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을 읽어봅니다.
바빠서 요새 책을 못 읽었더니 책 읽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이번에 고른 책은 해부학자입니다.
해부학자....왠지 무섭기도 하고 어렵기도 할 것 같은 직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의대생들도 하기 싫어하는 해부학수업을 참관합니다.
그 이유는 그가 어렸을 때 집에서 일종의 백과사전에서 해부 그림을 보고
나중에는 커서 '그레이 해부학'이라는 책을 구입했습니다.
(물론 잘 보지는 않았대요. 책의 저자는 이과생이 아니었더라고요.)
그러다가 그레이 해부학을 쓴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 찾아보았는데
그에 관한 정보가 없어서 그 사람의 인생을 추적해보려고 마음먹었다네요.
그러기 위해서는 해부학을 배워야겠다고 느껴서 수업을 참관하게 되었고요.
대단하지 않아요?
어떤 목적이 있으면 그걸 이루려고 열심히 노력한다는 점이.
큰 도서관 같은 곳에 100년, 200년도 넘은 책들을 부탁해서 살펴보고,
예전에 헨리 그레이-그레이 해부학의 저자-에 관심이 있었는데 자료가 부족해서
그 사람의 전기를 쓰기 포기한 사람에게 메일도 보내고...
사람만 알아볼 것이 아니라 해부학을 직접 배워보기도 하고...
어쨌든, 이 책을 보면서 매우 놀라운 사실들을 많이 발견했어요.
일단, 저에겐 이 책에 나오는 삽화들이 익숙했었거든요.
'웜 바디스'라는 책에서(독서후기: http://miretia.tistory.com/263) 실려 있었고,
인터넷 돌아다니다가도 심심치 않게 보고,
또 어떤 책이더라...하여간 예전에 본 책에도 실려 있었어요.
저는 그냥 무심결에 넘어갔는데 그 그림들이 모두 그레이 해부학에서 왔다네요.
우와~저작권료 많이 받겠다~
그런데 그레이 해부학은 200년이 넘도록 절판이 안 되었답니다.
정확히 1858년에 만들어져서 개정판이 나올 때 색을 입히거나 일부를 제거하거나
그런 것 외에는 그대로 출판이 쭉 된 겁니다.
음....저작권은 사람이 죽은 지 50년이었나요?
피카소도 죽은 지 40년밖에 안 되었는데...
하여간, 대단합니다.
(그래도 매우 열심히 쓰셨으니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 열정적인 자세 참 본받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사진기가 1800년대 초중반에 발명되었거든요.
그러면 이 책을 쓸 때는 사진기가 대중화되어있지도 않았고 노출시간도 길어서
사용하기도 힘들었던 말 그대로 발명만 한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헨리 카터씨가 그림을 모두 그렸다네요.
헨리 카터씨는 미술 전공은 아니고, 의학박사였고
신앙과 과학 등에 대한 고민이 매우 많았던 분이에요.
책을 읽다보면 우울증 환자인 것 같아요....
카터씨의 아버지는 화가였기 때문에 그 재능을 타고난 것 아닐까요.
진짜 그림이 멋져요.
저 같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퀄리티...
실제 인간 해부모습을 보는 것보다 이 책의 그림을 보는게 더 이해가 잘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외과의사가 되려면 실제 사람을 수술해야 하니까 실물이 필요하긴 하겠죠.
이 책을 읽고나면 급격하게 드는 생각이, 해부를 해 보고 싶다는 거에요.
책의 형식이 두 헨리(그레이와 카터)의 이야기를 한 후에
본인이 들었던 해부수업 이야기, 그리고 자료조사 과정 등을 적어놓았는데
두 헨리의 이야기는 재미있기는 했지만
카터의 이야기가 재미있으면서도 답답해서 별로였고
(사람이 너무 답답하게 살았어요....)
해부수업 이야기가 제일 좋았습니다.
(해부사진이 없어서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해부실 내에서 촬영은 금지라나 뭐라나...)
자료조사과정은....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오랫동안 절판되지 않은 책도 없는 데다가
조선시대 책이라도 박물관에나 가 있고 한문이여서 해독도 힘들고....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나중에 읽어야지...하다가 읽고, 숙제해야지....하다가 읽고...
그렇게 끝까지 읽게되는 책이므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