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

미레티아 2016. 3. 6. 19:45


개학하고 공강시간에 학교 도서실을 갔습니다.

(도서실이 학습실보다 공부가 잘 되는 듯...??)

그리고 두껍지만 제목이 너무 강렬해서 눈에 띄는 책이 있더라고요.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

사실 가난은 죄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가난이 죄가 된다는 것이 좀 어이없지만

제가 모르는 사회상이 담겨 있을 것 같아서 집었습니다.

이 책의 배경은 미국입니다.

미국은 이민자 수가 많고 그로 인한 마찰도 많죠.

지금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를 쫓아내고 뭐 어쩌고 저쩌고 말을 하잖아요.

책에서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도 주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물론 중간에 아닌 예시도 나옵니다.)

서문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서문에서부터 정말 강한 인상을 남기는 말이 있더라고요.

미국 사회는 최근 20년동안

1. 줄곧 폭력 범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뭔가 번역이 좀 이상한 것 같지만...)

2. 1990년대는 빈곤율이 크게 감소하였지만 2000년대는 빈곤율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3. 같은 기간에 미국의 수감율이 폭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뭔가 좀 납득하기 어렵지 않나요?

이걸 삼단 논법으로 정리하면

"빈곤이 심해진다-범죄는 줄어든다-수감 인구는 2배로 늘어난다" 라네요.

빈곤이 심해지면 일반적으로 범죄가 늘어나지 않나요...?

범죄가 줄어들면 수감 인구는 줄어들지 않나요...?

하여간 이런 어이없는 현상은 가난한 것이 죄가 되기 때문이랍니다.

책에서 나온 사례들을 살펴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 원인이라면서 고소된 은행은 큰 은행이 아니라

차이나타운에 입주한 지방 은행이었다고 합니다.

갑자기 길을 가다가 잠깐 섰을때 경찰에게 잡혀서 경찰서를 가는데

불심 검문을 막 하더니만 결국 나온 혐의가

보행자 통행 방해였다고 합니다.

걸어다니는 길에서 서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복지 급여 신청을 했더니만 어느날 갑자기 체격 좋은 사람이 와서

집안을 막 뒤지면서 수치심을 주는 행동도 한다고 합니다.

복지 급여 받을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을 가려내겠다고...

이렇게 낱낱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정말 어이없고 당황스러워요.

그런데 이 책이 사례들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통계자료와 함께 자세한 설명을 해 주는데

아무래도 금융권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저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쪽 용어라던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전혀 모르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그 점은 좀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어쨌든 제가 이해한 바로는

큰 은행이 금융적인 비리를 저질렀더라도

그 은행을 고소하게 되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면서

고소가 기각되거나 안 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대타로 조그만 은행을 잡아 고소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민자에 대해서는 인간이라는 취급을 안 해주는 것 같아요.

피부색 때문에, 사는 지역 때문에, 불심검문을 그 정도로 심하게 해도 되는지...

문제가 없으면 사과를 해야 하는데

'보행자 통행 방해'와 같은 이상한 죄를 뒤집어 씌우고 말이죠.

심지어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변호인을 고용하고 돈이 많이 들잖아요.

그래서 무죄 입증보다는 좀 벌금을 줄이는 것으로 막 타협을 본답니다.

그러면 평생 그 범죄 꼬리표가 따라다녀 직장 구하기도 어렵대요.

몇몇 사람들은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걸리기도 하고...

참, 후진국에서만 일어날 것 같은데,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일 같은데.

인권을 유린하는 많은 행동들이 아직도 일어난다는 것이 어이없습니다.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사회에 발언하기도 어렵고 말이에요.

사람들이 '언더 도그마'라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약자는 선, 강자는 악.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회는 '업 도그마'인 것 같습니다.

강자는 선, 약자는 악.

('업 도그마'는 없는 단어에요...

제가 그냥 예전에 언니 사회숙제 도와주다 만들었어요...)

그렇다면 언더 도그마가 현실에 많을까요, 업 도그마가 많을까요?

제가 보기엔 사람들의 감정은 언더 도그마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회가 굴러가는 방향은 업 도그마인 것 같군요.

이 책을 읽으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아무리 미국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다양한 시민단체가 존재해서

공공기관들을 감시했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그렇지만 책 자체에 대해서 크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금융 쪽에 대한 지식이 적으면 이해하기는 어려워요.

월스트리트를 들어본 것 같은데 뭔지는 잘 모르겠고...부터 시작해서

주택 담보 채권, 증권, 융자, 회람문....무슨 의미일까요...

영어 책 읽듯이 사전 옆에 두고 읽어야 합니다. ^^;;

그러니까 뭐랄까, 그냥 이런 쪽에 관심이 없던, 과학 공부만 하던

평범한 일반인이 읽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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