서

여자들에게 할당량을 정해놓는 것이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 그렇게 해서 뭔가를 얻는 것은 자존심 상합니다.

그렇지만 같은 이력서에도 이름이 여자이름이면 탈락하고

남자이름이면 합격하고 연봉을 더 높게 책정하는 여러 심리학 실험에서

할당량을 정해놓지 않는다면 편견으로 진짜 잘 하는 사람을

여자라는 편견만으로 탈락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러니까 채점기준표 같이 이력서 기준표를 만들어놓아야....응?)

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차별들을 없앨 수 있을까요.

세상에는 성별에 대한 차별 외에도 인종에 대한 차별, 나이에 대한 차별,

미혼, 기혼 여부에 따른 차별, 키에 따른 차별, 외모에 대한 차별,

성적에 따른 차별, 생각의 차이에 따른 차별,

또 뭐가 있을까요.

굉장히 차별이 많습니다.

그래서 차별을 받지 않는 그룹에 항상 속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평등한 과학을 꿈꾸다, 하면서 주로 여성 과학자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좀 더 범주를 넓혀서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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