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시사회 신청했다가 떨어진 책인데
학교 도서실에 신청했는데 사 줬네요.
그런데 신간이라서 이틀만 대출이 가능하다길래
금요일에 빌려서 주말동안 허둥지둥 읽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가
우리의 오감 중 미각은 과학에서 잘 다뤄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뭐, 시각과 청각 등은 매우 많은데 촉각, 미각, 후각은 적죠.
후각의 경우는 뇌의 후각망울이 튀어나와 있으므로 그에 관한 내용이 있다고 해도,
촉각은 베버의 법칙...도 별로 많이 알지 못하지.
하여간 미각은 과학과 인류 역사쪽에서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책은 그래서 제 호기심을 상당 부분 충족시켜줍니다.
책의 구조를 보면 8개의 질문으로 챕터를 시작해서
그에 관한 설명을 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더 주제에 집중을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나는 왜 오늘 먹은 음식을 기억하지 못하는가?'입니다.
저는 그 현상이 조금 심해요.
보건시간에 자신이 먹은 음식의 칼로리 계산하기가 있었는데
아침에 뭐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그냥 평범한 식단으로 계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주의해서 읽었죠.
그건 해마가 기억하는 부분이 그런 것이 아니여서 그렇대요.
기억에는 아주 많은 유형이 있는데
단기기억, 장기기억, 서술기억, 일화기억,
외현기억, 암묵기억, 절차기억, 작업기억, 미래계획기억 등이 있습니다.
단기기억, 장기기억은 사람이 얼마나 그 사실을 기억하냐를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고
서술기억과 외현기억은 해마가 주로 형성하는 기억으로
인간이 의식적으로 회상하고 사실이나 사건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억이랍니다.
절차기억은 암묵기억의 일종으로 어떤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기억입니다.
암묵기억은 외현기억과 반대로 의식적으로 기억하는 사실이 아니라고 하네요.
일화기억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험에 관한 것이고
작업기억은 어떤 작업중에 관련 정보를 유지하고 가공하는 능력이고
미래계획기억은 말 그대로 미래를 계획한 것에 관한 기억입니다.
그래서 만약 제가 가족과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왔으면
그것은 일화기억이나 서술기억 등으로 남아서
가족과 레스토랑에서 먹었다는 사실만이 강하게 기억이 된답니다.
제가 뭘 먹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고요...
그러나 만약 그 음식이 인상깊은 무언가가 있었다면 기억을 하겠죠.
저는 초등학교에서 급식으로 나온 것 중 해파리냉채와 도라지강정이 나온 날을 기억합니다.
해파리냉채는 모양도 이상하고 맛도 별로였는데 학급 규칙에 따라 다 먹어야 해서 먹었는데
나중에 친구가 해파리라는 것을 알려줘서 끔찍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괜히 먹었다...몰래 버릴껄 뭐 그런 혐오감...?
도라지강정은 맛있길래 더 받아 먹었는데 급식당번이 도라지라고 해서
약간 쓴 맛이 나는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것을 조건학습이라고 합니다.
해파리는 어렸을 때 모두 독이 있는 줄 알았던 저에게는,
도라지는 어떤 요리를 해도 쓴 맛이 나는 줄 알았던 저에게는
그런 음식은 재료를 알면 조건학습으로 싫어하는 거죠.
문제는 이 조건학습으로 된 혐오식품이 김치일 경우,
급식시간이 싫다는 것이죠....
꼬맹이 때 김치에 관한 안좋은 기억을 만들지 마세요.
암묵기억, 혹은 외현기억으로 남아서 김치를 다 성장해서도 싫어할 수 있습니다.
또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내용은 바삭한 음식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바삭한 음식을 먹으면 입천장이 금세 까집니다.
그런데도 먹어요....
입천장 까질 것 알면서도 좋아합니다.
왜 그럴까요?
중간과정 다 빼고 축약하자면 인류의 조상이 바삭한 곤충과 아삭한 채소를
좋아했고 즐겨 먹었기 때문에 진화가 그렇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요즘은 바삭한 느낌과 씹을 때 나는 소리 등이
우리의 그러한 감각을 더 불러 일으키고
그래서 자꾸만 튀김에 손이 가고
비만이 되는 사람이 늘어나고....
이 책은 맛에 관한 인류의 역사나 두뇌의 활동 등 여러 분야를 잘 설명하므로
꼭 읽어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