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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하고 이상한 해파리] 4. 영생을 사는 해파리

미레티아 2014. 2. 24. 21:05

으힛...봄방학이 1주일 후면 끝납니다...

그 전에 얼른얼른 블로그에 글을 써야지.


<4. 영생을 사는 해파리>


출처: http://bghelpforum.com/turritopsis-nutricula-asp1238.html?sort_method=pic_time&sort_order=DESC

음...좀 이상하게 생겼군요.

이 해파리의 이름은 작은보호탑해파리(홍해파리), 학명은 Turritopsis nutricula라고 하죠.

(아, 해파리의 한국명칭을 적을 때에는 띄어쓰기 하는 것 아니에요!!

보름달물해파리, 노무라입깃해파리, 커튼원양해파리 기타 등등

이름이 길어서 짜증이 나더라도 얘네 이름은 이렇게 붙여쓰는 것입니다.)

굳이 영어를 한국어로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라고 적으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실제 이름보다 더 유명한 학명이고 영어이름은 Immortal jellyfish라고 합니다.

뭐, '베니크라게'라고도 부르는데 그건 일본식 이름이니까 안 쓸거고

작은보호탑해파리가 가장 쓰이는 빈도가 높더라고요. (사전에도 나오고...)

솔직히 홍해파리가 짧아서 좋긴 한데...

어쨌든 저는 작은보호탑해파리라고 쓰겠습니다.

이 해파리는 어느 한 순간에 유명해졌어요.

왜냐하면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못생긴 해파리 축에 드는 것 같지만

이 해파리는 천적에게 먹히거나 큰 상처를 입지 않는 이상 죽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과학자가 2009년에 발견한 사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작은보호탑해파리의 일생을 잘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신비하고 이상한 해파리] 2부에서 소개한 바로는, 해파리는

알-플라눌라-사이피스토마-스트로빌라-에피라-메두사 과정을 거칩니다.

그런데 이 해파리는 메두사-사이피스토마(대개 폴립이라고 표현하죠)로 갈 수 있습니다.

번식이 끝나면 다시 바위에 붙어서 어린 개체로 돌아가는 것이죠.

보통 먹이가 부족하거나 외부 환경이 나빠져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산 모양으로 된 몸이 뒤집힙니다.

그러고 나서 촉수와 바깥쪽의 세포들이 다시 몸 안으로 흡수되면서 세포덩어리로 돌아가고

아래로 가라앉아 바위에 붙어 폴립(사이피스토마)가 됩니다.

분명히 메두사와 폴립의 세포는 다를텐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그것은 교차분화를 하기 때문입니다.

교차분화란, 세포가 전혀 다른 성질의 세포로 변하는 것으로

줄기세포에서 많이 쓰이는 분화방법입니다.

작은보호탑해파리가 하는 교차분화의 메커니즘은 아직 발견이 안 되었지만 

발견되면 줄기세포 연구에 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네요.

또, 이 해파리가 영생을 살 수 있는 다른 이유는 텔로머라아제 때문입니다.

아니아니, 텔로머레이스.

Telomerase를 예전엔 독일식으로 읽다가 요즘 영어식으로 다 바꾸는 바람에...

하여간, 텔로머레이스가 무엇일까요?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는 염색체가 있습니다.

그 염색체 말단에 텔로미어(telomere)라고 의미도 없이 반복되는 염기서열이 있는데

이것은 세포분열 할 때마다 조금씩 떨어져 나갑니다.

뭐, 우리 몸은 세포분열 하지 않고는 살 수 없으니까 평생 세포분열을 하는데

떨어져 나가다 보면 이게 결국 다 떨어질 때가 올것입니다.

그러면 텔로미어 위쪽에 있던 유전자가 우리 몸에 필요한 건데

세포분열을 더 하면 떨어져 나가고 결국 개체는 죽습니다.

우리 인간은 그 전에 병들어서 죽는 경우가 더 많지만,

노화가 되어 정상적으로 죽을 때는 이 텔로미어가 영향을 줍니다.

해파리도 마찬가지이죠.

해파리가 저렇게 단순해 보여도 다세포 생물이다 보니 세포분열을 할 테고

텔로미어가 떨어져 나가고 죽을 텐데,

작은보호탑해파리는 텔로머레이스라는 물질로 텔로미어를 늘립니다.

(텔로미어를 신장시킨다고 표현하죠.)

뭐 암세포도 아니고....-.-;;

그래서 작은보호탑해파리는 노화로 인한 죽음도 맞지 않습니다.


작은보호탑해파리는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텔로머레이스도 있어서

이론적으로는 영생을 살 수 있어서 저는 왠지 괴롭히고 싶은 느낌이 드네요...

왕창 잡아다가 연구소로...

그런데 작은보호탑해파리의 영생이 지구에는 문제에요.

카리브해 연안에 이 해파리가 사는데

영생을 살면서 번식은 또 하잖아요?

그러면 점점 해파리의 개체수는 늘어나기만 할 것 아니에요.

뭐, 이 해파리고 살기 힘드니까 진화론적으로 이런 기능을 갖게 되었을 테지만

그리고 천적도 그만큼 많아지겠지만

앞으로 잘 지켜봐야겠죠.


<연재글 바로가기>

http://miretia.tistory.com/350 [신비하고 이상한 해파리] 1. 해파리 군체

http://miretia.tistory.com/352 [신비하고 이상한 해파리] 2. 해파리의 발생

http://miretia.tistory.com/353 [신비하고 이상한 해파리] 3. 해파리 호수와 황금해파리

http://miretia.tistory.com/354 [신비하고 이상한 해파리] 4. 영생을 사는 해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