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일 선물로 친구가 사 준 책입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읽었는데 워낙에 바쁜 탓에 오늘 다 읽었네요.
이 책의 표지에 제주 4.3사건 평화문학상 수상작이라 써져있길래
끔찍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까 걱정했는데
그런 것은 아니고, 일제 강점기 때부터 분단까지,
해녀어머니 구월, 해녀 해금, 한국인이지만 일본인인 아들 켄,
한국인의 피가 반만 섞인 손녀 미유까지의
4대의 삶을 교차편집...은 영화에서 쓰는 말인데.
문학에서는 뭐라고 하죠?
하여간 왔다갔다 거리면서 쓰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다양한 감정이 드는 것 같아요.
일제강점기 때 있었던 일은 참 끔찍하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전쟁시기에 있었던 날은 책의 주인공들이 걱정이 되고
분단때는 슬프고...
이렇게 작품의 배경으로도 많은 감정이 들지만
등장인물의 모습을 보면서도 참 많은 감정이 들어요.
살기 위해서 떠나야 했는데, 여러 정책들 때문에 살기 위해서 다시 돌아와야 하고
다시 돌아왔더니만 살 수가 없고...
도데체 뭐 하자는 꼴인지.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았는가 싶습니다.
일본은 잘못한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재일교포들을 그렇게도 차별하며,
미국은 정의를 모르는 것처럼 보고만 있고 우리나라가 분열되는 것을 촉진하고,
대한민국 정부는 재일교포에게 무관심하고 강압적이었는가.
북한 정부는 일본이 강제 귀국시킨 재일교포들을 잘 받아들였으면서
나중에는 일본에서 살았고 공부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게 만들었는지...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친일파가 아닙니다.
일본으로 넘어간 것은 살기 위해서, 출가물질로 돈을 벌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잘 살기 위해서 간 것인데 말이죠.
실제 친일파들은 돈 잘 벌고 공부 잘 해서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되고...
갑자기 예전에 본 이야기 하나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우리가 지은 죄를 등에 메고, 우리가 행한 선은 들고 다닌다고.
그래서 우리가 지은 죄를 잘 보지는 못하고 남이 메고 있는 남의 죄는 잘 본다고...
모든 것이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일본이 특히 그러지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를 배울 때 아쉬운 점은 항상 석기시대부터 배워서
현대사를 배울 때쯤이면 학년이 끝날 때라는 것입니다.
자세히 배우지 못하고 심지어는 그 내용이 잘리고...
그래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암울하고 비합리적인 모습은 잘 보지 못하죠.
그리고 그것을 알아보려고 해도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백과사전은 정보를 알기 위해 보는 건데 용어같은 것이 좀 어려워서
좀 배운 사람들은 알아보겠지만 처음 찾아보는 사람은 힘들겠더라고요.
또, 그것을 함부로 언급하고 비판할 수 없습니다.
제가 예전에 '초콜릿 레볼루션'이라는 책의 후기를 쓰다가
광주민주항쟁과 6월 민주항쟁이라는 말을 썼다가
댓글로 욕을 바가지로 먹은 적이 있습니다.
oㅂ이라고 쓴 것 보니 대충 어떤...음....욕이 나오면 안 되니까.
또, 요즘은 친구들끼리 얘기하다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우리 부모님이 정치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말라는데.'
민주주의 사회 아니었나요.
언제부터 사회가 이렇게 되었나요...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지, 세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역사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그래서 한 번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친구에게 고맙네요.
이렇게 좋은 책을 알려줘서.
물론 약간 사회적 배경 묘사가 빠르고 대화글도 별로 없이 서사식이지만
그리고 소설책을 너무 오랜만에 읽는 저는 조금 어렵지만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