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미레티아 2016. 4. 6. 17:42


제가 예전부터 이 책을 많이 읽고 싶었어요.

신경과학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그쪽 분야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많은 책들에서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라는 책을 언급했었거든요.

그런데...예전부터 계속 뒤져왔는데 한국어 번역본이 없더라고요...

아니, 번역본이 하나 있긴 있었어요.

근데 제목이 '잠수복과 나비'여서 찾질 않았습니다.

diving bell은 잠수복이 아닌데...제목이 틀렸는데...번역도 틀린 것 아니야...

(지금 다시 찾아보니까 2015년에 새로 번역된 책이 있더라고요.)

어찌되었든, 저는 학기 초부터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학교 수업 중에 영어 책을 읽는 수업이 있어서 겸사겸사 읽었습니다.

제가 영어로 읽어서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않았을 거에요.

(반복해서 읽다 보니까 제가 70년대를 70살일 때라고 오해했기도 했었고...)

그래도 제가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후기를 쓰겠습니다.


저자는 극심한 뇌졸중으로 인해 lock in syndrome에 걸렸습니다.

예전엔 그 정도 뇌졸중이면 죽었는데 이제는 전신마비가 될 뿐

죽지는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보비(저자입니다)의 lock in syndrome은

다행히도 그에게 눈꺼풀을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습니다.

책을 보니까 한쪽 눈꺼풀이었나, 그랬던 것 같고

눈꺼풀 외에도 얼굴 쪽, 고개를 살짝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나오는 어떤 악당의 이야기에서처럼

눈을 깜박거림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그래서 보비가 그 악당을 좋아한대요...)

이 눈 깜박거림을 너무 열심히 해서 눈에 궤양이 생길 수 있어서

나중에는 깜박이지 못하게 얼마간 눈을 테이프로 붙여놓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깜박거리는 것의 문제점은 (제가 불어를 잘 모르긴 하지만 어쨌든)

안경을 달라고 의사소통 하고 있었는데

'안경'이라는 단어를 다 쓰기 전에 사람들이 '달을 달라'는 뜻인 줄 알았대요.

뭐, 그렇게 자신이 lock in syndrome에 걸리고 나서 겪은 일들과

회상하는 내용들, 철학적인 생각들이 이야기의 주를 이룹니다.

보비는 병원에 있는 재활센터에 가서 할 수 있는 것이

서 있는 침대에 묶여 있는 것이라 해야 하나요?

하여간 뭐 그런 재활 훈련이 있나봐요.

그래서 오고가는 사람들, 퇴원해서 더 이상 안 오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그들을 "여행자"라고 불렀습니다.

자신은 언제까지나 그 곳에 있어야 하니까요.

그가 원했던 것 중에 하나는

자신이 숨을 쉬는 것보다 더 호흡이 강해져서

성대를 떨릴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그래서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책을 보다보면 제 느낌에는 뒤로 갈수록 우울해져요.

앞에는 좋았던 날들 회상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이야기를 꾸미는데

뒤로 가면....뭐가 안 되네...저것도 안 되네...

'나'라는 존재를 무엇으로 기억해줄까...

정말 나의 존재를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해줄까 생각하는 부분은

매우 공감이 가면서도 안쓰럽더라고요.

보비가 아프기 전부터 그를 알던 사람하고

보비가 아픈 후에 그를 알던 사람하고,

서로 기억하는 것이 다르잖아요.

또,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서, 사람들이 찾아와줘서 외롭진 않은데

혼자 자기의 세계에 갇혀 버렸으니까 외롭다고 느끼는 것이

어쩌면 따돌림을 당하는, 사회 부적응자라 불리는, 그리고 종종 보통의

사람들의 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다양한 철학적인 생각을 할 수 있고요,

제가 멀쩡히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할 따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lock in syndrome....빨리 BCI, BMI 기술이 발달하면 좋은데...

어찌되었든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렇게 소설처럼 다이나믹하고 재미있지는 않지만

담담하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할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영어로 읽어도...어려운 단어 적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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